우리나라 최초 천민봉기 일으킨 혁명아 형제의 불꽃 같은 일대기
우리나라 최초 천민봉기 일으킨 혁명아 형제의 불꽃 같은 일대기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12.1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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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겨울은 작가들 출간 전성시대다 1
원로·중견·신인 작가들 출간 앞다퉈…작품성과 정보력 꿰찬 눈길 가는 작품들 

천안에 충남을 주름잡는 작가들이 어디 한둘일까. 2020년 천안 겨울의 끝자락은 암만 봐도 출간 전성시대다. 전국에 내놔도 손색없는 천안 작가들의 신간이 우수수 쏟아져나왔고 하나같이 입소문 내고 싶은 대단한 작품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천안의 작가들은 활동의 제약을 받는 비대면 생활 기간을 오히려 작품활동의 물리적 기반으로 삼아 각자의 역량을 발현하는 집필활동에 충실했다. 그 결과 작가들은 각각의 문장력 풍성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천안 작가들이 출간한, 주변에 강추해도 좋은 신간들과 그 작가들 이야기를 한자리에 펼쳤다. 우리 곁에 사는 작가들의 문학 역량과 필독 매력을 새로 읽고 보는 기회, 꼭 누려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

대하 역사소설 <망이와 망소이> 전 5권 펴낸 원로 심규식 소설가
3번이나 죽음의 문턱 넘나들며 쓴 필생의 역작…역사 영화 보는 듯 흥미진진해

심규식 소설가
심규식 소설가

안 읽고는 못 배길 수작이 여기 있었다. 제목과 책의 디자인만 보면 역사소설 좋아하는 이들이나 읽겠다 싶을 테지만 첫 페이지를 열고 작가의 말을 접했다면 이 책을 제대로 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해서 썼는지 느낌이 오고도 남는다. 후루룩 페이지를 넘겨봐도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롭다. 

망이와 망소이는 심규식 작가가 25년 전 동료 문인들과 글 쓰는 업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의미로, 문인이면 석 달에 100매는 써야 한다며 결성한 ‘백매문학’ 동인으로 출발하면서 올리게 된 소설이다. 

심규식 소설가와 함께한 문인들은 소중애 동화작가, 윤성희 문학평론가, 이심훈 시인으로 이들은 충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었고 나중에 박경철 작가가 합류하면서 백매문학의 위상과 인지도는 더욱 탄탄해졌다. 심 소설가는 또 백매문학 동인지 <좋은 문학 좋은 동네>를 문인들과 함께 펴내며 왕성한 집필력을 유지했으며 주변의 진심 어린 후원 덕분에 처음 약속한 동인지 기한 5년을 채울 수 있었다. 

백매문학 동인지 좋은 문학 좋은 동네
백매문학 동인지 <좋은 문학 좋은 동네>

청천벽력 같은 건강 악화,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런데 그 후 심 소설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신장이 망가져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더니 2008년 급기야 교단에서 명퇴를 신청하고 2013년부터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입·퇴원을 반복했다. 결국, 신장을 떼고 지금까지 일주일에 3번 혈액을 투석하는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다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패혈증이 왔는데 기계가 잴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수치가 나왔어요. 새벽부터 자정까지 간호하고 집에 오면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돌아버릴 거 같았어요. 그 순간 눈에 들어온 남편의 트로피 상장 상패를 다 버렸어요. 내 것까지. 남편이 가버린 후 정리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끔찍했어요.” 
아내인 김정숙씨는 이때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았다. 

극적 회복 이후 필력 살아나   

작업실에서 심규식 소설가
작업실에서 심규식 소설가

피 끓는 아내의 지극정성이 통한 걸까. 2018년 초반부터 심 소설가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신장 외에 말짱하게 건강을 회복한 심 소설가는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기록하겠단 생각을 가졌다. 평생 교사로서, 대학 강단에서도 후학을 양성했던 그였기에, 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글쓰기였다. 

지난해 심 소설가는 자서전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를 출간했고 주변은 반응은 놀라웠다. 
김정숙씨는 “대부분 소설가 심규식 글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나들었으니. 근데 글이 너무 좋아서 단숨에 읽었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격려와 응원이 이어져 감사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인간승리 드라마, 승리해야 나오는 것 

충남에서 몇 안 되는 소설가 심규식은 살아있었다. 주변의 용기를 얻어 글에 대한 애정이 다시 불붙은 심 소설가는 지난 백매문학 동인지에 연재했던 망이와 망소이를 다시 재정비해 탈고할 마음을 굳혔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알게 된, 우리나라 최초 천민반란이라는 망이와 망소이에 대해 너무나 인상이 깊었어요. 그것도 고려시대에 우리나라 가장 하급 신분인 천민이 천지개벽을 이루고자 한 거잖아요. 언제고 꼭 소설로 내겠단 생각이었어요. 백매문학이 5년 한정 동인지여서 다 올릴 수가 없었거든요.”

긴긴 투병시간을 거치고 여전히 투병 중이지만 신기하게 다시 총기가 살아난 심 소설가는 대하 역사소설인 망이와 망소이 전 5권을 완성하고 출간했다. 그의 신간 저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극찬이었다. 

윤성희 문학평론가는 “망이, 망소이로 대표하는 민중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서 고려 역사의 한 지점을 오늘의 역사로 관통시켰고, 그런 점에서 심규식 작가는 우리 문학사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천안뿐 아니라 한국문학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 ‘청어’는 백매문학 때부터 심 작가의 소설을 눈여겨보고 동인지 발간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고 심 작가의 소설 전편 출간을 독려했다. 

망이와 망소이 전 5권
망이와 망소이 전 5권

망이와 망소이, 소설적 재미가 큰 이유 

망이와 망소이는 고려 시대 공주 명학소에서 일어난 실제 역사이며 지금까지 다른 어떤 호걸 영웅의 이야기보다 역사에 많이 기록돼있는 인물이다. 

“홍길동도 임꺽정도 장길산도 다 실존 인물이에요, 그러나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아 소설적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후대까지 이야기가 이어져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망이와 망소이는 주인공들의 일대기만 다룹니다. 진짜 있었던 사실에 근거에 개연성을 가진 소설적 플롯과 스토리가 있어요. 주인공이 강하게 끌고 나가는 이야기라 끝까지 재미가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긴 글이나 역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로 독자의 책임보다 소설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역사가 재미없거나 대하소설 안 읽는 독자들에게, 재미있어서 안 읽을 수 없게 해야죠. 이게 작가의 능력이고 의무예요.” 

이어 말하는 심 소설가의 주장은 진지했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소설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억압된 현실을 반영한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이래도 되냐? 그 부분을 고발하는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관심 갖지 못한 거 독자들에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유도하게 해, 부조리한 현실을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하는 게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비판적 정치는 현실에서, 소설은 감명을 통해서 생각해보도록 하는 거죠.”

평생 글을 쓰고 그중에서도 소설만 써온 심규식 작가. 평소에도 점잖은 그였지만 자신의 영혼을 털릴 정로도 투병했던 과거는 절대 교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 절대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은 만큼을 말했다. 

“동인지에 낸 연재소설을 그냥 정리만 한 게 아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을 손보고 전체 흐름을 정비하고 단어 하나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어요. 제 필생의 역작을 아무렇게나 할 순 없지요.” 

눈으로 보고 빠르게 화면을 넘기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소설, 글이 주는 매력과 깊이는 영상매체가 따라가기 쉽지 않다. 글을 접하고 글의 가진 힘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일생을 걸어 최선을 다한 역작을 발간한 심규식 소설가. 그리고 그가 쓴 망이와 망소이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책의 재미에 빠져 밤을 새워 읽을지도 모르겠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재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망이와 망소이. 그 진정한 평가의 주인공, 독자들에게 전한다. 

<심규식 소설가는>
공주사대 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졸업
1992년 문예사조 소설신인상
1992년 청구문화상 소설 당선
1996년 충남문학대상 수상
2003년 허균문학상 소설 본상 수상
2006년 한국예총 회장 표창패 수상
2008년 옥조근정훈장
이 외 저서 : <그곳에 이르는 길> <돌아와요 부산항에> <사로잡힌 영혼> <네 말더듬이의 말 더듬기>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우리 시대 영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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