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기적, 논산 ‘장구리협동조합’
작은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기적, 논산 ‘장구리협동조합’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11.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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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 시작한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을기업 육성 사업은 지역의 문제를 지역자원을 활용해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지역공동체 발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기업은 지역사회 내에서 기업성, 공동체성, 공공성, 지역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마을기업은 지역 특산품 및 자연자원 활용사업, 전통시장 상가 활성화 사업, 기술 기반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충남은 농업 종사자 중 농산물 가공이나 마을 관광 및 체험활동 서비스 사업에 여성의 노동력이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을기업을 대표하는 주체는 남성이 주로 맡아오면서 여성은 늘 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농어촌에서는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노인 일자리 문제, 특히 여성 노인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마을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며, 여성의 주도적인 참여와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논산 장구리협동조합을 방문했을 때 문패에 쓰여있는 분 중 남자분이 당연히 대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석순 대표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제가 장구리협동조합 대표예요"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다양한 마을기업을 찾아다니면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었구나 싶었다. 지석순 대표는 목회 일을 하는 남편을 따라 논산 노성면으로 귀농했다. 처음엔 남편의 뒤에서 목회 일을 도우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으로 시간을 보냈다.

첨가물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천연 과일 꿀잼
마을에서 주로 나는 과일로 잼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마을에서 주로 나는 과일로 잼을 만들다 보니 주변에서 마을기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집안에서 남편의 일만 돕던 지석순 대표가 마을기업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기관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2017년 논산 장구리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첫 제품으로 과일잼을 만들어 특허를 내면서 마을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일잼이 특허까지 받았다는 말에 어떤 제품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바로 옆에 있는 장구리협동조합 제조공장에 보관된 과일잼을 내어와 보여주면서 보통 과일잼을 만들 때 과일에 설탕을 넣어 만들지만 이곳 과일잼은 직접 양봉을 해서 생산한 꿀을 넣어 만든다. 꿀을 넣는 것만으로 특허를 받았나 싶었는데, 특허 기술은 생산과정에 있다면서 그건 며느리도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라고 한다. 

논산 장구리협동조합의 천연 꿀과일잼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는 과일을 선별할 때 낙과나 못난이 과일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주변 농가에서 수확한 과일 중 그냥 판매해도 좋은 양질의 재료만 선별해서 방부제, 인공색소, 펙틴 등 첨가물은 절대 넣지 않고 특허받은 공법으로 만든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최고로 인기가 좋다. 맛도 좋고 건강한 먹거리로 소문이 나면서 백화점에서도 천연 꿀과일잼의 납품 의뢰를 받았다. 이후 지원을 받아 생산시설도 늘리고, 상품을 제작하면서 마을기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는 본인들의 레시피대로 해주길 강요했고, 장구리협동조합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철학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해 계약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로스팅하지 않은 커피콩에 발효흑삼 첨가한 '흑삼발효커피'

이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지석순 대표는 생산품을 늘리기 위해 대중적인 커피를 제조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커피콩을 로스팅해서 파는 게 아니었다. 커피콩을 로스팅하게 되면 좋은 성분인 폴리페놀과 클로로젠산이 소실되고, 카페인 함량만 높아지는 것에 착안해서 로스팅하지 않은 커피를 개발했다. 발효인삼을 넣은 '흑삼발효커피'인데요, 카페인이 없다 보니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커피라고 한다. 

커피를 내어주어 마셔보았다. 로스팅이 되지 않아 처음엔 익숙한 맛이 아니어서 한참을 음미해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맛을 보다 보니 커피 특유의 탄 맛도 없고, 쓴맛이 적어 흔히 먹는 커피의 강한 맛이 느껴지지 않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커피를 즐기지 않는 저에게는 딱 좋은 정도의 커피 맛이었다. 일하다 보면 물보다 차를 많이 마시게 되는데요, 커피를 마시면서 잠이 안 오거나 속이 쓰릴까 싶어 많이 마시지 못했는데, 발효 커피는 맛과 향이 순해 연하게 내려 마시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천연 꿀과일잼과 흑삼발효커피 수출 시작

2019년 장구리 협동조합은 천연 꿀과일잼과 흑삼발효커피를 제조해 선보이면서 국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난 후 자신감이 생겼고,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수출 관련 전문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막막해하던 때에 ‘2019 사회적 경제 기업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게 된 지석순 대표는 수출에 대해 상담을 하게 되었다.

절실함으로 매달리다 보니 해외 판매에 필요한 인증 정보, 제품 가격 책정, 품질 경쟁력 등 꼼꼼한 컨설팅을 통해 수출 준비 절차를 밟아 나갔다. 2019년 9월 말 마침내 FDA 인증서를 획득하고, 제조 시설을 보완해 HACCP 인증을 받는 데 성공한 후 기술 특허 보호 지원까지 받으면서 장구리협동조합의 수출 준비를 차근차근하게 되었다.

이후 충청남도가 주관하는 충남-호주 무역사절단에 참가해 해외 시장에 제품을 알리는 기회를 얻었다. 충남 예산시가 주관해 전 세계 바이어 30여 개 사를 초청한 '2019 충남 소비재 전문 수출상담회'에도 참가하면서 제품을 홍보하게 되었다. 또, 10월에는 미국 LA에서 열린 재미교포 중심의 'SOCAL EXPO'에도 참가해 다양한 바이어를 만나면서 유통회사에 발효 커피와 과일잼의 첫 수출을 성공시켰다.

장구리 협동조합은 지금도 17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마을기업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고령의 주민들이 모여 함께 농사지은 것도 나눠 먹고, 즐겁게 웃고 떠들고 서로의 건강을 챙길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장구리협동조합 지석순 대표

장구리협동조합 지석순 대표는 "판매금액의 2%는 마을에 적립해놓고 불우이웃이나 독거노인을 돕고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 나이에 남을 도울 수 있어 좋다'라며 마을기업이 더 번창해서 마을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 귀농인이 마을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적인 마을기업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더해 분위기를 확 바꾸어 수출까지 이루어낸 장구리협동조합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주기 바란다. 

장구리협동조합

주소 충남 논산시 노성면 명재로 287번길 82
문의 041-733-8081
홈페이지 www.cofil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