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악(惡)이고, 무엇이 선(善)일까?
무엇이 악(惡)이고, 무엇이 선(善)일까?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11.0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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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소리도 없이(2020)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범죄 조직으로부터 하청받아 전문적으로 시체 수습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 누군가를 해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또 예의는 어찌나 바른지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깍듯이 존댓말을 쓰고, 피범벅이 돼 죽어가는 이를 두고는 “사망 중에 계신다”라고 말해 예의를 갖춘다. 그리고 시체를 땅에 묻을 때면 좋은 곳으로 가라며 명복을 빌어주고, 일이 끝난 후엔 망자의 넋을 기린다. 이쯤 되니 어쩌면 이 둘, 좋은(?) 사람들 같다.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한 나날을 보내던 이 둘은 그동안 해왔던 시체 처리 업무가 아닌 살아있는 어린아이를 맡게 된다. 뜻하지 않게 유괴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악의’가 없는 사람들이므로 아이를 해칠 마음은 전혀 없다. 어서 일을 끝내고 약속된 돈만 받으면 그만일 뿐. 이쯤 되니 납치라는 걸 알면서 끝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죄의식이나 죄책감보다 어서 일이 빨리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는 이 두 남자를 악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다. 

맹자는 ‘성선설’을,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무엇이 맞는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지만 분명한 건 모든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사회엔 태인과 창복처럼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보다 선과 악을 구분하고 도덕적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을 보이는 이들 덕분에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선행을 실천하는 빛과 소금 같은 이들로 인해 세상은 어제보다 더욱 살기 좋아진다. 이런 작은 영웅들이 있는 한 세상은 분명 좋아지리라 믿고 싶다. 소리도 없이!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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