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꿈꾼다면 바로 지금, 나부터…
변화를 꿈꾼다면 바로 지금, 나부터…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8.06 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있슈(Issue)-반도(2020)

지난 4월 신라공고에 다니던 이준서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군이 다니던 학교 기능반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합숙하며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기능경기대회에 필요한 훈련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년 동안 이군은 기능반 선배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선배들 졸업선물과 생일선물을 강제적으로 줘야 했고, 담배심부름을 거절했다 뺨을 맞은 적도 있다. 심지어 선배의 정액이 담긴 율무차를 먹이기까지 했다.

생전 준서군은 기능반에서 나가고 싶어 했지만, 학교 측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라공고는 2017년 전국기능대회에서 2위를, 2015년엔 최고상인 금탑을 수상한 바 있다. 이는 기능학교로서 위상을 떨치기에, 충분한 수상 경력이다. 학교는 무슨 이유로 이군의 기능반 탈퇴를 방관했던 걸까?

연상호 감독의 작품 ‘반도’는 부산행 후속작으로 대한민국에 좀비가 발현한 지 4년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전작을 기대하고 본다면 살짝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다만, 영화 끝 무렵에 김 노인(권해효)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너희들만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구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내뱉는 이 말은 구조적 문제점투성이인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한 어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 가슴이 뜨끔했다.

이군은 자살 전 분명 신호를 보냈지만, 이 사회는 그걸 무시한 셈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온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또다시 부조리한 세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 변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면 우린 달라져야 한다. 부조리를 모른 척하지 않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한다. 더딜지라도 세상은 분명 바뀔 테니까.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