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ON 상태로 지낸 수개월…“응원편지 읽으며 힘냈어” 
24시간 ON 상태로 지낸 수개월…“응원편지 읽으며 힘냈어”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07.16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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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역 유일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의료진 인터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여전히 존재감을 나타내며 멈춰 설 줄 모른다. 최근 우리나라는 각고의 노력으로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이전에 확진자가 적었던 대전과 광주 등을 중심으로 다시 전국에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감염병 위험 때문에 국내 의료진의 고군분투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 의료진의 수고에 감사를 전하며 최근 중부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순천향대병원 의료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시내 순천향대병원 감염관리실장과 일문일답을 전한다. 

 

유시내 감염관리실장

-.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로 확산했을 때 당시 병원 상황은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에 우한에서 입국한 환자를 주의해 달라고 요청하고, 내원 의심환자에 대비한 지침을 만들어 공유했다. 그 주말이 설 연휴였는데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났으나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공휴일이었지만 병원은 대응 위원회를 소집해 본격적인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 지난 3월 천안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의 수고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당시 어떤 일과를 보냈나
 
언제라도 천안 아산에 유행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단 발생 상황에 촉각을 세웠다. 우리병원 선별진료소에 내원한 환자에서 처음 양성 결과가 나온 순간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사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연락에 대비하느라 24시간 ON 모드 상태였다. 
진료 일정 외 시간 날 때마다 보도자료를 확인하며 병원 자체 방역지침을 점검했고, 매일 오후 5시 감염관리실 회의에서 하루 발생했던 사건 사고들을 공유하고 개선안을 논의했다. 코로나19 외에는 다른 일을 생각할 틈이 없었던 하루하루였다. 


-. 이번 감염병 대비과정과 그중 가장 힘든 부분은

이전엔 감염병과 비감염병 동선 분리가 안 됐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아니어서 확진 환자를 받지 못하다가 지역환자가 늘기 시작해서 내과병동 하나를 통째로 코로나19 확진자만 진료할 수 있게 세팅했고 엘리베이터도 분리했다. 한시가 급했기에 음압병실이 구비된 6층에 만 하루 만에 가벽을 세워 차단시설을 마련하는 등 밤낮이 없었다. 
초창기 컨테이너 선별진료소에서 일할 때가 힘들었다. 음압병상 출입도 쉽지 않았으며 CCTV를 설치하고 샤워실 등을 만들어가면서 진료했다. 이거랑 상관없이 메르스 이후 연 2회 방호복 착탈의 훈련을 해왔기에 준비가 돼 있어 선별진료만 1만 건 이상을 소화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모습

-. 코로나19 확진자에겐 주로 어떤 치료법을 사용하나 

유행 초반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정을 주로 사용했다.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가 7월부터 국내 도입되어 폐렴 동반 환자에 투여해 볼 수 있다. 
폐렴이 심하고 산소 포화도가 잘 유지되지 않는 중증 환자에겐 산소 공급이 중요한데, 인공호흡기로도 체내 산소 포화도가 잘 유지되지 않으면 체외막산소공급장치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MCO) 라는 심폐 기능 보조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은 해열제 같은 보조 치료만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 이런 감염병은 왜 발생할까 

신종감염병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감염병의 의미도 있지만, 메르스처럼 해외에서만 보고되었던 감염병이 국내에서 유행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기후 변화, 교통 발달로 인한 인구 이동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하는 신종감염병들은 인수 공통감염병, 즉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을 유발하는 병이 많다. 병원체가 종간 이동하며 발생한 변이가 신종감염병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다. 


-. 환자를 살리려다 본인 건강을 해칠 만큼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면

의심환자 진료 후 지친 상태에서 방호복을 벗다가 저도 모르게 탈의 순서가 틀렸었는데 탈의 도중 깨닫고 흠칫 놀란 적이 있다. 다행히 확진 환자는 아니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일이 되었다. 제 건강보다 주변 동료나 지역사회에 피해가 갈까 봐 더 걱정스러웠다. 


-. 치료에 필요한 물품이 부족하진 않았나 

초반에 보호구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문제였다. 마스크가 부족해서 병원 의료진과 직원에게 우선순위를 정해서 마스크를 지급했다. 특히 N95 마스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도 부족해서 재활용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등을 통해 마스크 공급을 조절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아졌다. 


-.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물품이 전달되기도 했었는데
 
많은 단체와 시민분들께서 먹거리와 마스크 등 다양한 응원 물품을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했다. 최근 논산 지역 확진자분이 입원하셨는데, 논산 어린이들과 고등학생들이 응원편지와 마스크를 보내주셨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읽으면서 정말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기존 입원 환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확진되었나 

코로나19 확진 환자분들은 ‘설마 내가 감염될 줄 몰랐다’고 하신다. ‘밀폐 밀집 밀착 3밀’을 조심해야 한다. 천안에 최초 감염이 발생한 곳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여러 명이 운동했던 밀폐시설이었다. 마스크를 써도 코를 내놓거나 하지 말고 제대로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사우나에서 감염되기도 했다. 손 세정도 매우 중요하다. 또 65세 이상 만성 기저질환이 있거나 흡연자,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폐가 약한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 

2024년 완공할 순천향대 감염병 전문병원 투시도

-. 의료진 감염 예방을 위해 순천향대병원이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의료진 감염은 진료 인력의 감소로 환자 진료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감염된 의료진이 다른 환자나 동료에게 전파할 수 있어 병원 폐쇄 등 심각한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국내 의료진 감염 비율은 미국, 이탈리아 등보다 매우 낮다. 의료진 감염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보호구 부족으로 의료진조차 필수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못하고 환자를 진료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에는 마스크 부족 사태가 생기면서 의료기관 보호구 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 방식을 일원화해 해외처럼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확진 환자나 의심환자 의료진에 최우선으로 보호구를 지급하고, 의료진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음압병실 복도에 인터락 자동문을 새로 설치했고, 선별진료소에는 글로브월(의료용 분리벽)을 설치해서 직접 노출 없이 검체 채취가 가능해졌다. 


-. 순천향대병원이 중부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어떤 차이가 있나 

감염병 전문병원은 코로나19 유행과 같이 대규모 신종감염병 발생으로 국가위기상황을 신속 대응하기 위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완전히 분리된 병동을 새로 구축하고 입원 병실과 수술실, CT 촬영실 등 감염병 환자 진료 전용 시설과 장비를 준비한다. 해당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숙소나 식당 등도 마련해 외부 감염 노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다. 동선이 완전히 구분되므로 비감염병 환자분들도 안전한 진료를 받을 환경이 마련된다. 
순천향대병원은 이런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을 대비해 부족했던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보완했고 부지확보가 돼 있어서 감염병 전문병원을 즉시 착공할 상태가 가능했다. 


-.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평소처럼 직장에 출근하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밥을 먹는 일상 중 언제든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 손 위생,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가 방역의 핵심이다.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잘 씻는 등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의료진뿐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지치셨겠지만 나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조심하는 마음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주시면 좋겠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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