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는 기본, 식사·간식까지 없는 게 없어요”
“장보기는 기본, 식사·간식까지 없는 게 없어요”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6.23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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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구경하며 재난지원금 쓰기!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가족끼리 외식하는 데 쓰고 돈이 약간 남았다. 남은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중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급된 금액을 시장에서 쓰는 것이야말로 시장 경제를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몇 달 만에 남산중앙시장을 찾았다. 코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재래시장에서 재난지원금 쓰기, 지금 출발한다. 

보리밥 맛집 ‘목천보리밥’

여전히 맛있는 30년 전통의 ‘목천보리밥’ 

지금 중앙시장 주차장은 공사가 한창이다. 조금 걸으면 되지만 날이 더운 관계로 유료 주차장을 이용했다. 조금 걷다 보니 ‘목천보리밥’ 식당이 보인다. 때마침 배가 고프던 차 잘됐다 싶어 보리밥집 문을 열고 식사가 되는지 물으니 주인 어르신이 어서 오라며 반갑게 맞아 준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식당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30년째 시장 뒷골목을 지키고 있는 이 식당 메뉴는 보리밥 하나, 단일메뉴다. 2인분을 주문하니 금세 한 상이 나온다. 언제봐도 정겨운 둥글넓적한 은색쟁반에 각종 나물, 방금 무친 겉절이, 상추, 고추, 된장찌개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보리밥이 담겨있다. 

소박한 밥상이다. 함께 간 아이는 다 풀떼기냐는 표정이다. 밥을 비비긴 전 삶은 양배추 잎에 보리밥 한 숟갈 넣고 쌈장을 올려 싸 먹으니 더위로 잠시 주춤했던 입맛이 살아난다. 아이에게 원하는 나물을 넣으라 하고, 고추장에 참기름 듬뿍 넣고 쓱쓱 비벼주니 “우와! 보리밥이 왜 이렇게 맛있어?” 하고는 언제 반찬 투정을 했냐는 듯, 한 그릇 뚝딱 잘도 먹는다. 

주인 어르신은 “코로나 초기엔 하루에 3~4그릇 판 적도 있다. 그래도 문 한 번 안 닫고 열었지. 집에서 놀면 뭐해, 놀아도 식당에 나와서 노는 게 편치”라며 “재난지원금 덕분에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 요즘 다시 조금 한가해졌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인다. 

가격 저렴하고 맛도 좋은 냉커피, 생크림 와플, 사탕수수 주스

단돈 6500원에 와플, 커피, 주스까지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소화 시키고 장도 볼 겸 본격적으로 시장 구경에 나선다. 날이 더워서인지 시원한 커피가 당긴다. 때마침 지나가는 이동식 커피차. 아주머니를 붙잡고 냉커피가 되는지 묻자 바로 “어떤 거로 해줄까요?”라고 되묻는다. ‘아이스커피 연하게’를 주문하니 컵에 커피 넣고, 물 붓고, 얼음 동동 띄우기까지 1분이 채 안 걸린다. 받자마자 한 모금 마셔보니 주문한 대로 ‘연한 아이스커피’, 완전 취향 저격.

어디선가 풍기는 달콤한 냄새를 따라 가보니 여긴 바로 ‘와플’ 맛집. 아이가 제발 와플 한 개만 사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생크림 와플을 시키니 생크림 듬뿍 담긴 먹음직스러운 와플이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된다. 아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입 주위에 생크림을 잔뜩 묻히고선 연신 엄지 척이다. 보리밥 한 그릇을 해치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부를 텐데 맛있게 먹는 걸 보니 그 맛이 궁금하다. 크게 한입 베어 먹어보니 기대 이상. 바삭한 와플 빵에 사르르 녹는 생크림의 달콤한 조화는 정말이지 끝판왕이다. 

와플을 먹으며 시장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니 사탕수수 주스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맛일까. 기대 반 걱정 반 하는 마음으로 주스가 완성되길 기다린다. 압착기에 사탕수수를 통째로 넣으면 껍질과 원액이 분리되는데 기다리는 동안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음 동동 띄운 사탕수수 주스 맛은 아이스 말차라떼처럼 싱그런 풀잎 향기가 가득하다.

간식을 사 먹는 데 쓴 돈은 커피 1500원, 와플 2000원, 주스 3000원으로 총 6500원이다. 어지간한 카페에 가면 음료 한 잔 값인데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이걸 다 맛볼 수 있다니. 역시 시장 간식 가성비 최고!

인심 좋고, 살 거리 볼거리 많아요!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 많은 재래시장 

나른한 오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르신이 파는 양파가 신선해 보여 양파 한 봉지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번엔 멸치볶음에 쓸 멸치, 크랜베리, 호박씨를 각 한 봉지씩 담고. 정육점에 들려 찌갯거리, 불고기 거리, 구이용 돼지고기도 샀다. 시장 나온 김에 아이가 학교에서 신을 실내화도 한 켤레 사니 장바구니가 꽉 찬다. 

오랜만에 시장에 가서 그런지 머윗대, 감자, 마늘, 늙은 오이, 생선, 과일 등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많다. 손님이 줄 서서 기다리는 족발집 앞을 보니 족발이 먹고 싶고, 호떡 집 앞을 지날 땐 쫀득한 호떡이, 빵 가게를 지나칠 땐 카스텔라가, 닭튀김 냄새를 맡으니 닭강정도 먹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는 아직도 든든하고, 장바구니마저 빈틈이 없으니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집으로 돌아와 멸치, 크랜베리, 호박씨를 소분해 보니 덤으로 얹어준 주인아저씨 인심 덕분에 마트에서 사던 것에 비하면 그 양이 상당하다. 돼지고기 역시 넉넉해 당분간은 고기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다.

남산중앙시장 주차장은 내년 2월 초부터 운영한다. 당분간은 광회빌라 맞은편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재난지원금 사용 기간은 8월 31일까지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시민들로 붐비는 시장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