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조금은 행복할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조금은 행복할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5.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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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의 삶

 

벚꽃이 피는 날이면 한 아이가 생각난다.
햇살이 유난히도 따스한 봄날, 한 아이를 만나기 위해 약속한 집을 찾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내가 속한 봉사단체에서 집수리봉사를 경험한 이야기다.
 
 

쥐가 나오는 집 고쳐 주고 싶어서

그 집은 컴컴하고 냄새나고 솔직히 발 딛기조차 쉽지 않은 반지하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아이는 중학교 1학년 김아람(가명)이다.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릴까 두려워 조심히 말을 건넸고 의외로 나의 이야기를 잘 받아들여 도움받기를 허락해주었다.

아이 엄마는 4000만원이란 빚 때문에 집을 나가버렸고 아빠는 아이들을 버리고 나가버린 상태며 고 3형은 자퇴하고 군대 들어가겠다고 빈둥대고 있었으며 그나마 누나는 공장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생이 살아가기엔 정말 힘든 가정환경이겠다는 생각에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일주일에 한 번씩 집 안 청소와 반찬을 넣어주며 아이가 생활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청소도 청소지만 쥐들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바꿔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힘으로 집을 수리하기는 어림없기에 오래도록 봉사해온 봉사단체 아도니스 회장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집주인과 상의한 끝에 서로 함께 해보자며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방 천장을 뜯어내고 수리하는 등 힘이 드는 일은 아도니스가 해주었고 장판, 도배지, 싱크대는 지인들의 무상기증으로 비용이 절감됐다. 가스렌지, 밥솥, 이불까지 새로 바꿔줌으로써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노력했다.
 
 

부모의 사랑이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멋지고 깨끗한 집이 완성되면서 환한 집으로 탈바꿈했다. 도움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선된 환경에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뿌듯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밝아진 아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어주고 정리 정돈하는 법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부모를 생각하면 참 무심한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이 지났을까 아이한테 연락이 왔다.
“이모, 이제 우리 집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아빠가 들어왔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헐!! 이 말을 듣고 “참, 잘됐다.” 하면서도 왜 기분은 엉망이었을까? 더 이상 아무런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아빠는 딴 곳에서 살다가 집을 고친 후 들어온 것이었다. 화가 나고 괘씸했다.

부모라면…. 아이를 두고 편한 마음이었을까?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 하거늘. 그래, 그래도 남보다는 친부모인데…, 다시는 아이들을 버리고 나가는 일은 없겠지? 아니 그러지 않길 바란다.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고 살아가는 데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 아이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부족한 아빠의 사랑이 이제는 차고 넘쳐 자유롭고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가길 기도하며 다시 한 번 아이 가정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잘살고 있지? 아람아?
 
시민리포터 이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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