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경동맥 협착증
침묵의 살인자, 경동맥 협착증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2.12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준우 두신경과 원장 네이버 지식iN 건강·의학 위촉상담의

50대 여자환자가 내원했다. 며칠 전에 갑자기 말이 어눌하면서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있었다 한다. 현재는 증상이 모두 좋아진 상태지만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온 것이다. 일과성 뇌 허혈이 의심돼 곧바로 뇌 MRI와 경동맥 초음파를 찍었다.

왼쪽 중뇌동맥에 가벼운 협착소견이 보였고 경동맥에는 죽상경화반이 생겨 있었다. 검사결과를 설명하니 깜짝 놀라신다. 지금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에 뇌경색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뇌졸중은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렇기에 예방과 검진이 중요한 것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파열되어 출혈이 일어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혀 뇌가 허혈에 빠지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졸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뇌혈관이나 경동맥이 협착되어 혈류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미리 발견해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혈관의 협착은 심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미리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경동맥은 목 부위에 있는 동맥으로 뇌로 가는 혈류의 약 80%를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혈관이다. 노화가 진행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요소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동맥이 점점 좁아지게 되는데, 이를 경동맥 협착증이라 부른다.

심장 혈관이 좁아져서 협심증이 생기고 심근경색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로 가는 경동맥에 협착이 생기면 뇌의 혈류에 장애가 생겨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허혈성 뇌졸중의 약 30%가 경동맥 협착증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예전에는 경동맥 협착증에 대한 관심도 적었고 검사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뇌경색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동맥 협착증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하고 경동맥 협착증의 위험성에 대해 정보가 많이 알려져 점차 경동맥 협착증 검진이 늘고 있다.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문제는 경동맥의 협착이 50% 이상 진행되어도 대부분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동맥 협착증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린다.

최근 경동맥 협착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거나 과다한 스트레스 등을 받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경동맥의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서 죽종(atheroma)이 형성되는데, 죽종의 내부는 죽처럼 묽은 상태이며 파열되는 경우 혈전을 형성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진 경우에는 적절한 시술이 필요한데, 수술을 통해 경동맥의 내막을 제거하는 내막절제술이 있고, 혈관조영술을 통해 스텐트를 넣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내막절제술은 두꺼워진 내막과 죽상경화 부위를 모두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수술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스텐트 삽입술은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죽상경화반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재협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경동맥 협착증은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경동맥 협착증을 진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검사는 경동맥 초음파인데, 경동맥 내막의 두께는 물론 죽상경화반의 유무, 혈류속도와 협착 정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검사시간은 약 10분 정도이며 통증이나 출혈 등의 고통 없이 손쉽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암 등 내과적인 질환은 이미 검진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내시경이 보편화하여 있다. 하지만 뇌졸중 예방은 아직 미흡하다. 암, 심장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률 3위가 바로 뇌졸중이라는데 더 이상 가볍게 여기거나 모른척할 수는 없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꼭 검사를 받아보길 바라며, 특별한 질환이 없다 하여도 50대 이후에는 5년마다 경동맥 초음파를 통해 경동맥 협착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