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적, 하지불안증후군
수면의 적, 하지불안증후군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2.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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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우 두신경과 원장, 네이버 지식iN 건강·의학 위촉상담의

수면장애를 앓고 계신 분이 내원하셨다. 원인을 찾기 위해 잠이 들기가 어려운지, 잠들기는 쉬운데 자꾸 깨는 것인지, 코를 심하게 골거나 이를 가는지, 최근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 쓰는 일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었고 잠들기 어려운지도 꽤 오래됐다 했다. 불면증의 원인이 아리송해 고민하고 있는데, 환자께서 결정적인 단서를 이야기해 주셨다.

“근데 잠을 자려고 눕기만 하면 다리가 근질거리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거 같아서, 영 신경이 쓰여 잠들기가 힘들어요.”

아하. 수수께끼가 풀렸다. 환자의 병명은 ‘하지불안증후군’이었다.
 
수면장애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수면장애는 여러 가지인데, 불면증으로 잠들기 어려운 분들도 있고 잠이 들어도 금방 깨거나 깊은 잠을 못 주무시는 분도 있다. 코골이가 심한 사람 중에는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분도 있고, 잠을 너무 많이 자는 수면과다증이나 낮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는 기면증 환자도 꽤 많다.

그중 가장 흔한 수면장애가 바로 불면증이다. 급성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잠 못 자는 고통을 피해 수면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는데, 개중에는 아무리 수면제를 먹어도 잠들기 힘든 환자도 있다. 그분들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면 의외로 하지불안증후군에 의한 수면장애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불안증후군이란,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다리에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편함이 느껴져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불편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데,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라고도 하고 쥐나 나거나 저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다리를 움직이거나 털어줘야 하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주무르면 좀 나아진다. 그 후 다시 자려고 누우면 또 다리가 불편해지는 증상이 반복돼 잠을 설치게 된다.

국내 성인남녀의 약 5.4%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있다고 하며, 주로 50세 이후에 발생하지만 7세 미만의 아동에게서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다리가 아프다며 잠을 못 이루는 아이의 경우 성장통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서는 소아 하지불안증후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1. 다리에 불쾌감이 있다.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느낌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나 가려움, 저림, 쥐가 나는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발현되며, 때에 따라서는 다리뿐 아니라 몸이나 팔까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 이러한 불쾌한 감각이 눕거나 앉으면 심해진다. 낮이라도 가만히 누워있거나 앉아있으면 증상이 발생한다.

3. 주로 밤에 증상이 나타난다. 질환이 진행되면 낮에도 증상이 나타나나 초기에는 밤에 자려고 할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3. 증상이 발생했을 때, 다리를 털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주무르고 걸어 다니면 불편감이 완화된다. 증상이 완화되어 다시 자리에 누우면 다시 재발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도파민 부족과 철분 부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혈액검사 등을 통해 철분 결핍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부전이나 말초신경병증 등에서도 나타난다. 스트레스나 호르몬의 변화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철분 결핍에 의한 하지불안증후군은 철분제를 지속해서 복용하면 증상이 확 나아지기도 한다.

원인이 불분명할 때는 도파민 효현제(도파민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도파민과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아 환자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최근에는 로피니롤염산염이나 프라미펙솔염산염 등 하지불안증후군을 완화하는 약물이 많이 개발되어 도움이 되고 있다. 자기 전에 한 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하지불안증후군 대부분이 해결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 스무 명 중 한 명꼴로 앓는 병이다.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니 불면증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한 번쯤은 하지불안증후군의 가능성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