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 쉬고, 꿈꾸게 만드는 힙합!”
“나를 숨 쉬고, 꿈꾸게 만드는 힙합!”
  • 박희영 기자
  • 승인 2019.12.05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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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의 사랑을 노래하는 청년 ‘래퍼 신 진’

아산시 염치읍의 자랑 래퍼 신 진(24)은 꿈이 없는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가 추천해 준 가리온의 ‘소문의 거리’ 덕분에 힙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무기력하게 지내던 아들이 하고 일이 싶은 생겼다고 하자 “부모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묵묵히 응원하고 지원해 주신다”며 ‘부모님이 본인의 장점’이라고 쑥스러운 듯 말한다.

힙합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한 신 진은 고3 재학 중 트리플 라운드 vol.2 워너비 콘테스트에 참여해 우승을 차지하며 본인의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그 후 아마추어들이 참여하는 슈퍼루키 챌린지에 참여, 오버더그라운드 1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다양한 무대 경험과 함께 탄탄히 본인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힙합을 한 단어로 단정하긴 어렵다. 누구한테는 삶 자체일 수 있고, 누구는 재미, 누구에게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힙합은 나를 숨 쉬고, 꿈꾸게 만들어준 원동력이다”
 

 

제1회 전태일 힙합 음악제에서 최종 3인에 선정  
 
11월 16일(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힙합 음악제는 ‘사랑(LOVE)·행동(MOVE)·연대(UNITY)’라는 주제 아래 전태일 열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자리로 예선전에 400여 명이 참가, 신 진은 본선 참가자 12팀 중 최종 3인에 선정돼 공동 우승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번 음악제는 신 진이 실력을 인정받은 자리이자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MC메타 앞에서 인정받기’를 실현한 자리이기도 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MC메타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대회에서 최종 3인에 들어 너무 기뻤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대회 끝나고 MC메타에게 존경한다고 하자 감사하다고 말해줬다. 그때 심장이 떨렸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역시 스웨그 넘치는 래퍼다.

전태일 힙합 음악제에 참가하게 된 건 평소 갖고 있던 전태일 열사에 대한 동경. 그리고 19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아버지의 상처와 그에 대한 자긍심도 한몫했다.

경연 참가곡인 ‘예술가’(부제 : 전태일)를 부르며 ‘사랑’을 외치는 청년 신 진이 생각한 전태일 열사의 사랑은 다름 아닌 노동자들을 향한 마음이었다.

“아버지 덕분에 남들이 잘 모르는 트라우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며 “자기가 선택한 것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한 행위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걸었던 궁극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힙합은 하나의 문화! 결핍 이야기하며 나와 타인을 위로 
 
“힙합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바로 가사를 읊조리는 당사자들이 작사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흔히 ‘힙합’ 하면 ‘랩’을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다. 그 안에서 비보이 비트박스 디제이 그래피티 랩 등 다양한 장르로 나뉜다. 전반적인 문화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힙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배틀이나 상대방을 디스(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무례한 태도를 취하는 행위) 하는 건 흥미를 끌기 위한 요소 중 하나다. 디스가 힙합 문화 중 하나지, 그게 힙합의 전부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대상에 대해 감정을 느끼면 할 수 있는 거지만,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나까지 디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힙합은 자신의 결핍이나 부족함을 숨기는 게 당연시된 사회에서 ‘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술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말해야 해YO”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묻자 “영감을 따로 얻는 건 특별히 없다. 티브이를 보다 생각나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을 쓰고 있다. 처음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땐 공장에서 찍어내듯 써냈지만, 언젠가부터 스스로 완성도에 대한 강박증이 생겨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길어졌다”다고 답한다.

전태일 열사의 희생을 예술가로 재해석하며,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순간 반짝인다.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신 진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것. 즉 하고 싶은 음악만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최소한의 성공이다”

청년 신진은 갈 길이 멀지만, 오늘도 쉬지 않고 달린다.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래퍼로서 성공을 위해. 사랑을 외치는 래퍼 신 진이여, 부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래퍼로 거듭나길.

한편, 신 진과 지푸, 줍에이 대회 공동 우승자들은 제1회 힙합 음악제 우승을 기념해 음원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전태일 기념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해당 음원은 추후 무료 공개될 예정이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