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훼손 심각, 국가가 서둘러 유해발굴 조사 나서야”
“현장 훼손 심각, 국가가 서둘러 유해발굴 조사 나서야”
  • 노준희 기자
  • 승인 2019.11.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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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제7차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 결과보고대회
아산시와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 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이 탕정면에 이은 염치읍 발굴작업을 끝내고 지난 13일(수) 아산시청 중회의실에서 제7차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 결과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이 보고대회에는 정석희 충남유족회장, 김장호 아산유족회장과 유족, 자원봉사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염치읍에서도 부역 혐의로 학살당한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지난 5월 9일부터 9월 3일까지 충남 아산시 탕정면 용두1리 지역 및 염치읍 대동리(새지기) 일대를 발굴조사했다. 염치읍에서 발굴된 희생자와 유품에 대한 감식을 진행했으며, 조사결과 이 지역에서 최소 7명의 유해와 10점 이상 유품을 확인했다.
 
배방읍 발굴 유해

희생된 유해는 한국전쟁 당시 아산지역 부역 혐의 사건 희생자로 유품은 희생자들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의복의 단추, 신발굽, 소지하고 있던 빗 정도로 극히 일부가 출토됐다.

공동조사단은 먼저 아산 부역혐의사건의 대표적 유해 매장지로 추정한 탕정면 용두1리 일대에 대한 발굴을 진행했다. 이 지역은 대규모 도로공사와 오랜 시간에 걸쳐 가족 묘지로 조성되는 등으로 인해 매장 추정지가 상당 부분 훼손됨에 따라 유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염치읍 새지기 지역 역시 목격자들의 증언이 정확하지 않거나 증언 자체를 거부해 매장 추정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배방읍 발굴 유품

다행히 새지기 공동묘지 하단 부분에서 유해를 확인해 수습할 수 있었으나 이 지역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경작지로 쓰이는 등으로 인해 훼손된 유해가 많아 애초 희생자로 알려진 수에 비해 수습한 유해는 많지 않았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추도사에서 “평화와 인권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다. 내년에는 전수조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고 진정한 화해와 주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조사단 박선주 단장은 “유해발굴 조사 보고를 통해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조사를 못 한 지역과 대동리 사건 희생자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와 증언자들 주장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매장지에 대한 자연적, 인위적 훼손이 심각함에 따라 국가가 서둘러 유해발굴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수습한 유해와 유품은 10월 30일, 아산시 공설봉안당에서 안치제례를 모신 후 세종시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추모관에 봉안됐다.
 
염치읍 발굴 장면

 

민간에서 진행한 기억행동, 기억하기 위한 사진전 열어 
 
염치읍 새지기 발굴에는 다양한 인사들이 발굴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새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김유민 양 아버지 김영오씨도 발굴에 참여해 손을 보탰으며 영화 해원을 감독한 구자환 감독도 새지기 발굴에 동참해 아픈 역사를 들어내는 여정에 함께했다.

구자환 감독은 현재 태안에서 부역 혐의로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후손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로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해원은 그가 민간인학살을 당한 사람들의 후손과 주변을 추적해 만든 다큐 영화로 감춰진 진실과 역사를 알려내는 데 기여한 영화다. 최근 미국 공동체상영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지난 9월 30일(월) 오후 7시 아산YMCA에서 구자환 감독을 초청해 공동체상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아산지회가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시청 로비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발굴 사진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의 관심을 독려하기도 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