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⑨ - 눈 쌓인 산길 밟으며 나선 ‘과거로의 여행’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⑨ - 눈 쌓인 산길 밟으며 나선 ‘과거로의 여행’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1.1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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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보러 다른 곳을 뭐 하러 가. 내 고장이 이렇게 좋은데…”

올 겨울 최고 한파라는 뉴스는 그저 으름장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눈과 칼바람 속에서 며칠을 보낸 터라 과연 이 날씨 속에 걷기가 가능할 것인가 막막했다. 눈과 함께 걱정이 쌓였다.

1월 13일(토) 진행한 올해 첫 도솔 둘레길은 눈, 그리고 추위와 함께 찾아왔다. 세상이 하žR고 바닥은 폭신했으나, 손발은 아렸다. 날씨가 이러하니 참여 인원이 최소가 될 수 있겠다는 걱정도 살짝 했다. 하지만 역시. 예상은 빗나갔다. 하얀 눈을 밟고 선 무리는 멀리에서도 선연하게 보였다. 참가자들은 반가운 미소로 서로를 반겼다.

구간은 비교적 짧고 단조로웠다. 눈길이 아니라면 1시간 남짓 한걸음에 걸어낼 수 있을 만큼이다. 그래서인지 동네주민들의 산책지로 사랑받기도 하는 구간.

여지없이 그곳에도 우리 지역이 담고 있는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쩌면 천안이 담았을 역사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에 이번 구간 역시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했다. ‘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이하 도솔 둘레길)’ 구간을 정리한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은 그래서 이 구간을 일컬어 ‘과거로의 여행’이라고 이름 붙였다.

 

소복한 하얀 눈 밟으며 오르니 펼쳐진 장관 =

1월 도솔둘레길은 남서울대 뒷산, 일명 성산을 한 바퀴 도는 구간이다. 남서울대 주차장에서 출발해 성산 정상 - 온조사당과 직산 향교 - 직산현 관아까지다.

남서울대 뒷산은 흔히 ‘성산’이라 불린다. 이름을 들은 후 천안보다 저 멀리 제주도에 있는 곳이 먼저 떠오른다. 또는 ‘사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는데, 이 역시 낯설다. 사산은 현재 지명인 직산의 과거 명칭이다. 지역에 무지함이 여지없이 드러나 부끄러웠다.

남서울대 캠퍼스를 가로지르면 뒷산에 오르는 길이 펼쳐진다. 눈길 밟으며 하얀 입김 내쉬며 20여분 계단을 오르게 되는데, 이 정도가 이날의 가장 난코스. 반갑다.

잠깐의 가쁜 숨은 곧 모습을 보이는 정자에서 고를 수 있다. 그 다음은 줄곧 평지. 그야말로 ‘뽈레 뽈레’의 의미(천천히 천천히)가 고스란히 살아나는 걸음이다. 때문에 어려움 없이 설렁설렁 걸으며 눈 감상하기에 그만이니 출발 직전까지 걱정하던 마음이 사르르 사라진다. “눈꽃 본다고 강원도까지 굳이 갈 필요 없겠네. 이렇게 곳곳이 절경인데, 뭐 하러 고생하고 먼 길을 나서.” 참석자 한 명이 혼잣말 하듯 던진 이야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 내리면 서둘러 등산채비를 챙긴다 하더니 그 마음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더 장관은 사산성에 올라서부터였다. 곳곳이 새하얗고, 바라보는 곳 어디든 눈꽃이다. 지금에야 이 절경을 알게 됐다니 억울할 지경. 어쩌면, 도솔 둘레길을 걸으며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백제 위례성 흔적 역사기록에도 나와 =

절경으로 먼저 다가온 사산성은 중요한 역사 명소다. 사산성 지역이 백제시대 위례성이었다는 내용이 세종실록지리지나 신동국여지승람 등 역사서에 전해지고 있다. 또한 삼한시대 목지국이 있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어 문헌사 및 고고학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구자명 교장은 “역사서를 통해 이곳이 백제 위례성의 출발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수 있지만,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고 있지 않아 지역은 물론, 학계에서도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내용은 곧 발견할 수 있다. 사산성을 뒤로하고 조금 더 가다 보면 온조왕 사당에 다다르는데, 사당 앞 천안시가 세운 표지판에는 ‘직산현 관아 동북쪽으로 2Km 정도 거리에 세종 11년(429년) 7월 온조왕 사당을 세웠고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에 남아 있고, 세종 11년(1465년)에 직산현 관아 동북쪽으로 1.5Km 정도에 온조왕 사당을 세웠다는 기록이 <신동국여지승람>에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온조왕 사당은 문이 굳게 잠겨 있어 그 안을 둘러볼 수는 없는 상태라 직산향교를 둘러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조금 더 내려와 직산현 관아에 도달하며 구간은 마무리 되었다.

2018년의 도솔 둘레길은 사산성-온조사당을 둘러보는 구간을 걸으며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내가 사는 지역에 담겼을지 모를 역사를 확인하는 시간이기에 역시 의미를 갖는다.

한 달 후 다가오는 도솔 둘레길 걷기는 열두 구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쌍용도서관에서 출발해 월봉산 - 용곡중학교 - 일봉산 - 천안 상수도 관리소 - 남산 - 수도산? 청수신시가지를 거쳐 첫 출발지인 천안박물관에 이르며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끝은 아니다. 천안박물관은 시작과 끝을 잇는 공간. 2월 구간의 마무리인 동시에 3월 새롭게 출발하는 구간의 시작이 천안박물관이니 끝은 다시 시작. 지역 구석구석을 밟는 걸음 역시 또 이어진다.

김나영 기자 namoon@canews.kr

3년 전부터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과 천안시민들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이하 도솔 둘레길)’를 진행하고 있다. 구자명 교장은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한 걷기 길 7구간과 천안의 명산 5곳을 묶어 총 12구간을 정리(천안아산내일신문 1228호 3면 참조)해 3월~이듬해 2월 걷기를 진행한다.

2018년 2월 도솔 둘레길은 쌍용도서관에서 출발해 월봉산 - 용곡중학교 - 일봉산 - 천안 상수도 관리소 - 남산 - 수도산? 청수신시가지를 이어 천안박물관에서 마무리 짓는 ‘오룡쟁주의 길’을 진행한다.

2018년 2월 도솔 둘레길은 10일(토) 진행할 예정이다.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고 싶거나 또는 구간에 대한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문자(010-6422-7580)나 이메일(wlzladl99@hanmail.net)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 구자명 교장이 조성한 도솔 둘레길 경로

1구간(박물관 길) : 천안박물관 - 청수고 - 삼거리 변전소 - 굴울마을 - 구성산(장태산) - 유량고개

2구간(왕건의 길) : 유량고개 - 태조산 - 유왕골 약수터 삼거리 - 각원사 - 24번 종점

3구간(깨달음의 길) : 청송사 - 태조산 구름다리 - 태조산 삼거리 - 유왕골 약수터 - 왕자산 - 상명대

4구간(‘나비날다’ 길) : 상명대 - 성거산 - 성거갈림길 - 운암저수지 - 망향봉 - 망향의 동산(석교리)

5구간(근대화의 길) : 망향의 동산(석교리) - 망향휴게소 - 요방1리 - 국사봉 - 천안 IC 전망대 - 두정동공단 - 두정역 - 두정동 선사유적지 - 노태산 - 백석동 현대A

6구간(선사시대의 길) : 백석동 현대아파트 - 봉서산 - 불당동 선사유적지 - 쌍용도서관 - 월봉산 - 쌍용고 - 삼일원앙A - 용곡중학교

7구간(오룡쟁주의 길) : 용곡중학교 - 일봉산 - 천안 상수도 관리소 - 남산 - 수도산 - 청수신시가지 - 천안박물관

8구간 : 태학산(풍세면, 태학산 자연휴양림 - 태학산 - 태학사 - 주차장)

9구간 : 광덕산(광덕면, 주차장 - 부용묘 - 장군바위 - 광덕산 - 광덕사 - 광덕사 주차장)

10구간 : 사산(성환읍, 직산읍, 남서울대 - 성산 - 직산 시름새)

11구간 : 은석산(북면, 병천면, 주차장 - 정자 - 은석산 - 박문수어사묘 - 은석사 - 주차장)

12구간 : 흑성산(목천면, 유량고개 - 패러글라이딩 장소 - 흑성산 - 일출장소 - 독립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