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종 국악기 다 만들어 박물관 짓고 싶어요”
“69종 국악기 다 만들어 박물관 짓고 싶어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0.17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암민속마을 저잣거리 ‘강금식국악기체험관’ 강금식 악기장인
이번 주말(19일~20일) 외암민속마을에서 짚풀문화제가 열린다. 이때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해줄 만한 곳이 저잣거리 내 전통체험관 ‘강금식국악기체험관’이다.
 
강금식국악기체험관은 강금식(63) 악기장이 운영하는 전통악기 체험관이다. 강금식 악기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자신이 운영하는 저잣거리 국악기체험관에 와서 체험객들을 맞이한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국악기를 선보이고 직접 가야금을 튕겨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가르쳐준다. 관람객들은 마냥 신기해하고 전통악기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보곤 한다. 희망자에겐 국악기 무료강습까지.
 
강금식 악기장

 

저잣거리 체험관에서 만나는 전통 국악기 
 
저잣거리에 들어서서 바로 왼쪽을 보면 전통체험관이다. 이곳 안쪽에 강금식국악기체험관이 있다. 보통 장인 정신이 필요한 분야에서 자신 있는 사람이 본인 이름을 건다. 20년 넘게 국악기를 만들어온 강금식 악기장도 그렇다.
 
체험관 내부

체험관에 들어서면 강금식 악기장이 만든 생전 처음 볼만한 국악기들이 온 벽에 가득 걸려있다. 가야금 거문고는 물론 다양한 비파, 박, 전설의 악기 와공후까지 전시돼있다. 와공후는 아직 국내 연주자가 한 명도 없다고 알려진 악기다.

체험관 가운데에는 누구나 연주할 수 있게 연습용 가야금이 설치돼 있다. 강 악기장은 즉석에서 연주법을 가르쳐주며 소리를 내보게 했다.
생각보다 손가락에 힘이 있어야 했다. 국악기 연주자들까지 다시 보게 한 체험이었다.
 
자신이 만든 악기와 함께

 

제대로 된 국악기 만들려면 나무 건조만 10년 걸려 
 
전통악기 만드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악기 작업과정을 물었다.

“오동나무 원목을 사용하는데 보통 10년은 자연 건조해요. 비와 눈을 맞혀가며 3년, 그늘에서 7년 이상 말려야 악기로 쓸 수 있지요.”

놀라웠다. 악기 하나 만드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전통악기는 세월이 만든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다.
 
악기소리를 살피고 있는 강금식 악기장

하지만 나무를 잘 말린다고 악기를 다 잘 만드는 것도 아닌데, 보통 사람들은 암만 배워도 모를 것 같은 악기 만드는 방법을 그는 어깨너머로 배웠다.

“유명한 악기장인들에게 배우러 가도 안 가르쳐 줘요. 할 수 없이 손님이 되어 궁금한 것을 물으며 어깨너머로 배웠지요.”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그러나 그는 “우연히 악기 만드는 곳에 갔는데 첫눈에 저건 내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만드는 것보다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고 악기를 만드는 방법이 머리에 그려졌다”고 말했다.
 
체험관 한쪽에 전시한 와공후(왼쪽)

정석으로 배운 적 없지만 그는 국악기를 꽤 잘 만든다는 평을 가진 악기장이다. 국악기 전공자들이 그의 악기를 지속해서 사러 오고 반품이 전혀 없다니 말이다.

이전엔 조각일을 했다. IMF가 터지면서 일을 잃고 우연히 만난 악기장 일은 그를 천직으로 여기게 했다. 악기를 만들면 영동 난계국악단 전공자들에게 검증을 부탁해가며 소리를 완성했다.

소리에 따라 악기값은 천차만별이지만 명품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숙련된 그가 가야금 1대를 만드는 데도 며칠이 걸린다. 그는 10대 정도를 동시에 작업한다. 그렇게 해서 전체기간을 줄이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은 필요하다. 이 중 한두 대에서 최고 좋은 울림과 깊이 있는 소리가 나면 성공이다.
 
미니어처 악기

영동군에서 이미 명성 있는 한국전통악기 장인, 그런데 

이미 그는 거주하는 영동군에서 이름난 악기장이다. 지난해는 영동군 향토극단 도화원이 악성 난계 박연 선생의 음악적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열두 개의 달’로 15회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에서 작품대상, 무대기술상, 연기상(남) 3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는데 그 무대기술상을 초강국악기 강금식 악기장이 받은 것이다. 초강국악기는 영동에서 건 현판이다.

또 포털에서 ‘강금식 악기장’을 검색하면 가야금과 거문고를 만들거나 인터뷰하는 동영상 다수를 볼 수 있으며 나무를 켜켜이 쌓아 건조하는 모습, 가야금 울림통을 인두로 작업하는 모습과 대패질하는 영상 등 악기를 직접 만드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악기 제작은 나의 천직, 고향 아산에서 정착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는 아산에서 정착하고 싶어 했다.

“아산이 고향이에요. 나이 드니 다시 오고 싶은데 이곳은 수입이 거의 없어 아직 못 오고 있어요, 허허.”

체험관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지만 그는 곧 이곳을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다.

“저잣거리 계약이 11월 말 만료돼 떠나야 해요. 근데 저는 여기 계속 있고 싶어요.”

그는 그저 우직하게 악기만 만들어왔다. 천부적인 손재주를 가졌지만 세월이 함께 만드는 악기에 재촉하지 않고 살았지만 돈 버는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는 여전히 악기 만드는 일이 즐겁다.

“악기 만드는 일이 내겐 전혀 힘들지 않아요. 69종 국악기를 다 만들어서 하나뿐인 전통국악기 박물관을 짓고 싶어요. 아산에서요. 그걸 아산에 기증하고 생을 떠나려고요. 근데 그것을 다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어요, 나이가 많아서 허허.”

안타깝게도 서양 악기에 밀려 극소수 수요자들만 찾는 국악기. 그러나 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국악기를 만들 것”이라며 국악기 만드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