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알고 준비하면 길을 헤매지 않는다
먼저 알고 준비하면 길을 헤매지 않는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0.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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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대 변혁 예고 제1탄
 
 
조성훈 본스터디학원장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들 입학 비리라는 명목하에 대한민국이 연일 시끄럽다. 한참 지난 표창장의 진위를 밝히는 데 온 특수부 검찰이 동원되어 압수수색은 기본이고 관련자 색출을 위해 검찰 역사 이래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종이 한 장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두 달을 달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첫머리에 현 시국의 웃픈 현실을 소환한 데는 다름 아닌 2028년 대입제도 전면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전국 교육감들이 현재 대입제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을 비롯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딸과 아들 입학 특혜 및 논문 관련 논란도 같은 선상에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를 없애자는 논의가 아니고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논의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학종의 공정성 시비로 수능으로 돌아가는 것은 후손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것이다.

자신의 80년대 90년대 입시를 생각하고 2030년~2040년대를 살아갈 아이들 입시를 수능으로 돌리자는 이기적인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바뀌는지 알고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혼란을 덜 겪을지 짚어본다.

입학사정관제도로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외부 활동내용이 입시에 반영되는 것이었다. 외부 스펙이 들어갔기 때문에 기회 형평성에서 비대칭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돈이 없으면 급이 좋은 봉사(?)도 할 수 없고 각종 올림피아드 대회 준비나 토익, 토플 등 큰 비용이 들어가는 공부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대입제도가 학생부 종합전형이다. 외부 스펙을 차단한 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 생각하면 된다. 2004년 10월 교육부는 교육혁신위원회 안으로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 발표한다. 수능 위주 입시를 벗어나도록 수능 등급을 확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혁신위원회에서는 극단적으로 2개 등급으로 줄이려 했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을 빼고는 모두 반대해서 결국 9등급제가 채택된 것이라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수능 등급을 줄이면 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학생의 다양한 부분을 검토해서 선발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입학사정관 전형인데 이것이 변질해 외부 스펙싸움으로 번지자 급하게 진화한 방법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당연히 졸속한 판단이었고 많은 보완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전문 입학사정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 이렇다 보니 고등학교 현장 불협화음과 대학 선발 공정성 시비도 지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최근 최순실 딸 입학비리, 나경원 의원 딸 입학비리 등으로 불거지기 시작했고 조국 법무부장관 딸 표창장 위조 관련 의심으로 곪아 터져 나온 것이다. 오히려 잘된 일이란 생각도 든다. 언젠가는 반드시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제도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점이 입학사정관제도를 탄생시킨 노무현 정부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현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그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앞뒤 안 가리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멍청한 교육 정책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수능 위주 형식적 평등을 깨고 학생들의 다양한 환경과 차이를 인정하는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겠다는 그때의 진심이 살아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언론의 편파적인 수시와 학종을 비판하는 거짓 프레임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소신껏 대입제도를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제로 일선 교사와 시민단체 여론 조사결과는 학종을 폐지하자는 비율이 훨씬 낮음이 확인되었다. 잘못된 부분이나 공정하지 못한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우세하고 수능 위주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매우 낮다는 말이다.

왜 현장의 교사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수시 제도가 교사들에게 훨씬 일거리가 많아짐에도 이를 옹호하는 것이 단순히 교사들 영향력이 커져서라기보다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가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앞으로 바뀌게 될 평가방식이나 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에 대해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