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8.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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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광대들 : 풍문조작단 (2019)
 

세조 집권 8년 후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세조 10년 5월 2일에는 회암사에서 원각 법회 중 환한 빛과 채색 안개가 공중에 가득 차더니 부처님이 나타났고, 세조 10년 6월 19일 원각사 위에 황색 구름이 둘러쌌고, 사방에서 꽃비가 내렸다.

또 세조 12년 윤삼월 28일 임금의 금강산 순행 중에는 땅이 진동하고 황금빛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더니 화엄경 속 담무보갈이 1만2000 보살의 권속과 함께 나타났다고 기록돼 있으며,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 현상은 무려 40여 건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은 학계로부터 다른 실록들에 비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사료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역사적 기록에 대해 의심(?)을 품은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보면 사실을 확인할 길 없는 백성들은 풍문에 의해 좌지우지한다. 풍문 덕분에 백성들은 사육신과 생육신의 진실을 반대로 알 수밖에 없고,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단숨에 ‘하늘이 도와주는 왕’으로 거듭난다.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바람 타고 떠도는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일명 ‘카더라’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거짓 정보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게다 파급 효과는 얼마나 큰지 10여 년 전엔 멀쩡히 살아있는 유명 연예인이 죽은 사람으로 둔갑한 적도 있었다.

며칠 전 광화문에서 있었던 어느 정당의 집회를 두고 주최 측에선 ‘장외투쟁에 10만 명 운집’ ‘2030 청년들 대거 참여’라고 발표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3만 명 정도로 추정’ ‘참가자 대부분이 6070 어르신들’이라고 보도했다.

과연 이 두 가지 정보 중 거짓은 어떤 것이고,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