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인터뷰 - 도계민화박물관 김경희 관장
집중인터뷰 - 도계민화박물관 김경희 관장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8.01.05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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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민화(民畵)에 관심 갖길 바라”

“민화란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생활 그림입니다. 우리 전통 그림인 동시에 이야기가 있고 뜻이 담겼고, 신앙을 표현하기도 해요.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는 신윤복 김홍도 이름을 대면 다들 단박에 고개를 끄덕이죠.”

구성동으로 방향을 잡아 한참을 달리다 꺾어든 한적한 길. 조금 더 들어서니 단출한 가옥이 반긴다. 지나는 길에 흘깃 보았더라면 가정집으로 여겼을 법한 외양. 도계민화박물관의 첫 인상이다.

도계민화박물관은 우리 옛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있는 민화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하는 사립박물관이다. 충남도에는 아산정린박물관(아산) 온양민속박물관(아산) 한국도량형박물관(당진) 한국문인인장박물관(예산) 한국식기박물관(홍성) 한국토종씨앗박물관(예산) 등 사립박물관이 있다. 그 중 도계민화박물관은 천안시 유일의 사립박물관(사단법인 한국사립박물관협회 등록 기준)이다. 약 200여점의 민화가 전시되어 있거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도계민화박물관 김경희 관장

 

김경희(57) 관장은 3년여의 준비 끝에 2016년 1월 박물관을 개관했다. 2년 여간 박물관을 운영해오는 동안 곳곳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3일(수) 김경희 관장과의 만남에서 들었다.

김경희 관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아시아문예진흥원(이사장 김태민)이 개최한 아시아문예대상 시상식에서 명장명인부문 문예대상을 수상했다.

 

 

-. 민화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학교 시절 민화를 시작해 40여년 해왔다. 시작할 당시만 해도 민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다들 왜 민화를 그리느냐고 했다. 그런데 왠지 민화에 끌리더라. 그렇게 한 길을 걸으며 작품 활동을 해오다보니 그림을 교환하거나 구입하는 등 작품을 꽤 많이 소장하게 됐다. 이것을 혼자만 보고 감상하기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2016년 1월 박물관 문을 열었다.

-.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소개한다면

김경희 관장의 작품. 일월오봉도

 

다양한 민화 작품들이 있다. 화접도(꽃과 나비) 화조도(꽃과 새) 풍속도 미인도 어가행렬도 등을 소장하고 있는데, 1800년대 작품들도 몇 점 있다. 스승이신 고안 김만희 선생님(1996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민화장 지정)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모두 전시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전시실에 50~60점을 전시한다.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하고, 시기마다 작품을 교체하고 있다.

 

-. 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많은가

최근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알음알음으로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게 되었다면서 서울 등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또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교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학교 단위로 박물관을 찾아 민화를 보고 배우는 청소년들도 많아졌다.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다 보면 의외로 민화에 대해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학교 교육에서도 민화를 많이 다루고 있는 것 같더라.

-. 전시와 함께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활동은 무엇이 있나

도계민화박물관 전시실

 

민화를 전시하는 동시에 민화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보급시키기 위해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민화수업이 일주일 4일(수 금 토 일) 있고,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외부로 강의도 나간다. 민화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요청이 오면 어디든 기꺼이 나선다.

-. 개인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오롯이 개인의 힘으로 운영해야 하니 왜 어려움이 없겠나. (사)한국사립박물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에 따른 지원 외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수업을 진행하거나 회원들이 힘을 모아주니 겨우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더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다. 2년 정도 걸려 완성한 작품으로 여덟 폭 어가행렬도가 있는데, 공간이 허락하지 않아 펼쳐놓을 수 없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어 안타깝다.

외국의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박물관이 많다. 지역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그만큼 모두가 아끼고 보존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러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처음 박물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우 표지판이 없어서 근처에서 헤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박물관을 알릴 수 있는 표지판이라도 지원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교육실에서 진행하는 민화수업

-. 앞으로 목표나 바라는 바가 있다면

2년 동안 박물관을 운영해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고, 실제로 찾는 이들도 꽤 있다. 그만큼 우리 전통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기에 박물관을 더 잘 운영하고 싶은 소망이 크다. 비록 공간은 넓지 않더라도 전통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박물관을 잘 운영해서 사람들이 민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동시에 바람이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정골1길 73-9(구성동)

문의 : 041-562-6565. 070-8112-2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