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김선혜 대표
충남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김선혜 대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7.12.22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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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도록 이끄는 교육”

충남도에 행복나눔학교가 선보인지 이제 3년이다. 2009년 경기도에서 도입한 ‘혁신학교’를 충남도는 2015년부터 ‘행복나눔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육현장에 적용했다. 2015년 시행 첫 해 행복나눔학교 21곳, 행복나눔준비교 10곳으로 시작해 올해 행복나눔학교 54곳, 행복나눔준비교 14곳으로 지정학교를 늘렸다. 내년에는 행복나눔학교 74곳, 행복나눔준비교 10곳으로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충남도교육청의 역점사업인 행복나눔학교는 학생들에게 학부모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충남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김선혜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명칭은 편의상 혁신학교로 통일했다.

 

-. 학부모 입장에서 혁신학교란 어떤 의미인가

혁신학교는 아이에 집중하는 학교다. 학교는 아이가 우선이고, 수업은 아이들의 시간이다. 학교 공간은 아이들의 것이다. 간혹, 혁신학교에서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결코 아니다. 일제고사나 등수가 없을 뿐 아이들은 자신이 중심이 되어 수업을 주도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간다.
그를 경험한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학교행사의 중심이 되게 하니 목소리를 내더라. 실제, 아이들은 의견이 있으면 바로 교장실 문을 두드리고 전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 건 학교내부에서만이 아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동네에 야시장이 열렸는데,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내 문을 닫게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야시장을 동네 축제로 여겼더라. 그래서 회의를 통해 손편지를 써서 관리사무소 앞에 내용을 붙여놓았고, 그것을 본 주민들이 마음을 바꾼 일이 있었다.

 

-. 학생들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동시에 학부모도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교육정책이 나오고 학교에서 실천한다고 해도 학부모가 가정에서 반대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그동안 학부모도 혁신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함께 배우고 변화하며 교육공동체로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갈 수 있었다. 학부모의 시선이 학교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잘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방향으로 향하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지더라.

 

-. 기억에 남는 변화는 무엇이 있나

대표적으로 체육대회를 들 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어떻게 참여할지 정식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냈고, 학교는 모든 것을 수렴하고 검토해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종목을 아이들이 정하게 됐다. 오전에는 학급마다 제안하는 종목을, 오후에는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을 진행했다. 또한 학부모 제안으로 플리마켓이 열렸다. 아이들이 상업의 가치와 동시에 기부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였다. 함께 의견을 내고 결정해 진행하니 학교 학부모 학생 모두가 즐거운 자리였다.

 

-. 혁신학교 학부모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평범한 학부모였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교육계에서 일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 경시대회를 한 번 보게 할까 싶었다. 사교육에 있으니 노하우가 많지 않았겠나.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차 싶은 순간이 왔다. 아이가 문제를 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다. 그 순간,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아이에게 버거운 문제를 계속 풀게 하고 다그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의 학년 수준에서 절대 떨어지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을 데리고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은 각성이 왔다.


이후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하다가 혁신학교를 알게 됐다. 그런데, 이건 나 혼자 공부하고 준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그전에는 나 혼자만, 내 아이만 잘 돌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혁신학교를 만나면서 시선이 넓어졌다. 선생님을 더 이해하게 되고. 함께하는 교육을 생각하게 됐다. 아이 때문에 시작했는데, 엄마도 함께 자랐다고나 할까.

 

-혁신학교가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선생님들의 업무 분담이다. 혁신학교는 각 학교마다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다. 그만큼 선생님들의 고민과 업무가 많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는 일반교의 모든 업무에 혁신학교 업무가 중첩되어 있다. 업무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6일 워크숍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은 의견이 나왔다. 혁신학교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이후 학제에서 연계되지 않으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행복교육지구에 대한 요구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행복교육지구가 무엇인가

혁신학교의 유-초-중-고 연계라고 할 수 있다. 되도록 어릴 때부터 혁신교육을 받고, 이후에도 교육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은 초등에서 혁신학교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그동안의 사례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 학부모들은 이에 대한 불안함이 크다. 결국엔 줄 세우기 입시로 들어서게 된다면 어떻게 온전히 아이들만 바라볼 수 있을까. 행복교육지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 혁신학교를 설명한다면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혁신학교는 잘 들여다봐야 보이는 학교다. 단번에 변화를 보일 수 없고, 그러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믿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학교다. 건강한 공교육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고민이고, 그 모델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니 믿고 지지하고 지켜보면 좋겠다.


한 교수님과 만남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고 하시더라. 자신의 꿈을 ‘판사’ ‘변호사’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라 하고 ‘교사’ ‘교수’ 가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면 꼭 그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그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혁신학교는 그런 교육이다. 자신이 해낸 한 단어의 결과보다 해나가는 과정 순간순간의 의미를 크게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 결국 가정과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교육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