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너의 생일에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네가 없는 너의 생일에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4.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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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생일(2019)
 
죽은 아들 수호가 보냈던 메시지를 보며 우는 순남, 가족들이 힘들 때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한 정일, 물이 무서워 작은 욕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동생 예솔이, 친구를 떠나보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하는 것이 미안한 친구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사건 후 남겨진 가족과 주변인들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순남은 동네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오늘도 덤덤한 듯 하루를 버티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현관 등이 켜질 때마다 혹시나 수호가 온 건 아닐까 하는 기대에 현관문을 바라보지만, 환한 불빛만 남아있을 뿐이다.

시아버님의 기일에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작은아버지란 사람이 “보상금은 얼마나 받았냐?”라고 묻는다. 이 말을 들은 순남은 홀연히 사라졌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수호의 방에 들어가 마치 수호가 방 침대에 앉아있는 양 “엄마가 옷 사 왔는데 어떠냐” “돌아오는 이번 생일에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금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이미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인지 동네 할아버지는 익숙한 듯 창문을 열고는 먼 산을 바라본다.

수호네 가족들에겐 수호의 기일보다 생일이 더욱 힘든 날이다. 수호는 없지만, 수호의 생일은 매년 돌아온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도대체 그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괜찮아질까?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5년이 지났다. 죽은 자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리움과 슬픔은 산 사람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쭙잖은 위로 따위로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보듬어 줄 수 없음을 안다. 다만, 쓸쓸히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슬픈 영혼들이 그곳에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부디!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