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이어온 세월의 맛, ‘원조 옥수사’
48년 이어온 세월의 맛, ‘원조 옥수사’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1.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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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손맛 밴 돼지고기 수육과 세월 감아올린 칼국수의 조화
세상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 참 많다. 입에 길든 음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결같이 편안한 돼지고기 수육 맛을 간직해온 것으로 유명한 ‘원조 옥수사’가 그러하다.
 
원조 옥수사(이하 옥수사)는 100년 전통 천안중앙시장 한 모롱이에서 지금도 여전히 원조의 명성 그대로 변치 않는 시간의 맛을 전한다. 수십 년간 이 시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랑을 달게 받아온 옥수사. 48년을 지켜온 원조의 손맛을 보러 갔다.

옥수사의 메뉴는 오직 두 가지. 하루 두 번 삶아내는 수육과 옛맛 가득한 칼국수, 두 메뉴만 파는 데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맛집이어서 방송이나 언론이 자주 노크하는 곳이다. 하지만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는 일은 없다고. 기자가 간 날은 다행스럽게 인터뷰에 응해주어 원조 옥수사 손맛 내림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횡재했다.
 

원조 옥수사만의 비장의 소스가 수육 맛 더해 
 
수육(水肉)의 어원을 찾아보니 ‘삶은 고기’를 뜻하는 숙육(熟肉)이 본말이다. 편리하게 발음하기 위해 수육으로 변형됐다고 한다. 주로 소고기 삶은 것을 부르는 말이었는데 요즘은 돼지고기를 삶은 고기를 수육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돼지고기 수육은 소고기보다 저렴하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돼지고기를 물에 삶으면 맛과 영양이 빠질 것 같으나 실은 불필요한 지방과 불순물을 제거해주어 건강에 더 이롭다. 장수하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로 돼지고기 수육을 꼽는 이유가 그것이다.

특히 옥수사는 돼지고기 수육 맛을 훨씬 돋워주는, 예사롭지 않은 비장의 소스가 있어 남다른 수육 맛을 선사한다. 달콤하면서 새콤한, 조화로운 고추장 맛이 일품이다.
 
수육 소스

무슨 재료로 이런 맛을 만들까. 궁금증이 솟았다. 대답하는 주인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예전부터 어머니가 해왔던 소스에 맛을 내는 들깻가루와 생강, 매실청 꿀 등을 더 첨가해 고추장 소스를 발전시켰지요. 전통은 지키되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나름 개발한 거예요. 그래서인지 단골로 오는 손님이 많아요.”

이 소스에 송송 썬 대파를 찍어 수육에 얹어 먹으니 그 맛이 찰떡궁합이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싹 잡아주는 영특한 맛이다. 여기에 입맛대로 고추와 마늘, 새우젓을 넣고 깻잎이나 상추에 싸 먹으면 흡족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 시절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수육 한 점이 주는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었으리라. 소스 배합을 알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으나 욕심을 거뒀다. 옥수사만의 비법을 알아낸들 아무래도 똑같이 재현하긴 힘들 것 같다.

 
국산 삼겹살과 친환경 국산 채소만 사용해 
 
옥수사는 철칙처럼 반드시 삼겹살만 사용한다. 거래하는 정육점에서 당일 들어온 고기 중 가장 좋은 물건을 받아서 쓴다.

“그래야 부드러운 지방과 살코기의 균형 잡힌 맛을 제공할 수 있거든요. 하루 두 번씩 고기를 삶아 준비한 양만큼만 판매해요.”

저녁 시간에 옥수사를 방문하고자 한다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물량이 일찍 동날 수도 있으며 예약을 해두면 시간에 맞춰 더 따끈한 수육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주인장이 자부심을 품는 또 다른 재료는 채소다. 친정에서 정성껏 직접 키운 친환경 채소를 공수해와 수육과 함께 낸다. 청양고추 마늘 배추 고춧가루 모두 국산이다. 상추와 깻잎은 무농약으로 직구매해서 사용한다. 음식의 질을 위해 비싼 값도 마다치 않고 최상의 재료를 사용했지만, 가격은 11년 전 그대로다.

 
옥수사의 전설 
 
사실 옥수사란 이름을 사용한 수육전문점이 천안에 세 곳이 있다. ‘프랜차이즈도 아닌데 왜 같은 이름이 여러 곳일까’하는 궁금증이 컸다. 주인장은 “돼지고기 수육으로 이름난 옥수사에서 어머니가 일하셨는데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어머니에게 물려주고 가셨던 것”이라며 “다른 곳도 처음 옥수사에서 같이 일하셨던 분들이 하시는 거로 안다”고 설명했다.
 

주인장은 1971년부터 원조 손맛을 지켜온 시어머니 민병찬씨의 뒤를 이어 2012년부터 이 가게를 운영했다. 시어머니 평생의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옥수사를 도저히 모른 체 할 수 없었던 것.

옥수사라는 이름은 구슬 옥(玉)에 물 수(水) 집 사(舍)의 뜻을 지닌, 수육과는 큰 상관 없어 보이는 이름이지만 이제는 천안 대표 수육전문점 이름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 시절 일과를 마치고 소주 한잔에 수육 한 점 들며 주고받는 인생 이야기는 삶의 노곤함을 달래주는 보약 같았으리. 두툼한 굴과 바지락이 들어있는 옛날 맛 가득한 칼국수에서 또 한 번 옥수사의 든든함을 느낀다. 사람들이 옥수사를 즐겨 찾는 이유 하나가 진한 세월의 맛이 담긴 이 칼국수인 듯하다. 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먹었는데도 속이 편안하니 이 또한 매력이다. 옥수사의 음식이 그러했다.

 
위치 천안시 동남구 사직로 10-6
문의 041-551-1202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