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인권진료소 ‘만나’에서 진료 시작한 최호성 한의사
발달장애인 인권진료소 ‘만나’에서 진료 시작한 최호성 한의사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1.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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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원활동! 처음엔 봉사로 시작, 지금은 내 삶의 일부”

인권소수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라!

1월 10일(목) 오전 11시 두런두런주간보호센터(이하 보호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인권진료소 ‘만나’가 문을 열었다. 불당동 약선한의원 원장 최호성 한의사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 보호센터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진료한다. 인권진료소는 보호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진료하고 있는 최호성 한의사
진료하고 있는 최호성 한의사

최 원장은 10여 년 전 시작한 장애인 진료소 활동이 계기가 되어 사회 곳곳의 현장과 장애인 노숙인 이주민 등 사회적 배려와 연대가 필요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의료 자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호성 원장은 “의료자원활동을 처음 시작한 건 장애인 진료 활동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있어서였다. 그 후, 장애인들을 본격적으로 만나면서 장애인 인권이나 연대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라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힘없는 소수 약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만들어진 것

장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어째서 이 부모들은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 된 것일까.

표현을 끌어내기 위한 인식 강좌
표현을 끌어내기 위한 인식 강좌

김미선(가명 30대 후반)씨는 “아이가 움직이지 못해 종일 누워만 있다. 배변을 받고 씻기고 밥 먹이는 것까지 모두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 나야 내 자식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우리 아이를 돌봐 주겠냐”라며 울먹인다.

의료 복지가 강화되고, 의료시설이 늘어나 이용할 수 있는 병원, 기관, 센터 등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치료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

교육에 참여한 친구가 허리 통증을 호소해 치료하는 중
교육에 참여한 친구가 허리 통증을 호소해 치료하는 중

지체 장애인 박 모씨는 “내가 어디를 가고 싶을 때 혼자 움직이지 못해 누군가의 등에 업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짐이 되는 느낌이다. 집 밖으로 나가면 사회적 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너무나 각박하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블록이 없으면 혼자 길을 찾기 힘들고, 발달장애인들은 보호자와의 동행 없이 집 밖에서의 활동이 어렵다. 이런 부분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큰 불편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우선 되어야 한다.


최 원장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확충뿐 아니라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개선도 시급하다. 장애인 하면 불쌍하고, 힘없고, 가난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장애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발달장애인의 진료는 소통과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

장애에는 시각 언어 청각 뇌병변 지체 발달장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장애인들 불편하지 않고, 경중이 있으랴만 성인 발달장애의 경우 유달리 주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성인의 몸으로 아이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순발력과 혈액순환 강화를 위한 달림 교육
순발력과 혈액순환 강화를 위한 달림 교육

발달장애란 어느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관계, 의사소통, 인지 발달의 지연 등 제 나이에 맞는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로 발달 검사에서 평균적인 정상 기대치보다 25% 정도 뒤처진 경우를 말한다.

최호성 원장은 “진료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과 친해지기 위해 진료할 때 노래와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한다”라며 “인권 진료는 보통 독립적인 공간에서 1명당 30분 이상 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발달장애인을 진료할 때엔 그분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의 진심이 통한 걸까. 처음엔 진료를 거부하던 환자들이 나중엔 스스로 알아서 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맙다며 한의원까지 와서 인사를 하는 장애인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발달장애인 인권진료소 ‘만나’에서 진료를 시작한 최호성 한의사는 “발달장애가 있는 분들과 건강한 만남이 되기 위해선 장애와 인권에 관심을 가지는 의료인이나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 인권진료소를 개소하게 되었다”라며 “흔히 장애인을 치료한다고 하면 장애를 치료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허리와 어깨 등 몸의 통증과 불안과 우울 등 마음의 불편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사회에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마음과 몸을 내어 진료하는 의료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약선한의원>
위치 : 천안시 불당동 730 드림프라자 303호
문의 : 041-522-1079 <facebook ID : comuno>

<두런두런주간보호센터>
위치 : 천안시 두정동 647 홍은빌딩 2층
문의 : 041-415-0877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