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시내버스 기사, 핸즈프리 전면 착용 그 후
천안 시내버스 기사, 핸즈프리 전면 착용 그 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2.2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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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친절하다는 의견 많아
기사에겐 인사 강요, 승객이 먼저 인사하는 경우 거의 없어

천안은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는 원성이 자자한 도시다.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 대부분은 배차시간 부족과 버스 운전자들의 불친절 등이다.


천안시는 이와 같은 불편 해소를 위해 시내버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시내버스 395대에 핸즈프리와 방송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그동안 계도 중심으로 이뤄지던 단속에서 11월 12일부터 여객자동자운수사업법에 근거해 개선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핸즈프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약 50일이 지난 지금, 얼마나 개선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았다.

 

시내버스 기사 친절도 개선, 글쎄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임윤미(38)씨는 천안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임씨는 “지나간 일이지만, 버스 기사가 운전 내내 휴대 전화로 통화를 해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 든 적이 있었다”며 “근래에 버스를 타고 터미널과 단대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내가 버스를 탔을 땐 인사를 하는 기사분들을 만나지 못했다. 친절한 기사를 못 만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친절교육이라는 것이 아직 별 효과가 없나 보다”라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13번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김민식(가명 13)군은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종종 백화점이나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기사분이 인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손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박정미(43 쌍용동)씨는 “얼마 전 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님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라며 “그렇다고 버스를 탈 때마다 들은 건 아니다. 그날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환승 포함해 4번 버스를 탔는데, 두 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시내버스 민원은 2015년 450건, 2016년 484건, 지난해에는 475건으로 다소 감소했고, 올해 10월 말까지는 351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근무복과 핸즈프리 착용하고, 인사도 반드시 해야 해

천안시에선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불친절 개선을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내버스 인사 문화 정착을 위해 연말까지 특별암행단속반을 편성해 근무복과 핸즈프리 착용 여부, 인사 생활화 여부를 단속하고, 미이행 시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선 명령은 시내버스 불친절 민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면서 이를 뿌리 뽑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

시는 연 2회 전 버스 운수종사자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친절버스 기사에게는 매년 근로자의 날 시장 상패를 수여하는 등 시내버스 친절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시내버스 이용객들의 불편 불친절 민원은 여전하다. 주로 발생하는 민원은 손을 안 흔들고 탑승한 승객에게 욕설, 학생들에게 막말이나 욕, 운행 중 기사가 편의점엘 다녀왔다거나 운행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이다.


천안시 대중교통 담당자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에도 친절행위를 보이는 버스 기사는 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불친절 민원 해소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안전이 우선이지, 친절이 우선은 아니야”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시에선 불친절 민원 해결을 위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안 시내버스 기사들 역시 불친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핸즈프리 착용과 인사 의무화는 시행착오라는 입장이다.


새천안교통노동조합 김영호 부지부장은 “불친절한 기사들이 있는 건 인정한다. 친절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친절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친절하게 해라!’ 해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냐”며 “지금처럼 강압적인 분위기에선 진심에서 우러난 친절한 인사가 나오긴 어렵다”라는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천안시 대중교통 정책에 따라 인사를 하지 않거나 핸즈프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버스에 설치되어있는 CCTV를 판독해 과징금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리고 있다. 불친절 기사에 대한 과징금은 기사 개인이 아닌 버스회사에 부과된다.


시내버스 운전자 A씨는 “버스 운전자들이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친절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라며 “시내버스 특성상 정류장마다 멈춰 승객을 태우고 내려줘야 한다. 승하차 시 탑승객들의 안전에 유의해야 하고, 교통카드가 잘 되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핸즈프리에 줄이 연결돼 있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신경 쓰인다. 운전할 때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김 부지부장은 “기사들이 ‘안녕하세요’라고 했을 때 인사를 안 받아주시는 분들이 있다. 이게 운전자 입장에선 굉장히 무안한 상황”이라며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과 승객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승무원들의 인사를 반갑게 맞아주시면 서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