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여성 삶의 구술 기록 허스토리 ‘충남 여성 라이브’
충남 여성 삶의 구술 기록 허스토리 ‘충남 여성 라이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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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야기? 다름 아닌 우리의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아니 인류의 절반인 여성으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또 사회적 약자로서 세상을 산다는 것은…. 그 두 가지를 함께 어깨에 지고 산다는 거, 짐작만 해도 먹먹하다.
대한민국 안에서 여성으로, 노동자로, 성 소수자로, 장애인으로, 외국인으로, 또 감정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충남인권활동가모임 부뜰’에서 기획 진행한 ‘충남 여성 라이브’다.

당당히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다시는 이런 아픔과 차별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성들이 밝힌 충남 허스토리,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외국인 미성년이 한국에서 감당해야 할 것들

경험이 없는 보통 사람은 ‘외국인이어서 당해야 하는 편견과 부당이 뭐 그리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국제화 시대를 향한 우리나라도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살고 있지만 그들이 느끼는 차별의 강도는 한국인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외국인 국적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것이 차별적인 정책이라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더 뜨겁게 차별을 느낀다.
파키스탄에서 온 사라칸씨는 “고교 졸업 후 취업하고 싶었지만 외국인 미성년인 이유로 취업이 어려웠다. 대학진학을 준비했는데 심지어 대학 입학 서류 중에도 ‘재정 입증능력 서류’가 있었다. 외국인은 대출도 어려운데 미성년인 제가 제 능력으로 등록금을 낼 수 있다고 입증해야 하더라. 공부 잘하고 조건 다 돼도 이거 안 되면 말짱 꽝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SNS에서 임신중절 합법화를 주장하는 단체를 봤는데 학교 교육과 달랐다. 왜 시위를 하는지 궁금해 댓글을 봤더니 지금까지 받은 성교육과는 딴판이었다. 페미니즘은 전부 그들이 경험한 것들이었다. 잘못된 게 눈에 보이자 사라칸씨는 친구와 시위와 참여했다. 사회를 바꾸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과 가장 친한 사람이 성 소수자라면…

트랜스젠더를 향한 부정적 시선은 여전히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다. 성 소수자의 의사 표현하는 일을 자주 하는 임푸른씨는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편견 없이 대해주길 바랐다.
“드러나는 성별과 다른 모습을 지향하기 때문에 더 티가 났고 티가 나니까 사람들이 달라져요. 당신의 가족 친구 지인이 성 소수자일 수도 있어요. 만약 그들이 당신의 편견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산다면? 당신이 친근하게 어울리던 사람이 성 소수자라고 고백했을 때 다르게 대할 건가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DSN(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2012년엔 ‘성 주체성 장애’를 ‘성별 위화감’으로 변경했다. 올해 세계보건기구 질병분류체계에서도 트랜스젠더를 ‘성별 불일치’로 바꿨다. 이젠 의학적으로도 병으로 보지 않는다. 임씨는 “성을 바꾸고 싶은 게 병이 아니라 이로 인해 주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병이 된다”고 말했다. 임푸른씨는 타인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재택근무를 많이 해야 했고 남자와 여자를 오가며 살아온, 성 소수자이기에 더 안으로 밀어 넣었던 어디서도 하지 못한 이야기보따리를 책에서 풀었다.

감정 노동자의 고통, 알면 함부로 말 못 해

갑을오토텍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가 있다. 무시무시한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파괴하고 노동자의 자살까지 불러온 갑을오토텍의 갑질. 회사의 갑질에 몸과 마음이 죽어가는 노동자들, 그 갑질에 힘없이 피폐해지는 노동자들의 삶을 여성의 몸으로 겪은 이야기가 온몸을 쓰리게 한다.
감정 노동자로 근무한 여성의 분노할 일상도 들어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비스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졸렬한 우월감으로 상대를 비인격적으로 대하면 본인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비위까지 맞춰야 하는 게 ‘친절’이었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자존감에 먹칠하는 갑질 손님들의 행태를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감정 노동자들은 오늘도 눈물을 삼킨다. 그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고단한 인생을 글로 옮겼다.

당신은 평생 장애 없이 산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인권을 상담하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이 오히려 더 인권을 무시당해왔고, 그곳에 오히려 시대에 퇴보하는 성차별이 만연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금은 폐쇄된 곳이지만 인권을 살펴야 할 그곳에서 더 심한 불평등이 자행됐던 것.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성차별을 어떻게 해소해나갈 것인지, 더욱 성숙한 인권의식의 확산을 위해 전국민적인 고민과 반성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하나 더, 충남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진행성근이영양증’이라고 하는 근육병이 있는 장애인이다. 서서히 근육이 굳어가는 병이다. 생각만 해도 온갖 불편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그는 세상을 긍정한다. 자신이 가지거나 누리고 사는 것이 있다고. 아픔과 불편함을 늘 품고 사는 그가 모든 것을 다 가져도 불만인 비장애인들에게 반성의 씨앗을 나눠준다. 가슴에 심으라며.
중요한 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듣겠다는 자세다. ‘부뜰’은 충남 여성들의 삶에 대한 구술 기록 ‘충남 여성 라이브’를 무료로 나누어 준다. 내용도 길지 않아 술술 읽힌다. 우리 모두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임을 상기하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편견을 잘라낸다면 우리가 더 살기 나은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충남인권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에게서 듣다>

“10월 26일(금) 천안시 두정동 ‘공간사이’에서 ‘충남 여성 라이브 북 콘서트’를 열었다. 히스토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여성들 이야기 허스토리를 묶고 싶어서다. 아이디어만 있던 중 공익활동지원센터 지역사회혁신 공모에 선정돼 사업을 진행했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불평등과 차별 경험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당사자가 당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이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드러내는 건 개인의 문제로 끝내지 않고 우리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상이 보잘것없게 느껴져도 실은 굉장히 소중한 기록이다. 이것이 역사이고 사회다. 이런 인식이 확산돼야 우리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구술 기록은 별도의 구술 기록 교육을 받아 진행했다. 부뜰 회원 정인식씨, 바람(이진숙 부뜰 대표), 시연(필명), 정연희씨가 구술 기록을 맡았다.
부뜰은 인권교육활동가로서 지역 인권 실천을 함께하는 단체다. 충남인권지키기 연대 활동과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 활동을 진행한다. 청소년학생인권실태조사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에도 참여했다.
지난번 민주시민교육 기초과정은 성황리에 끝났으며 현재 민주시민교육 심화과정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11월 3일(토)는 청소년 대상이며 10일(토)는 일반 시민 대상이다.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하며, 3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문의 : 010-5423-3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