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낙동강전국듀애슬론대회 40대 여 1위 김영숙씨
구미낙동강전국듀애슬론대회 40대 여 1위 김영숙씨
  • 노준희 기자
  • 승인 2017.12.07 22: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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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꾸준히 하니까 저도 해낼 수 있더라고요”

“근데 제가 기삿거리가 되나요?” 김영숙(48)씨가 연신 물었다. 자신이 뭐 그리 대단하기에 인터뷰하러 왔냐고.

겸손함이 밴 김영숙씨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았다. 요즘은 철인3종경기 이야기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려 낯설지 않다. 하지만 직접 도전하기엔 무시무시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40대 후반 여성이 철인3종경기 입성 2년 만에 전국대회 1위를 달성했다. 그들의 세계에선 별 것 아니겠지만, 운동과 등지고 사는 여성들에겐 ‘넘사벽’의 세계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운동의 달인으로 거듭난 김영숙씨 이야기를 들었다.

아픈 몸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 =

10여 년 전만 해도 김영숙씨는 운동을 잘하지 못했다. 좋아하지도 않았다. 운동과 먼 생활은 몸을 아프게 했다. 자꾸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가야 했다. 골다공증 초기였다. 의사는 김씨에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을 권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닌데 의사 말대로 열심히 수영하러 다녔죠. 그랬더니 잘하게 되더라고요.”

수영을 잘했더니 대회 출전의 기회가 생겼다. 별 고민 없이 나갔고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다. 그렇게 열심히 수영만 했는데, 같이 수영하는 선배가 철인3종경기를 권했다. 트라이애슬론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냐고 거절했죠. 2년간 설득하는 선배를 결국 못 이겨 도전해봤어요. 근데 완주한 기쁨이 정말 컸어요. 매우 재밌더라고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아산 장영실과학관까지 왕복하는 거리 =

지난해 처음 도전한 종목은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 수영 사이클 마라톤 3가지만으로 56.5Km를 완주하는 스포츠다. 흥미가 붙었다. 여건이 되는 한 다양한 대회에 출전했다.

올해만 세 번째. 세종과 천안에서 실시한 전국대회에서는 2위에 올랐고,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열린 2017구미낙동강전국듀애슬론대회에서 영예의 1위를 달성했다.

대회 당일은 당시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달리기 5Km를 뛴 후 사이클 40Km를 달리고 다시 달리기 10Km를 뛰는 듀애슬론 종목이다. 성과가 좋았다. 보통 듀애슬론 경기 최단기록이 2시간 40분대에 이르는데 김씨는 이날 2시간 32분 2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도로 사정이 좋았고 그날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김씨의 겸손함과 달리 그가 뛴 거리는 만만치 않다. 총 55Km 구간이다. 아산 장영실과학관에서 천안 독립기념관까지 편도가 아닌 왕복 거리와 맞먹는다.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열심히’ ‘꾸준히’ 하는 운동이 최고 =

철인3종경기는 철저히 나이와 성별을 가려 경기를 진행한다. 매우 강도 높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여성 선수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운동이라곤 숨 쉬는 것밖에 하지 않는 강심장을 지닌 여성들에겐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김영숙씨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 사람들이 하는 것 보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열심히, 꾸준히 운동했어요. 상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주를 목표로 뒀기에 떨리는 것도 없었지요.”

충남 대표로 참여한 2017전국생활체전에는 파도 때문에 자전거를 실은 배가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해 빌린 자전거로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성적이 좋을 수 없었지만, 참가 자체가 재밌고 즐거웠다. 운동을 즐기는 자신의 삶이 행복했다.

“스트레스 쌓일 때마다 운동하세요. 그럼 다 풀어져요. 이것저것 핑계 대려 애쓰지 말고요. 그럼 더 재밌고 내 몸이 정말 건강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