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가업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삼대기름집’
4대째 가업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삼대기름집’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0.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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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믿음으로 이어온 90년, 고객의 미소와 정이 넘치는 곳

‘2018 천안 전통업소’에 선정된 ‘삼대기름집’을 방문했다. 한 번에 찾지 못해 물어물어 발길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가게 안은 손님들과 참깨 들깨 고추 등 곡물 보따리들로 가득하다. 

소박하고 아담한 삼대기름집 전경
소박하고 아담한 삼대기름집 전경

기름집 내부 사진을 찍고 있으니 “누군데 자꾸 사진을 찍냐?”며 핀잔을 주는 손님이 있다.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 그제야 “마음 놓고 찍으라”는 허락 아닌 허락이 떨어진다. 요즘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식구도 아닌 타인이 이 정도 관심을 보이다니.

4대가 한자리에 (1대 故 현재성·2대 故 현석민씨 사진을 들고 있는 3대 현원곤 대표(우)와 4대 현상훈씨)
4대가 한자리에 (1대 故 현재성·2대 故 현석민씨 사진을 들고 있는 3대 현원곤 대표(우)와 4대 현상훈씨)

‘삼대기름집’은 무려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거기다 90년째 한 곳에서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다. 40년째 단골이라는 강해숙(67. 천안시 쌍용동)씨는 “여기는 순수 국내산만 사용한다. 식구 대하듯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도 좋다. 또, 수입산 농산물과 절대 섞지 않는다. 어떤 방앗간에선 맡겨놓고 가면 양 속여서 기름 짜고 그러는데 여기는 그런 게 일절 없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늘어놓는다. 옆에 있던 조송자(78. 천안시 안서동)씨 또한 “오늘 도토리 빻으러 왔는데, 나 역시 믿고 다닌다”며 한마디 거든다.

엿기름을 분쇄기에 넣고 있는
현원곤 대표

깨를 사러온 손님에게 깨를 담아주는 삼대기름집 현원곤 대표는 “정량보다 더 담았어요, 형님. 형수님한테 얘기 잘 해주셔”라며 깨 한 말을 건넨다. 기름을 짜던 현 대표 아들 현상훈(41)씨는 가격을 치르는 어르신에게 기분 좋게 에누리해 준다.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시구요”라며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상훈씨의 인사가 정겹기 그지없다.

디딜방아로 시작해 지금은 인터넷 판매까지

삼대기름집은 개성에서 기름집을 하던 1대 故 현재성씨가 사직동 작은 재빼기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 그 후 2대 故 현석민씨가 운영했고, 그 뒤 3형제 중 맏이인 현원곤 대표가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어받았다. 지금은 현원곤 대표와 그의 아들 현상훈씨가 함께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답게 삼대기름집 역사 또한 유구하다. 1930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디딜방아’였던 가게 이름이 ‘천안기름집’을 거쳐 지금의 ‘삼대기름집’으로 바뀌었다. 
기름을 짜는 도구 또한 대를 거치며 변화했다. 1대에는 디딜방아를 사용해 직접 깨를 빻고 기름을 짜는 방식이었다. 2대엔 발동기가 달린 기름 짜는 기계를 사용하다 3대에 최신형 컴퓨터 기계로 교체했다. 현원곤 대표는 “최신 기계로 바꾸고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긴 했는데, 디딜방아를 처분한 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워요”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4대 현상훈씨가 운영에 참여하며 삼대기름집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인터넷 판매를 개시해 온라인에서 삼대기름집 상품 구입이 가능하다. 상훈씨는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업 계승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기름 짜는 일을 물려받은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

기름 짜기에 열중하고 있는
현상훈씨

현상훈씨는 가업을 물려받기 전 교직에 있었다. 교사의 길을 접고 젊은 나이에 가업을 물려받아 일하고 있는 상훈씨의 사정이 자못 궁금했다. 상훈씨는 “언젠가는 가업을 이어 받을 생각이었어요. 다만 그 시기가 정확하지 않았는데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교사(초등학교) 생활을 한 20년 정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시는 바람에 아버지께서 혼자 일하시게 돼서 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거죠”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상훈씨의 효심이 통한 것일까. 지금 삼대기름집의 안주인 전유산씨의 건강은 회복된 상태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기름 짜는 모습을 보고 자란 상훈씨에게 기름을 짜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것인지 묻자 “지금 아이가 11살이에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여기에 오면 기름 짜는데 옆에서 거들어 주곤 해요. 아이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아이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라며 웃어 보인다. 
4대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니 이제는 4대기름집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내년쯤이면 상호가 바뀔 것 같다”고 상훈씨가 귀띔한다. 마지막으로 현원곤 대표는 “앞으로 4대뿐 아니라 5대 6대 계속 가업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천안시 동남구 중앙시장길 25-29
041-551-2547. www.4dea.co.kr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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