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의 실천 현장 홍성 ‘행복농장’
사회적 농업의 실천 현장 홍성 ‘행복농장’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9.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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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또 다른 능력, 사람과 세상을 잇는 ‘치유’를 발견하다

홍성군에 있는 ‘행복농장’을 다녀왔다. 행복농장은 충남에서 유일하게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농장으로, 최근 이곳을 견학하는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는 곳이다.

‘사회적 농업’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농업을 통해 장애인과 고령자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봄과 교육,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농업이 그 중심에 있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지역이 일정 부분을 통합적으로 맡는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지난 13일(목) 선문대학교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위원은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농업실천을 말한다”며 “급여 노동을 수행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통합을 지향하거나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의 재활 교육 돌봄을 촉진하거나 아동 노인 등 특정집단에게 농촌이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을 지닌 농업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직업 재활 도와 실제 고용 이뤄진 곳

행복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신규 추진하는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시범사업’ 대상지 9곳 중 한 곳이다.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농업과 돌봄을 함께 적용하기 위해 ‘자연구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연구시는 농업 활동을 바탕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자 진행하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이다.
농사와 요리 체험 위주의 1일 자연구시와 4박 5일 동안 10여 명이 농장의 일상공동생활을 겪어보는 기초과정, 2~3주 정도 출퇴근하며 3~4명이 자립생활을 해보도록 돕는 심화과정, 3~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해보는 인턴십 과정이 있다.

행복농장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루기 쉬운 농작물을 함께 재배한다. 장애인들은 마을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지역과 소통하는 기회와 다양한 경험들을 차례로 만나며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현재 이 과정들을 모두 수료한 장애인 2명이 행복농장과 오누이협동조합에 인턴으로 실제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행복농장 최정선 실무이사는 “시설하우스 4개동에서 바질 애플민트 루꼴라 등 허브와 꽃모종을 재배하고 수확한다. 허브는 여러 가지 기능들로 일상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만큼 향이 좋은 허브를 만지고 따는 일은 만성질환자의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며 “자연구시 프로그램에 3번이나 참여한 사람도 있다. 힐링하러 자연구시에 참여한다는 사람, 선생님들을 보러 온다는 사람 등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근처 금마중학교에 가서는 ‘돌보는 농부학교’라는 이름으로 특수학급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지역에서 농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매뉴얼을 제작 중이다.

알고 보면 조상들이 해온 방식 사회적 농업이라 불러

우리나라는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향약과 두레로 공동체를 형성해 협동을 실천했으며 공익적 가치로만 따져도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은 수십조를 훨씬 웃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막대한 공익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지지는 한참 부족하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이웃을 돌보는 게 당연했다. 현재는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이웃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장려하고 있다. 공익적 가치가 큰 농업이 더불어 사는 마을 안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접목해 사회적 농업의 긍정성의 가치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행복농장에서는 이 가치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인 돌봄이 농업이라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한 체험객은 “우리가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동네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이웃집 자녀에게 간단한 농사일을 맡기고 약간의 용돈을 주는 일이 있었다”며 “그런 게 사회적 농업 같다”고 말했다.

행복농장이 가진 꿈, 마을의 미래

행복농장은 2016년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탁을 끝내고 협동조합으로 등록, 독립하면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 논의와 실천 확산을 위해서 사회적 농업 책자를 발간, 한국농업의 현실과 사회적 농업의 관계에 대해 세미나 내용을 정리하고 연구한 내용을 기록했다. 또 홍성유기농영농조합과 협력해 바질 페스토 등 주작목 허브를 이용한 농산물 가공을 통해 상품판매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 네트워크 구축에도 관심이 크다. 지역 내 사회적 농장을 발굴하고 교육 육성하며 마을 주민들이 더욱 사회적 농업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지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농장 인큐베이팅까지 진행하면서 독립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단계까지가 목표다.
최정선 이사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일을 갖게 되고 독립해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그들도 일반인처럼 자유롭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돈도 벌고 마을 안에서 출퇴근하는 일상의 행복 말이다. 행복농장은 고용까지 할 수 있어 사회복귀를 가능하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