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의 재수생 비율을 보며
작년과 올해의 재수생 비율을 보며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8.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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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르치던 학생 중에서도 이번에 재수를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비평준화 마지막 시기에 입학한 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성적이 좋아서 일반고등학교 중에서는 가장 성적이 높은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를 가니 다들 본인만큼 잘 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어 좋은 내신 성적을 얻지 못했고 정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능점수 또한 만족할 만한 점수가 아니기에 재수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재수를 하고 있는 그 학생을 만났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하는데 그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재수학원을 갔는데 거기 20명이 저희학교에요. 이번에 재수하는 학생만 70명쯤 된대요”라고 말이죠.
제가 이러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번에 재수생 비율에 대한 놀라운 뉴스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 대입뉴스를 자주 검색해보는 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수능개편안 등 이슈가 있으면 더 자주 찾아보고는 하죠. 매번 흥미로운 뉴스들이 꽤 많은 편인데, 얼마 전 올라온 뉴스 중 제 관심을 끄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8년 재수생 비율을 알려주는 뉴스였습니다.
해당 뉴스의 자료를 보면 재수비율이 높은 학교들 상위권은 흔히 말하는 교육특구의 학교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명문고’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학교들이었죠. 특히 1위를 한 학교는 재수비율이 73.2%라는 어마어마한 비율이었습니다. 깜짝 놀랄 만한 숫자였습니다. 한 반에 10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재수를 한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작년 자료를 찾아보니 순위에 변동은 있지만 상위권 탑10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점은 작년 1위의 재수비율이 60%였던 것에 비해 올해 재수비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었죠. 총 재수생은 줄어들고 있다고 기사에서는 언급하고 있지만 특정 학교들에서 배출하는 재수생이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게다가 점점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죠. 게다가 30위권까지의 학교들이 전부 재수비율이 50%가 넘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기사에서는 그 이유를 학생들의 ‘의대’에 대한 선호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꼭 의대 때문만은 아닙니다. 흔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는 명문대가 아니면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죠. 위에 이야기 한 학생과 그 학교의 대부분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자신이 생각한 정도의 점수가 나오지 않고 일정한 수준의 대학을 갈 점수가 되지 않으니 재수를 하는 것이죠.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1, 2년 정도 더 노력을 한다는 것을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대학교의 정원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를 지원하려고 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재수생까지 추가되어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명문대를 노리는 재수생 비율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이 학생들이 대부분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는 것도 경쟁률을 높이고 재수비율을 높이는 원인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자신의 내신등급보다 수능등급이 잘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기사에서 언급된 교육특구의 학교에서는 내신 3~4등급 나오는 학생들도 대부분 모의고사는 1~2등급이 나옵니다. 내신보다는 모의고사 성적이 좋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좋은 상위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시를 준비하게 되고 다들 ‘수능대박’을 노립니다. 문제는 그 ‘수능대박’ 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이러한 기사를 보니 학생들이나 부모님이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상담할 때 어떻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은지 참 고민이 많이 됩니다. 결정은 결국 학생들이 하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학생들이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에는 신중을 가하길 바랍니다.
대학을 가는 것은 학교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노력과 전략입니다. 잘 하는 학생들과 경쟁하며 자신을 성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곳에서 내신을 준비할 것인지 신중히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미스터밥 입시전략연구소
정철호 연구원
041-555-7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