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천안 북부 홍경원과 수헐원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라
역사 속 천안 북부 홍경원과 수헐원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라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4.0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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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각 지역은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문화 역사적 사실과 이슈 선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남도청은 이순신 장군 순례길을 만들고, 옥포에서 한산 찍고, 노량까지 등 3개의 여행 상품도 출시하였고, 경남 사천시는 고려 현종 부자 상봉길을 조성하고 축제까지 열고 있으며, 전북 남원시는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길을 조성하여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전북 남원시 아양면과 인월면은 고전 소설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의 원조 싸움으로 한바탕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양면은 아예 흥부면으로 장소 명칭을 변경하여 흥부의 원조로서 장소의 진정성과 브랜드 가치를 홍보하여 관광 문화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까지 하였다.

천안은 국내에서는 최초의 호두(추자(楸子) 원류지로서의 위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며 천안 호두과자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으나 천안 하면 생각나는 다른 특별한 아이템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원조(元祖,Original) 싸움은 강력한 장소 브랜드 확보 차원에서 지금도 전국 각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삼(강화, 금산), 한우(횡성,상주), 대게(울진,영덕), 오징어(동해, 서해), 참외(금사, 성주) 등이 그 사례이다.

문화 관광 측면에서 원조는 진정성(Authenticity)과 브랜드 파워(Brand power)에서 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문화관광에서의 진정성이란 역사적 사실, 증거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화역사 관광 관점으로 본다면 조선왕조실록은 대한민국 역사 문화의 보물창고이다. 엄청난 양의 사실적인 문화 역사적 콘텐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성환 도 찰방터 (자료: 규장각 고지도)
성환 도 찰방터 (자료: 규장각 고지도)

찬안은 조선시대 천안군, 직산현 및 목천현 등 3개 행정 구역으로 구분되어 관리되었다. 고려 현종 때 세워진 국보 7호 봉선 홍경사 갈기비(奉先弘慶寺 碣記碑)은 1번 국도 성환 북쪽에 위치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성환 북쪽에 있는 홍경원(弘經院)과 직산의 성산(예전 사산(蛇山)이 시작되는 수헐원(愁歇院) 들판은 임금의 임시 숙박 시설이 마련되던 곳으로 많은 임금이 이곳에서 숙박하였다. 홍경원이나 수헐원 모두 직산현 관할 시설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살펴보자.

태종실록 31권, 태종 16년 2월 5일: (임금이) 직산현 홍경원 들판에 머물다.

태종실록 31권, 태종 16년 2월19일: 홍경원에 머물다.

세종실록 59권, 세종 15년 3월27일: (임금이) 직산현 수헐원 앞 평지에 차소를 정하다.

세종실록 60권, 세종 15년 4월20일:(임금이) 직산 수헐원에 숙소를 정하다.

세종실록 92권, 세종 23년 3월19일:(임금이) 수헐원에 이르러 유숙하다.

세종실록 99권, 세종 25년 3월2일: (임금이) 직산현 홍경원 들에 머물다.

세종실록 100권, 세종 25년 4월3일:(임금이) 직산현 수헐원 남쪽에 들어 유숙하다.

세조실록 32권, 세조 10년 3월 18일: 직산현 홍경원 앞 들에 머물다.

세조실록 36권 세조 11년 8월19일: 대가가 직산에 머물다

세조실록 37권 세조 11년 9월 10일: 저녁에 직산에 머물다

선조실록 36권 선조 11년 8월19일: 왕세자가 직산에 머물다

선조실록 54둰 선조 27년 8월27일: 왕세자가 직산에 머물다

인조실록 4권 인조 2년 2월19일: 대가가 직산현에 머물다

현종실록 10권 현종6년 4월20일: 직산 숙소에 머물다

현종실록 10권 현종6년 5월12일: 낮에는 천안에 머물고, 직산 숙소에 머물다

현종실록 12권 현종 7년 3월29일: 상이 직산에 잠시 머물다

현종실록 13권 현종 8년 4월4일: 상이 직산에 머물다

현종실록 13권 현종 8년 4월11일: 수레를 돌려 직산에 머물다

현종실록 15권 현종 9년 8월19일: 소사를 거쳐 직산에 머물다

숙종실록 59권 숙종 43년 3월6일: 대가가 진위를 떠나 소사에서 주정하고 저녁에 직산의 행궁에서 유숙하다

숙종실록 59권 숙봉 43년 3월28일: 대가가 천안을 떠나 저녁에 직산 행궁에서 유숙하다.

영조실록 72권 영조 26년 9월15일: 대가가 직산현에 머무르다

영조실록 72권 영조 26년 9월 24일: 대가가 직산에 머무르다

영조실록 96권 영조 36년 7월 21일: 왕세자가 직산에 유숙하다

영조실록 96권 영조 36년 8월1일: 왕세자가 직산에 도착하다

이상은 조선왕조실록에 그대로 남아 있는 기록들이다. 조선 3대왕 태종에서부터 21대 왕인 영조에 이르기까지 임금의 온양온천 행차 시 또는 다른 지방 방문 시, 조선 초기에는 홍경원 앞 들판과 수헐리 앞 들판과 조선 중기에는 직산현 행궁이 임금이나 왕세자가 자주 머무르던 장소라고 볼 수있다.

그렇다면 지금 그러한 흔적이 남아 있을까? 넓디넓었을 홍경사지 터는 개인 소유의 논과 밭과 공장으로 모두 찢겨 나가고 성환에서 직산으로가는 1번 국도상의 수헐리(愁歇里)라는 장소는 일명 “시름새”로 불리며, 근심과 수심을 풀어내고 편히 쉰다는 의미가 있는 지명이다. 지금 수헐리는 많은 아파트와 공장들이 들어서서 예전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직산현 관아 터 일부에도 오래전 직산 초등학교가 들어서서 문화 유적이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그러나 직산현 관아, 온조왕 사당, 향교 시설이 있는 예전의 수헐원에서부터 성환읍 성월리에 있던 성환 도찰방터를 거쳐 국보 7호가 있는 성환읍 대홍리 홍경사 갈기비 까지의 길도 임금님의 길로 재정비하여 도보 역사 문화관광 상품으로 마케팅하면 천안 북부에 문화역사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의 성군으로 평가되는 현종은 1010년 현종 1년 거란군이 개경으로 침입해 오자 12월 28일 개경-서울-연천-양주-광주- 비뇌(非惱, 지금의 용인)-양성(陽城, 지금의 안성 공도)-사산현(蛇山縣, 지금의 직산)-천안부(天安府, 천안)를 거쳐 공주-익산-전주-나주까지 몽진(蒙塵,피난)을 하는데, 행렬이 사산현을 지날 때 호위무장 지채문(智蔡文)이 왕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말을 달려 밭에 내려앉은 기러기를 화살로 명중하여 떨어뜨렸다는 기록이 고려사 절요에 나오고 있다. 지금도 겨울에는 직산에 수많은 기러기 떼가 몰려든다.

이와는 다른 얘기지만, 조선왕조실록 44권 세종 11년 5월7일에는 백제의 시조 묘우(온조왕 사당)를 직산에 건립했다는 기록이 나오며 선조실록 163권 선조 36년 6월7일에는 충청 감사 유근이 직산에 있는 백제시조 온조 사당 수리 복구를 보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렇게 풍부하고 많은 역사적 콘텐츠를 활용 못 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한때는 직산현, 천원군에 속했다가 지금은 천안시에 병합되어 천안시 변방에 속하는 천안 북부지역에 대한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방도는 없는 것일까?

봉선 홍경사 갈기비
봉선 홍경사 갈기비

천안 북부지역인 직산, 성환 일대의 문화관광 촉진을 위한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첫째, 홍경원과 수헐원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여 작은 건축물이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무인 관광 센터(Visitor center)이건, 아니면 전통 숙박시설이건 상관없다.

둘째, 가칭 “왕이 다니던 길”을 만들어 수헐원~ 직산현 관아~온조사당~성환 찰방터~ 홍경사 갈기비 사이를 새롭게 단장할 필요가 있다. 걸어 다니는 문화 탐방 코스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셋째, 선조실록에 상세하게 나와 있는 직산~ 홍경사 갈기비가 있는 소사벌에서 벌어진 임진왜란 전투 상황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여 여행 코스 콘텐츠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넷째, 이에 더하여 1894년 7월 28일 일본-청나라 간 치열한 성환 전투가 벌어진 안성천~소사벌~월봉산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발굴하여 추가적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섯째, 성환에서 전북 김제까지 12개의 역을 총괄하던 성환 도찰방에 있던 척수루(滌愁樓)건물을 복원하는 것이다. 성환에는 역사 문화재 건축물이 단 하나도 없다.

천안 북부는 전통적으로 배 과수원과 축산업, 낙농업 그리고 논농사를 짓던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었고 수많은 문화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공장이 입주하고 있어 문화 예술적인 관점에서는 변방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조만간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국립 축산과학원 축산 자원개발부(예전 국립 종축원) 부지에 국가 산업 단지가 들어서면 수많은 비즈니스 관광객들도 넘쳐 날 것이다. 이들에게 볼거리, 즐길 거리 제공을 위해서라도 역사 문화적 사실을 가진 수헐원, 홍경원에 대한 복원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인 장태순은 천안이 고향으로, 한국 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계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였음
필자인 장태순은 천안이 고향으로, 한국 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계명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