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한 입장면 호당2리 한과 만들기 체험 현장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한 입장면 호당2리 한과 만들기 체험 현장을 찾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7.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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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마을 기자로 마을 현장을 취재하는 것은 새로운 설렘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 농촌이 고령화 공동화되고 있는 현실을 천안시 농촌 마을도 마찬가지임을 마을회관에서 실감한다. 마을 자료를 검색했는데 범 호虎 집 당堂 마을 리里로 표기되어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호우경보가 내려진 7월 15일 오후 입장면 호당2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마을회관에는 이십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분주하게 한과 만들기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옆방에는 남자 어르신 대여섯 분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미리 와서 체험준비를 하던 민남기 활동가가 반갑게 맞으며, 주영비 이장님을 소개했다.

마을 이름이 호랑이와 연관되는 호당2리인데 어떤 전설이 있나요?

예, 마을에서 아기를 잃어버려 온 마을 사람들이 찾아 나섰는데, 3일 후 숲속 가시덤불에서 호랑이가 아기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오늘 사회적경제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한과 만들기 체험을 하는데, 작 년에도 포도를 이용한 사업을 하셨지요?

작년에는 새싹 공모사업으로 포도를 이용하여 비누와 향초, 향수 포도주를 만드는 사업을 했지요. 이 마을이 거봉 포도가 유명하거든요. 최근에는 다른 품종을 심는 농가도 있지만. 주민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좋아하셔서 올해에는 한과 교실과 반려식물 교실로 나무와 꽃을 가꾸고 있습니다.

오늘 보니 여자 어르신뿐만 아니라 남자 어르신들도 많은데 다른 곳에 서는 보기 어렵지 않나 생각되거든요.

예. 그렇습니다. 대여섯 분이 참여하고 계시는데, 바람직한 일 아니겠 어요? 지난번에는 영양바 만들기를 했는데 모두 좋아하셨어요.

회관 벽에 붙은 영양바 만들기 활동 소감에 많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 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는데 그중 몇 가지만 옮겨 소개한다.

- 맛있는 것을 여럿이 하니까 재미있다.

- 직접 만들어 보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영양바인 것 같다.

- 시골 사람들 이렇게 좋은 체험은 처음이다.

-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이런 거 생전 구경도 못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 꿀꿀했던 마을 새롭게 단장하게 해 주신 이장님 참 좋아요. 마을 분들 모두 단합하여 주심에 행복했습니다. 모두 사랑해요. 행복합니다.

강사인 박상혜 교수가 시범을 보였다. 시제품 4종을 조금씩 맛보며 너무 맛있고 깔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5명이 한 개조로 모두 4개 조로 나누어 한과를 직접 만드는 실습을 했다, 남자 어르신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 가리개를 한 모습이 보기 좋다.

진명숙 부녀회장은 “현재 부녀회원이 32명이고 그중 최연소자는 63세, 최고령 회원은 99세입니다. 오늘은 병원에 계셔서 못 나오셨어요. 이장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마을에서 볼 수 없는 남자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하여 한과를 만드는 모습에서 “시골 사람들 이렇게 좋은 체험은 처음이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런 거 생전 구경도 못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체험 소감에서 순박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본다.

호당리 지명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이 짐승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는 전설은 교훈을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경제 동아리 지원사업이 새로운 감동을 주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 지원 방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당리 마을을 뒤로하고 빗길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글 안창옥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