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순대와 역사를 품은 풍요로운 장터 '병천 오일장'
맛있는 순대와 역사를 품은 풍요로운 장터 '병천 오일장'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4.18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지천에 꽃 대궐을 이루는 날, 병천 오일장 나들이를 갔다. 시장 구경은 무엇을 살까, 뭘 먹어 볼까 생각만으로도 신이 나서 콧노래가 나온다.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는 길, 주차장 입구 기둥에 ‘맛있는 병천 순대와 역사를 품은 풍요로운 장터’라는 문구가 새롭게 보인다.

병천오일장과 순대국

순대거리 뒷골목에는 천막들이 즐비하고, 장을 보는 사람들과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활기가 넘쳤다. 딸기, 사과, 참외 등으로 달콤한 향이 나는 과일가게, 고등어, 가자미, 갈치 등으로 비릿한 바다 냄새를 부르는 생선가게, 마른 오징어무침, 나물 무침, 각종 젓갈이 있는 반찬 가게 등 100여 개의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병천오일장(1일, 6일) 모습
병천오일장(1일, 6일) 모습

실랑이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야채 가게에서 야채를 든 할머니가“ 워쩐댜, 돈이 500원 모자라네”,“됐어요, 만 원만 주세요”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웃음이 절로 난다. 시장을 돌아 나오니 상추, 쑥갓, 치커리 등 다양한 모종이 봄을 실감 나게 해 준다.

시장 구경도 했으니 순대국을 먹으러 들어갔다. 이날은 지인의 추천을 받아 곽가네 순대에 갔다. 얼큰한 순대국을 시키니 반찬도 정갈하고 부추를 듬뿍 준다. 순대국에 부추를 넣으니 묵직한 국물은 부추향으로 개운하다. 순대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순대거리에 있는 50여 개의 순대집 투어를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병천 곽가네 순대
병천 곽가네 순대

역사가 있는 곳, 아우내

병천에 들어오면 로터리를 지나 입구에 아우내독립만세기념공원이 있다. 이곳은 2009년 3.1운동 90주년을 맞아 준공하였다. 공원은 당시 헌병 주재소 부지와 시위 군중이 일본 헌병의 총에 맞아 순국한 장소를 보존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공원의 정면에는 아우내 독립만세 운동 기념 공원비가 있고, 공원 안에는 독립 만세 운동 전개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순대거리를 지나 우체국을 지나면 구미산 아우내 3.1운동 독립사적지가 있다. 산이라고 하지만 동산에 가까워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사적지 안에는 아우내 만세비가 있다. 이 비에는 ‘기미독립운동 때 아우내서 일어난 장렬한 자취라’라는 비의 이름과 1919년 4월 1일 유관순 열사가 주도한 아우내 만세운동 당시 상황을 담은 비문과 순국선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비문은 위당 정인보 선생이 짓고 글씨는 서예가 일중 김충현 선생이 썼다. 이 비는 해방 후 쓰여진 첫 한글 비로 알려져 있으며 충청남도 기념물 제58호로 지정되어 있다.

아우내만세비
아우내만세비

병천 오일장의 유래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병천(甁川)은 아우내의 한자어이다. ‘아우내’라는 지명은 백전천과 갈전천 두 줄기의 강물이 한 곳에서 어우러진다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아우내 장이 정확하게 언제 개설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779년 (정조 3년) 편찬된 【목천현읍지】에 ‘아우내 장터는 목천현의 동쪽 15리에 있으며, 1일과 6일 오일장으로 개장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요즘 작은 마을의 전통시장이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병천의 오일장은 독립기념관과 유관순열사 사적지, 북면 벚꽃길, 독립기념관 단풍나무길 등의 주변 여건으로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병천시장의 역사성과 전국 3대 순대에 속하는 병천순대의 상징성을 유지하여 다시 가고 싶은 병천시장, 봄이면 생각나는 곳, 가을이면 오고 싶은 곳으로 유지하기를 바란다.

글 김경숙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