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1.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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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삶에 대해 젊은 문체와 시선으로 이념 시대를 견뎌야 했던 ‘아버지’의 쓰리고도 아픈 기억을 해학적이면서도 따스하게 보듬고 있는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동네책방 가문비나무아래에서는 오는 12일(목) 저녁 7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를 초청하여 북콘서트를 연다.

정지아 작가는 1965년 구례에서 태어나 1990년 장편 ‘빨치산의 딸’로 작가로 데뷔해 그동안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 적’,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의 작품을 써왔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일시 : 2023년 1월 12일 목요일 저녁 7시

장소 : 동네책방 가문비나무아래

문의 : 010-9911-6534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작은아버지에게는 작은아버지의 사정이. 어떤 사정은 자신밖에는 알지 못하고, 또 어떤 사정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P33)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 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P197)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사회주의에 몸 담았을 때,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혈육을 뿌리치고 빨치산이 되었을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첫걸음은 무거웠겠고, 산이 깊어질수록 걸음이 가벼웠겠구나. 아버지는 진짜 냉정한 합리주의자구나.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217)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