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만큼 아름다운 이별 맞이할 수 있는 ‘웰다잉(Well Dying)’
준비한 만큼 아름다운 이별 맞이할 수 있는 ‘웰다잉(Well Dying)’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2.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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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반드시 죽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죽음에 대하여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미래를 대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처럼 죽음 또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뿐 아니라 잘 죽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실천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교수는 “잘 죽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잘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모리 교수는 35년 동안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4년 77세 나이에 루게릭병에 걸려 1995년 11월 4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목숨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진정한 웰다잉(Well Dying)은 웰리빙(Well Living)을 위함이다.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과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할 까닭이자, 웰다잉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용서와 화해가 가장 중요 그리고, 만남은 뜨겁고 이별은 아쉽게
 
60대 중반 김철수(가명)씨는 “얼마 전, 집사람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다”라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정년퇴직 후 김씨는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부인과 사이가 소원해졌다.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해놓지 않았다며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소한 것들로 인해 둘 사이에 앙금이 생기니 나중엔 사이가 서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앙금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집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아내가 죽은 것이야 말할 수 없이 속상하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게 가장 마음 아프다”라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만약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죽음을 미리 준비할 필요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에 따라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톨스토이는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반드시 오는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웰다잉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대한웰다잉협회 최영숙 회장은 “준비하는 만큼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할 수 있고, 준비한 만큼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헤어지는 준비를 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며 “이별을 미리 연습해 두어야 하는데, 그중 용서와 화해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 최 회장은 “만남은 뜨겁게 이별은 아쉽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이제 그만! 
 
안락사란 고통스러운 불치병이나 신체질환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나 처치를 말한다. 약물 투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라 하며,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이나 약물을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 한다.

박수영(가명)씨는 “지난해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의식을 잃어 병원 측에 응급 의료처치를 요구했지만, 엄마가 생전에 신청해 두신 연명의료 사전의향서 때문에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비슷하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극적 안락사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존엄사를 원한다면 아직 닥치지 않은 죽음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다.

박씨는 “연명 치료 중단을 두고 형제들끼리 의견이 분분했다. 엄마가 돌아가시도록 방관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나 또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뜻대로 해드리고 나니 엄마가 그렇게 해주고 가신 것이 고마웠다. 또, 엄마의 선택이 얼마나 지혜로운 선택일지 알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 지역의 건강보험공단이나 대한웰다잉협회에 문의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및 작성지원, 등록 업무 등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의 명시적 의사에 의한 연명의료결정을 제도화한 중요한 서식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한 문서가 된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 ‘대한웰다잉협회’>
 
대한웰다잉협회(이하 협회)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통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

협회에선 개인과 사회가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교육 연구 문화 복지 외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또한, 웰다잉 전문강사 양성을 위한 기본과 심화 교육 및 노인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유언장과 자서전 쓰기, 입관체험 등을 실시한다. 아울러 협회는 2018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돼 협회에 방문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 접수가 가능하다.

최영숙 회장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웰다잉을 통한 웰리빙을 추구한다면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며 “삶과 죽음의 연관성을 알게 된다면 쉽게 생명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청수12로 48
문의 : 대한웰다잉협회 041-911-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