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겨울왕국 ‘알프스 마을’
칠갑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겨울왕국 ‘알프스 마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1.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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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천지 세상에서 즐기는 이색 체험 나들이
예년에 비해 추울 것이라는 일기 예보에 일찌감치 롱패딩을 준비했으나, 날씨는 연일 평년보다 포근하다. 기온이 높은 탓에 눈은 오지 않고, 미세먼지 농도만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니 이게 겨울인가 싶을 지경이다.
 
눈 위를 걸으며 발자국을 남기는 재미가 그립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마구 뛰어다녀야 제맛인데, 올겨울엔 아직 그 정도의 눈을 만나지 못했다.

이쯤 되니, 눈이 보고 싶다. 눈을 만지고 싶다. 눈 위에서 뛰어놀고 싶다. 해서 아이들과 함께 충남 청양에서 열리고 있는 ‘칠갑산 얼음분수축제’ 현장을 방문했다.
 
 
얼음 분수 보며 사진 찍다 보니 시간이 훌쩍 
 
얼음 분수 축제가 한창인 이곳은 일명 ‘알프스 마을’(이하 마을)이라 불린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눈밭이다. 마치 겨울왕국에 온 듯하다. 어쩌면 정말로 엘사 여왕이 다녀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조금 걸었더니 얼음 분수가 있다. 평소 이렇게 큰 얼음 분수를 본 적 없어 한동안 얼음 분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계곡물을 이용해 만든 얼음 분수인데, 얼음 꼭대기에서 쉬지 않고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마치 분무기처럼 흐르는 물이 얼음 위에 쌓이고 쌓여 실로 장관을 만들어냈다.

약간은 인공적이지만, 이 절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찰칵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단언컨대, 마을을 방문했다면 얼음 분수 앞에서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가는 이들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번엔 큼지막한 이글루로 발길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한 느낌이다. 얼음 의자가 있어 기념촬영이 가능하다.
 
이글루를 뒤로 한 채 걷다 보니, 다양한 눈 조각과 얼음조각이 보인다. 뽀로로와 친구들, 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타노스와 아이언맨 등의 다양한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또, 마을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정없이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눈썰매 타며 동심으로 돌아가 볼까요" 
 
이번엔 눈썰매를 타러 갔다. 몇 번을 타도 재미있는지 아이들이 나올 생각을 않는다.

마을에선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유쾌하다. 눈썰매를 타고 내려온 50대 중반 김미숙(가명)씨는 “눈썰매가 너무 재미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거 같다. 신랑한테 한 번 더 타자고 졸랐는데 그냥 가버렸다. 나 혼자라도 타야겠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인다.

트랙터에 연결된 깡통 스키를 타는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좋아하고, 망아지를 타는 꼬마는 무서운 듯 손잡이를 꼭 잡고 놓지 못한다. 짚트랙 역시 인기 만점이다. 안전장비를 착용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짚트랙을 타며 느낄 수 있는 아찔함에 비하면 그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마을 내엔 간이식당이 있어 간단한 한 끼 해결에 제격이다. 메뉴는 잔치국수와 사발면 어묵 정도가 전부지만 눈밭에서 한바탕 뒹굴고 난 후 먹는 뜨끈한 잔치국수 맛은 당연히 일품.

식당 바로 옆 간식 코너에선 소떡소떡 닭꼬치 핫도그 커피 등의 주전부리를 판매한다. 이것들을 다 먹고 난 후에도 배가 차지 않는다면 간식 코너 바로 앞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군고구마 추천이다.

눈썰매 이용권을 구매하면 눈썰매뿐 아니라 얼음 썰매와 얼음 봅슬레이 이용이 가능하다. 추가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는 짚트랙, 통 스키 외 빙어 뜨기, 군밤 굽기 등 다채로운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칠갑산 얼음분수축제 일정은 날씨와 현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2월 17일(일)까지 운영한다.
 
위치 :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호길 223-35
문의 : 041-942-0797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Tip : 소소하지만 알아두면 좋은 팁!>
 

알프스 마을 구경을 마치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 아쉽다면, 마을 근처에 있는 ‘천장호 출렁다리’에 가보길 추천한다. 흔들흔들 스릴 만점이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청양의 명물로 2009년에 만들어졌으며, 총길이 20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다리 한가운데에는 청양의 특산물인 구기자와 고추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이 있다. 출렁다리는 30~40cm 흔들리게 설계되었다.
 

다리를 건널 때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임산부와 노약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행과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다리를 흔들다 어르신들의 멀미를 유발할 수 있으니, 이점 반드시 주의하자.

기자는 출렁다리에 방문한 날 여자 친구를 위해 쉬지 않고 다리를 흔들다,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듣는 이를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