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지역에도 청소년이 살고 있어요.
소멸지역에도 청소년이 살고 있어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1.14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18개 실행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청소년 문화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 프로젝트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2020년보다 2021년에 10만 명이 줄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태어나는 사람이 죽는 사람보다 적어졌다.

이 와중에,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부로 절반을 넘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소멸은 이제 오늘의 이야기가 됐다. 올해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니, 어떤 상황일지 조금은 감이 온다.

지역에 사람이 줄면 주민의 생활이 여러모로 불편해진다. 인프라에 돈을 많이 쓰기가 어려워지고, 공공서비스가 축소된다. 시장은 말할 것 없다. 병원과 가게가 문을 닫는다. 이러면 사람들은 더 떠나게 되니,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2022년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 공모에, 앞서 말한 이야기들이 담긴 프로젝트가 접수됐다. 충남의 소멸지역 중 하나인 금산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한나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한나 씨는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오는 만족감은 높은 반면,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아이들이 지역에 애착을 가져야 어른이 되어서도 살려고 할 텐데,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지역을 떠날 계획만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청소년들의 오늘과 내일에 관심을 두는 어른들로부터도 이야기를 듣지만, 중고등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우리끼리 부를 거긴 하지만, 『금산 청소년 문화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 프로젝트』라고 거창한 이름도 지어봤다.

2022년 11월부터 17회의 공론장을 개최했고, 85명이 참가했다. 청소년들은 진로체험 프로그램이나 1:1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원했다. 청소년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볼 수 있는 기회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건조하게 생각 해보면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바람들이지만,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도시 지역에서는 널리 제공되고 있는 기회를 농촌에서는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징적으로는, 읍·면 지역에도 청소년을 위한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실제로 그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먼 마을에 사는 청소년들도 쉽게 공간에 나올 수 있도록 ‘천원 택시’ 등 교통수단이 지원되어야 한다는 경험에 바탕을 둔 의견은 당장 적용이 필요해 보였다.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몇 사람이 모여서 나눈 이야기로 우리의 생활환경이 혁혁하게 개선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금산에서 열린 공론장, 그것도 『금산 청소년 문화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보았던 공론장 시리즈는 큰 의미가 있다.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주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발전시키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서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지역소멸, 인구감소와 같은 주제들은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사자들에게는 삶이다. 동네에 약국이 없어지고, 버스가 줄고, 가게가 문을 닫는다. 소멸하고 있는 농촌 생활의 불편은 노인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어 이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질문하고 대화 나누는 것은 참 중요하다. 누구에게 묻고, 누구와 대화 할 것인가도 질문 자체만큼 중요할 것이다. 금산에서는 청소년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문의: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글: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김규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