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3cm 문턱을 입간판의 변신으로 넘는다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3cm 문턱을 입간판의 변신으로 넘는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1.1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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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입간판형 경사로 설치

[기획]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18개 실행의제 소개

이 기사는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천안아산신문의 협업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주민주도 지역문제해결 프로세스인 2022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를 소개하고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에베레스트 산보다 높은 3cm의 장벽

“공원 화장실 자동문 입구에 설치된 문턱에 걸려 오도가도 못했던 적이 있어요.”

“친구들과 맛집을 가고 싶어도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매번 같은 식당을 이용하고 있어요.”

“‘가고 싶은 곳’을 검색 하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편의점과 식당 입구에 경사로가 있어 진입한다고 해도 이동 공간이 확보가 되지 않아 편하게 장을 볼 수도 없고, 가장 구석 보이지 않는 곳으로 안내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생활권 중심의 15분 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늘 정해져 있네요.”

”(상가 주인)우리도 손님을 맞이 하고 싶지만 경사로를 상시로 설치해 둘 수도 없고, 휠체어가 들어오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 다른 손님들에게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들만 겪는 건 아니다.

유아차를 끌고 밖을 나가야 하는 양육자 또는 임산부, 거동이 불편하여 보행 보조기를 이용하는 어르신,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어야 하는 시민 등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3cm의 장벽을 넘지 못해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들은 너무나도 많다.

경사로 설치는 여전히 미흡

2022년 7월 장애인 편의증진법에서 편의시설 설치 대상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 설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3(편의시설 설치의 기본 원칙) 다음 각호의 자(“이하 시설주등이라 한다)는 장애인등이 공공건문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하여야 한다.

4(접근권) 장애인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6(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그간 경사로는 슈퍼마켓·음식점·제과점 기준으로 바닥면적 300(90) 이상, 미용원·병원 기준으로 500(151) 이상인 시설에만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번 개정안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 접근이 불가능함에 따른 장애인 단체의 지속적인 개선 요구를 반영해 마련됐다. 경사로 설치 기준은 슈퍼마켓·음식점·제과점·미용원 바닥면적 50(15) 이상, 병원은 100(30) 이상으로 강화된다. 출입구의 폭은 현행 80에서 9010확대한다.

 

경사로 설치 기준은 예를 들어 높이가 1cm 계단의 경우 설치 경사로의 길이는 최소 12cm이어야 휠체어 이용자가 스스로 추진하여 접근이 가능하다. 설사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규격에 적합하지 않게 설치되어 장애인 스스로 휠체어를 사용하여 이동하기 어려운 형태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천안시는 2019년 장애인편의시설 지도 ‘천안애놀자’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경사로 설치 유무 정보보다 ‘경사로완만함’이라고 표기되어 있거나, 현장을 다녀왔을 때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도 발견되었다.

환경적인 문제로 인하여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택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휠체어 이용자의 지역사회 내 이동권 제한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휴대와 설치가 용이한 경사로가 설치되거나 제공 될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생활 편의시설(음식점, 편의점, 미용실 등) 운영자 모두에게 유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휠체어 이용이 많은 나사렛대학교 인근 주변에서 휠체어 이용자, 비장애인, 상가 운영자를 만나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현장 조사를 통해 입간판형 경사로의 설치 가능 유무를 점검했다.

나사렛대학교 중심 반경 500m내 휠체어 장애학생의 주요 이용 시설 30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10곳 만이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동식 경사로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사로가 없어 불편을 느껴 본 적이 있다는 휠체어 이용자는 84%, 경사로가 설치 된다면 편의시설을 더 많이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94%였다. 비장애인들은 입간판형 경사로가 설치 될 경우 적극적 홍보를 해주겠다는 응답이 91%,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 음식점 및 편의시설을 더 방문하겠다는 응답이 9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입간판의 변신은 무죄

평상시에는 가게를 홍보하기 위한 입간판으로 사용하다가 휠체어 이용 고객이 방문했을 경우 간판 이음새를 분리하여 맞춤형 경사로로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2022년 12월 현재 10개 점포에 가변형 입간판 경사로가 설치되었으며, 설치된 경사로의 사용 및 활용 효과성, 문제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경사로 때문에 이용 못하는 이동 약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도 경사로 설치를 했었는데 이번 입간판은 간판이 튼튼해서 이동약자가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 간판 메뉴를 잘 만들어주셔서 홍보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가게에 다리가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이 올 때가 있다. 장애인, 동행인들이 같이 있을 때만 업체를 오고, 동행인이 없어 장애인 혼자만 올 경우 포장만 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입간판형 경사로가 생겼으니 동행자가 있으면 이용하기 편리할 것 같고, 장애인 혼자 와도 올라오거나 내려갈 때 편해서 가게에서 먹고 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동참한 이유가 크다. 가게, 이동약자 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한다. 간판으로 썼다가 경사로도 쓰니까 너무 좋다.”

“이전에 업체를 불러 입간판을 설치했으나 도로 위 흰선을 넘기지 않았음에도 지역주민이 신고하는 바람에 다시 해체 작업을 해서 돈이 더 들었다. 지금은 홍보 간판으로 사용하고 이후 경사로 설치 법률이 시행이 될 때 경사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입간판형 경사로 설치 장소 (10곳)
입간판형 경사로 설치 장소 (10곳)

생활실험 리빙랩을 담당했던 김남현 대표는 “휴대와 설치가 용이한 입간판형 경사로 설치를 통해 이동약자의 지역사회 접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비용・미관적 측면에서 경사로 설치를 기피하거나 무관심했던 상가 시설 운영자에게도 보다 다양한 고객층의 확보를 통해 영업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함께 경사로 설치의 필요성, 효과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등의 이용시설이 이동 약자를 위해서만 활용되지 않는 것처럼 경사로 설치 또한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임을 인식하고 보장받을 수 있길 바라며 생활실험을 진행했던 리빙랩팀과 기꺼이 입간판형 경사로를 설치해 주셨던 상가 운영자, 입간판 경사로 활용을 높이기 위해 홍보단이 되어 준 시민들의 활동이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씨앗이 되었길 바란다.

문의 : 041-574-9897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글 : 충남지역문제해결플랫폼 이상순 사업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