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흥미로운 관광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천안은 흥미로운 관광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09.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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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관광 스토리텔링은 관광지의 장소성(Sense of place)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나 의미를 해석(Interpretation) 혹은 가공(Fictioning)하여 관광 자원의 가치를 창조하거나 증대하고,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13년부터 한강, 한양 도성, 동대문, 세종대로, 한성 백제 등 총 1,431건의 스토리 자원을 발굴하여 이를 이야기 자료집, 이야기 지도, 재현 프로그램들에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아무 관광 자원이나 관광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자원이 교육성, 흥미성, 매력성, 테마성, 감성을 주는 핵심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필자는 국제회의 참석차 매년 3월 벨기에 수도 브뤠셀에 일곱 차례나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오줌싸개 소년(Manneken Pis)이라는 오줌 누는 소년을 본뜬 동상 분수가 있는데 1619년 제롬 듀케뉴아(Jérôme Duquesnoy)가 만든 약 60cm에 불과한 청동상이다.

전 세계 관광객 수백만 명이 매년 이 동상을 보기 위해 브뤠셀을 찾는다. 브뤠셀에 수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이 작은 동상이 필수 코스이다.

일반인들에게 유럽의 ‘3대 썰렁 명소’라고 불리는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상, 브뤼셀의 오줌싸게 동상,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등은 구전이나 덴마크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소설, 인어공주(Den lille Havfrue), 독일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 로렐라이(Lorelei)등에서 유래된 허구 창조형 관광 스토리텔링의 사례이다.

관광 스토리텔링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와 내용 요소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천안 지역은 각종 역사서에고대 국가에 대한 기록이 유독 많은 곳이다. 

일연 스님이 고려때 지은 삼국유사 ‘남부여 전백제(南扶餘 前百濟)’조에 ‘위례금직산(慰禮今稷山)’ - 위례는 지금의 직산이다-라고 쓰고 있다.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 백제본기 제1권에는 온조왕 36년 7월 탕정성을 쌓다(三十六年, 秋七月, 築湯井城)란 말과 온조왕 43년 가을 8월에아산 벌판에서 5일간 사냥하다(四十三年, 秋八月, 王田<牙山>之原五日)란 말이 나온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위례성에서 가까이 있는 탕정성을 축조하고, 인근의 아산 들판에서 사냥한다는 논리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아산까지 왜 사냥하러 오겠는가?

고작 13년의 왕성인 위례성의 고고학적 유물을 뒤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직산 위례성에서 이전한 480년간 백제의 왕성이었던 서울지역의 왕성 터도 지금 확실한 단서가 없고, 위치도 정확히 모르는데 역사서와 고지도 대부분에 남아 있는 13년의 직산의 위례성 역사를 지우려는 그들의 논리가 참으로 이상하기만 하다.

서울이 위례성이란 증거가 역사서와 고지도에 있는가? 규장각 고지도 경기도, 서울지역을 샅샅이 살펴보아도 위례성이 그곳에 있다는 문헌적 증거는 단 한 가지도 없다. 정사인 삼국유사, 삼국사기에 근거하고, 고려 때부터 내려오던 각종 고지도를 고증하여 만들어진 조선조 고지도에 직산지역에 위례성이 있다는 확실한 사실만 갖고도 관광 스토리텔링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관광 스토리텔링에는 4가지 방법이 있다. 허구 창조형, 허구 강화형, 실재 창조형 및 실재 강화형이 그것들인데, 천안의 고대 국가 역사 관광 스토리텔링은 역사적 사실이 다수 존재함으로 실재 강화형에 가까우며, 아주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없는 것도 허구를 창조하는데 실제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을 갖고 관광 스토리텔링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남원에서는 두 고을이 흥부 마을이란 것을 두고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영덕과 포항은 대게 원조를 두고 주도권 싸움이 있다. 문헌적 증거 면에서 ‘위례성’의 주도권 경쟁은 서울이나 경기도 광주군이 직산을 절대 이길 수는 없다.

직산의 온조사당은 세종실록지리지 직산현조에 ‘백제시조 온조왕의 사당이 직산현의 동북쪽 사이 5리에 있다’라고 기록돼 있고 1429년(세종 11년) 건립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남한산성 내 숭렬전은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溫祚王, 재위 BC 18-AD28)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1638년에 신축되어 역사성 면에서도 직산의 온조사당 보다 뒤처진다.

여기에서 진정성(Authenticity)의 문제가 제기된다. 어디가 더 역사적 신빙성이 있을까?

직산 위례성과는 또 다른 것이 있다. 최근 목지국의 수도가 직산이었다는 주류 역사 학설 이외에 전북 익산과 충남 예산 심지어는 경기도 평택까지 목지국 수도가 자기들 지역이라는 논문과 기사가 쏟아진다. 물론 역사적 사료나 고고학적 증거는 없고 개개인들의 주장일뿐이다.

원조(元祖,Origination)는 관광 스토리텔링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최초라는 이미지가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천안은 또한 과일의 천국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기 있던수박 무늬가 있는 성환 개구리참외는 거의 사라졌다. 성거, 입장 직산, 성환 등이 주 생산지인 배와 거봉, 나가노 퍼플, 샤인머스켓 등 최근 인기 있는 포도는 그 생산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수려한 차령산맥과 자연, 그리고 맛깔스러운 과일, 아름다운 야외 카페들을 엮는다면, 천안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웰니스 관광과 지속 가능한 관광의 목적지가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천안은 고대 역사 문화 또는 농축산 원조 싸움에서 다른 지역에 밀리지 말고 이들을 바탕으로 한 관광 스토리텔링 개발과 독특하고 확고한 장소 브랜딩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관광, 마이스 칼럼니스트 장태순
관광, 마이스 칼럼니스트 장태순

* 필자인 장태순은 천안이 고향으로, 한국 관광공사 컨벤션 뷰로 실장, 인천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본부장, 계명대학 호텔관광학과 교수 등을 역임한 현장형 관광·마이스 마케팅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