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좋은 사람이 생각나는 ‘태학산’
걷다 보면 좋은 사람이 생각나는 ‘태학산’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7.11.15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걷기와 함께 볼거리 쉴 공간 가득한 쉼터의 가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곳이다. 리포터의 휴식은 인적 없는 한적한 자연에서 책 읽기. 해서 반나절 정도 시간이 허용된다면 숨어드는 비밀장소 몇 곳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태학산 자연휴양림. 멍하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차오르는 곳이어서 도솔 둘레길 일정이 유난히 더 기다려졌다.

9월 9일 진행한 도솔 둘레길은 태학산이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주말이면 단체는 물론, 가족 단위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둘레길을 진행한 날도 어린이집 행사로 모인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어느 한 단체의 웃음 가득한 게임 소리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유쾌했다.

이날 도솔 둘레길은 태학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태학산 자연휴양림 - 태학산 정상 - 태학사 -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구간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상쾌한 걸음 =

‘9’라는 숫자는 가을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가온다. 아직은 한낮 뜨거움에 눈살 잔뜩 찡그려야 하지만, 덥다는 느낌은 사라진지 오래.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넋을 잃다 정신을 차릴 때나 아침저녁 시원한 바람을 느끼게 될 때면 선물 받은 듯 흐뭇하다. 그래서인가 가을하늘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하루를 향한 발걸음은 모처럼 가벼웠다.

오전 8시 사람들이 모인 곳은 태학산 주차장이다. 태학산은 원래 한글지명총람과 한글학회 등에 기재된 명칭은 태화산이다. 산 아래 태학사의 이름을 따서 태학산으로 부르기도 해 이제는 태학산 태화산을 혼용해 사용한다.

태학산을 오르는 길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더욱이 코스도 상당히 짧다. 태학산 정상 팔각정까지 오르내리고 태학사 천안삼태리마애여래입상 법왕사까지 죽 둘러온 느린 걸음에도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작정하고 나서야 하는 걸음이 아니어서인지 도솔 둘레길의 전체 이름(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 속에 들어 있는 뽈레 뽈레(마사이어로 천천히)의 의미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었다.

인사와 담소 후 걷기의 시작. 거리와 시간에 방심한 탓인지 초반 허덕였지만, 땀 조금 흘리다 보니 금세 정상 팔각정이다. 천안시 풍세면과 광덕면, 아산시 배방읍 경계에 있는 산이라 천안과 아산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곳이지만, 여름이 채 끝나지 않은 산 곳곳 무성한 나무는 시원한 시야를 허락하지 않았다. 도솔 둘레길을 안내하는 한마음고 구자명 교장은 “태학산은 겨울에 오르기 좋은 산”이라며 “오르는데 어렵지 않기도 하려니와 겨울에는 사방팔방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추천한다”고 말했다.

걸으며 보며 쉬며 … 여유 있는 가을 하루 =

팔각정에서 잠시 담소를 나눈 후 내려오다 보니 또 금세 태학사다. 태학사 극락보전의 심우도(십우도라고도 함)에 대한 설명을 옛날이야기인 듯 듣고, 또 국가지형문화재 보물 제407호 천안삼태리마애여래입상을 올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다. 법왕사의 석굴법당까지 둘러볼 수 있으니 그저 걷기만이 아니라 볼거리가 많아 심심치 않다.

태학산은 산길 곳곳에 벤치며 나무평상이 있고 내려오면서는 태학사, 법왕사, 마애여래입상 등 볼거리가 있어 아기자기하게 걷기를 꾸릴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면 아예 도시락을 준비해 자연휴양림 근처에 있는 나무평상에 펼치고, 먹다 책 읽다 아예 낮잠까지 길게 이을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초록 가득한 잔디에 아이들 풀어놓고 그저 흐뭇한 미소만 지으면 되니, 파란 가을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하루가 가능하다. 자영휴양림도 이용할 수 있는 곳. 1998년 운영을 시작한 태학산 자연휴양림은 낮 시간 이용 가능하다. 야생화 단지도 있어 봄에는 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치도록 뛰어온 것만 같은 여름을 다독이는 초가을의 도솔 둘레길은 여유가 가득했다. 그래서인가 9월의 도솔 둘레길 태학사는 유독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함께 와 걸으며 쉬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인들의 얼굴이 좌르륵 스쳐지나가니 그리움 가득. 마음에 따뜻한 물기도 함께 차오른다.

지역에 가까워지는 발걸음은 내 곁의 사람들에게도 닿는다. 이제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는 가을물 듬뿍 든 내 고장을 만날 수 있을 것. 알록달록 화사한 가을로 찾아올 10월의 도솔 둘레산 걷기는 북면 은석산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