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각 특별기획전 '소멸과 생성 그 순환의 단서들'
리각 특별기획전 '소멸과 생성 그 순환의 단서들'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06.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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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각미술관이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2021년 특별기획전 ‘생성과 소멸, 그 순환의 단서들’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기획전에는 조각가 이종각의 수묵드로잉 작품, 사진작가 이재영의 ‘빛을 품다’, 신진작가 정나원의 ‘위로의 바다’ 설치 미디어작품이 전시된다. 

이종각, 무제
수묵드로잉, 2100×1470cm, 2007

한국 현대미술계 1세대 조각가 이종각은 수묵드로잉 작품을 통해 생성의 한 시점과 소멸의 어떤 단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작가는 형상을 만드는 조형(造形)의 작업이, 반대로 형상을 소거하는 해체(解體)의 과정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분리하지 않았다. 입체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독자적인 조형 원리, 즉 어떤 형태를 ‘지우는’ 행위가 모종의 궤적을 남기게 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형태가 ‘만들어지는’ 역설이 이번 드로잉에서도 드러난다. 
 

이재영, Winter lotus
사진, 610×910cm, 2010

이재영은 ‘스트레이트’ 한 사진이 추상적 이미지로 나아가는 우발적 국면을 드러내며 회화성을 성취한다. 밤하늘의 별처럼 보이는 결정(結晶)들이, 실은 얼음의 기포들이며 마치 천체를 관찰하는 망원경 렌즈에 맺힌 상을 연상케 한다. 보석으로 분류되는 ‘호박’의 기포처럼 영롱하고 신비롭다. 

일견 기괴해 보이는 물체는 얼음에 박제된 연잎이다. 연잎의 군락을 찍은 풍경들도 빈 못에 반사된 무늬들로 인해, 선적(線的)이고 드로잉적인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일루전(illusion)’을 체험하게 한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카메라 앵글들 안에서 우리의 공간적 상상력은 무한한 거시적 영역으로 팽창하기도 하고 극단의 미시적 세계로 축소되기도 한다. 동일한 소재를 통해 ‘대우주’의 빅뱅이나 블랙홀을 유추하거나, 혹은 ‘소우주’로서 생명을 잉태하는 기관을 연상할 수 있다. 

정나원, 위로의 바다
설치, 2100×1470cm, 2007

‘커뮤니케이션 아티스트’ 정나원은 조각을 전공하고 평면과 입체 미디어를 넘나드는 설치미술 작가이다. 작가는 ‘보이지 않은 보석’이라는 주제로 삶 속에서 보이지 않은 소중한 것들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정나원 작가는 “‘위로의 바다’는 모두가 힘든 시대를 마주한 우리를 위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제 몸을 온전히 파도에 내주며 햇빛에 반사되는 조약돌 무리가 보석처럼 빛날 때 돌멩이 하나하나를 흙으로 만들어 구운 ‘테라코타’에는 단순하고 소박한 텍스트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정 작가는 “이 소박한 단어들을 새긴 ‘조약돌’들이 주연에 가깝다. 무한 반복하는 파도의 출렁거림에 몸을 내주며 제 살을 깎아가는 조약돌들의 생성과 소멸, 그 순환 속에서 우린 ‘위로’라는 반짝이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간 : 7월 11일(일)까지
장소 : 리각미술관 전관
문의 : 070-4111-3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