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의 재림?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내의 정체
메시아의 재림?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내의 정체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1.03.22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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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수의 등장 재해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넷플릭스 10부작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가 지금 이 세상에 온다면 세상은 그를 어떤 식으로 맞이할까? 

비록 종교가 그리스도교가 아니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도 참 흥미로운 질문일 것이다. 2020년 1월 스트리밍을 시작한 넷플릭스 10부작 <메시아>(원제 : Messiah)는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주는 드라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종교와 정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넘나든다. 무엇보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 현 중동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에 한 젊은 사내가 등장한다. 사내는 거침없이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데, 그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이 사내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저들은 신의 말씀을 전한다고 포장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왜곡하고 있어요. (중략) 경전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알라께서 정하신 일 이외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그의 메시지는 오랜 내전과 ISIS의 준동에 지친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들은 이 사내를 '알 마시히', 즉 메시아라고 부른다. 알 마시히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이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알 마시히 일행이 도달한 곳은 이스라엘 국경이다. 

이스라엘 당국이 그냥 있을 리 없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억류하고, 리더 격인 알 마시히를 체포한다. 그럼에도 알 마시히라고 불린 사내는 덤덤하다. 이스라엘 방첩부대인 '신베트' 소속의 아비람 요원(토머 시슬리)은 이 사내를 심문한다. 이 사내는 아비람 요원의 심문에도 엉뚱한 선문답만 내놓는다. 이런 식이다.

아비람 요원 : 너 누구야? 

사내 : 하밀라 

아비람 요원 : 하밀라? 이 말뜻이 뭔지 알아? 

사내 : 히브리어로 말씀이란 뜻이지. 

아비람 요원 : 누구의 말씀을 전하는데? 

사내 : 곧 밝혀질 거야.

아비람 요원은 이 사내를 심문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 사내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미국 텍사스주 딜리라는 작은 도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사내는 초자연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적을 보인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미 전역으로 퍼지고, 이내 작은 마을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사내는 또 한 번 홀연히 발걸음을 옮긴다. 미 전역에서 몰려든 이들 역시 이 사내를 따라간다. 이 사내의 최종 행선지는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였다. 

이러자 이번엔 미 중앙정보부(CIA)가 그를 쫓는다. 에바 겔러 요원(미셸 모나한)은 끈질긴 추적 끝에 그가 이란 출신이며 정신과적 병력이 있고, 미국에서 불온한(?) 사상을 가진 이와 교류한 흔적을 발견한다. 

21세기와 메시아, 그 기이한 조합 

이 드라마의 얼개는 간단하다. 얼핏 허황하고 따분한 종교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보는 이들에게 '도대체 이 사내는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든다. 특히 알 마시히로 불린 사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는 흡사 예수의 재림을 방불케 한다. 

그를 처음 만난 시리아 청년 지브릴과 딜리에서 목회하는 펠릭스 이구에로 목사 모두 그의 언행에 감화돼 제자임을 자처한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까지 이 사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 사내는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실로 엄청난 제안을 내놓는다. 대통령은 즉각 일축한다. 현실적인 안보 논리를 들이대면서. 

이러자 이 사내는 그간 미국이 군사행동을 벌이면서 학살을 저지른 곳을 하나하나 열거한다. 여기엔 한국의 노근리와 베트남 밀라이도 섞여 있다. 그러나 고위급 보좌진들은 이 사내가 못마땅하다. 이들은 대통령이 이 사내의 꼬임에 넘어가 정말 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CNN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 이 사내의 이미지에 흠집을 낸다. 

이 드라마는 이 사내의 정체를 끝내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정말 예수 그리스도가 21세기에 온다면 드라마와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21세기와 메시아, 참 어울리지 않을 법한 짝이다. 그러나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혼란스럽고 힘의 논리가 횡행했다. 시절이 혼란하면 사람들은 종교에 귀의하기 마련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혼란한 시기에 세상에 복음을 전파했고,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반면 예수의 등장에 당시의 종교 권력과 로마 제국으로 상징되는 세속 권력은 잔뜩 경계했고, 갖은 수를 써서 그를 무너뜨리려 했다. 마치 드라마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기관이 합세해 메시아라 불린 이 사내를 무너뜨린 것처럼. 

앞서도 적었듯 이 드라마는 신앙이 있고 없고와 무관하게 그리스도교 전통,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 현 중동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알 마시히로 불리는 사내가 내뱉는, 다소 생뚱맞은 선문답이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게 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아쉽게도 코로나19와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 등의 이유로 '시즌2' 촬영은 취소된 상태다. 

지유석 기자
iron_heel@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