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만시지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7.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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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형  봉명동사진관 대표, 한국프로사진협회 충남지회장

“순간을 포착하여 역사를 기록하고 개인의 추억을 영원히 남기는 사진. 지금 당신은 간직하고픈 추억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나요?”

소중한 추억을 담고 있는 한 장 한 장의 사진,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기 위해 얼굴에 분칠하고 머리에 기름칠하고 옷매무새 곱게 단장하고 사진관으로 향했던 시절이 있었다.

여행을 가서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열심히 촬영한다. 색다른 경험이라는 여행의 의미보다는 사진 촬영하는 일에 열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이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하루 이틀이 지나서도 아니고 1~2년이 지나서도 아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묻혀갈 때, 사진 한 장의 가치는 진가를 발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은 개인에게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사진이 귀했던 필름 시대에는 추억도 귀하게 간직되었다. 디지털시대로 대변혁기를 거치면서, 사진은 촬영과 동시에 대부분이 지워지거나 보관 소홀로 삭제되고 있다.

기록되지 않는 사진을 찍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수없이 많은 촬영과 더불어 삭제되는 사진, 복제와 합성으로 기록적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사진문화를 산업으로써 인지하고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진을 좋아하고 즐기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만큼 사진을 좋아하고 즐기는 국가는 별로 없다. 공식적인 통계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이 500만대 이상이며, 사진을 취미로 여기는 사람은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참으로 많은 사람이 사진이라는 취미에 엄청난 돈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 동안에 촬영하는 이미지는 수천만 장에 달할 것이고, 덩달아 그것을 후처리하는 비용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여러모로 사진은 대규모 산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이것을 산업화하여 육성 발전시킬 고민조차 없었다. 오히려 사진이 연계된 문화산업의 육성정책은 있었지만 정작 그 뿌리산업인 사진산업은 외면되어 온 것이다.

정보통신 시대의 핵심적인 콘텐츠인 사진산업은 그동안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 달리 문화적인 영역도, 산업적인 영역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며 발전하지 못하고 왜곡되어 도태되고 있다. 우리는 문화 예술적인 영역의 발전은 한국산업발전의 한 축을 이룬다는 사실을 영화, 만화, 게임, K-pop 등의 성공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우리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사진 이미지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고 그 원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나라의 개인 이미지를 이용한 SNS 산업의 발전이 사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난 7월 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600여명이 모여 ‘사진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상헌 국회의원의 대표 발의로 진행된 이 사진산업진흥법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4차산업(빅데이터, 3D프린팅, 드론 등)의 뿌리산업인 사진의 재발견. 둘째, 사진인의 취업시장 확대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인재 육성. 셋째, 디지털사진에 담긴 개인정보보호 정책과 저작권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만시지탄이라는 말이 있다. 만시지탄은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하는 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진산업의 진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사진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을 강화해 사진 관련 일자리의 창출은 물론,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