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있슈(Issue) - 헤어스프레이(2007)
영화 있슈(Issue) - 헤어스프레이(2007)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6.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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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해”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거의 예쁘고 날씬하고 멋지다. 큰 키에 작은 얼굴. 흡사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느낌이랄까.
외모가 사람의 전부인양 타인의 외모에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뚱뚱한 사람이 지나가면 수군거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지나가면 못 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우월한 이가 지나가면 동경의 눈빛을 보낸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그건 물건이고 떡인데. 왜 사람을 물건·음식 따위에 비유하는지 모르겠다.

헤어스프레이(2007)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슈퍼헤비급 주인공이 오디션 현장에서 겪는 일들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풀어낸,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신나는 작품이다. 티브이 댄스-쇼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싶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 춤 되고 노래 잘하고 성격까지 좋은 긍정의 여왕이건만, 오디션 현장 쭉쭉빵빵 S라인 미녀들 앞에 서니 자꾸만 작아진다. 그렇다. 트레이시는 사회 통념적으로 여겨지는 미의 기준에서 살짝 어긋나는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던가. 단지 오버 사이즈라는 이유로 외면당해야 한다는 것이. 미스 헤어스프레이로 거듭나고 싶은 트레이시의 꿈은 과연?
얼마 전 10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탈 코르셋 운동’이 일어났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꾸밈은 노동이라며 더 이상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선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가겠다는 그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해 보인다.
여성 남성 성별을 떠나 ‘자신’의 만족보다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살아왔다면, 이쯤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를 위한 행복인지 생각해보자.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니까. 누가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 것처럼.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