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르바이트생에서 충남 최연소 억대 기부자로 - ㈜구공 이정원 대표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에서 충남 최연소 억대 기부자로 - ㈜구공 이정원 대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6.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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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30대엔 천안 명품거리 조성이 나의 꿈”

기획 - 학생리포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천안 아산
2018년 6월 <천안아산신문>이 새로운 기획을 시작한다.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학생리포터 자격으로 <천안아산신문>에 기사를 게재한다.
게재하는 기사는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전공 ‘취재보도실습’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선정하고 취재하고 작성한 결과물이다. 머지않은 시기에 지역,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건강한 언론 환경을 이어갈 인재를 지원하는 동시에 기성 언론인의 틀에 박힌 시선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에서 출발한 기사를 확인하는 지면이다.
기획에 참여하는 학생리포터들이 현장에서 취재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고민하고 기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는 속에서 언론인이 지켜야 할 기본을 체득하기 바라며, <천안아산신문>은 학생리포터의 활동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천안아산신문>과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리포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획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당부 드린다.
학생리포터의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의 기준에 따라 검토를 거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주기 상관없이 지면 게재를 이어간다. <편집자 주>         

㈜구공 이정원 대표

“아르바이트로 200만원을 벌면 185만원은 저금했던 것 같아요. 악착같이 사업자금을 모았지만, 그중에서 3만원은 꼭 기부했습니다. 세상엔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올해 충남 최연소로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구공 이정원 대표(29) 이야기다.
천안에서 휴대폰 대리점, 카페 등 50여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원 대표는 10년째 지역사회 여러 기관에 기부해왔다. 스무 살 때 TV 광고에서 본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유니세프에 3만원씩 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같은 해 장애인 직업 재활을 돕는 죽전직업재활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며 주변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역 후 천안 죽전원부터 죽전직업재활원, 신아원, 아우내 은빛복지관, 모교인 제일고등학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이르기까지 기부처를 점차 늘려나갔다. 그는 “기부금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기쁨과 보람이 가득 찼다”고 이야기했다. 천안 죽전원 서경원 행정팀장은 “이정원 대표는 지금도 복지관 행사 때는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 돼지고기를, 복날에는 치킨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정원 대표는 30대가 되기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다른 기부처에 기부하는 액수를 줄이거나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기 위해 무리해서 기부액수를 늘리지는 않았다.
또한 혼자만의 나눔에 머물지 않았다. 2016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정기후원을 시작하며 주변 지인들과 직원들에게 기부를 권유했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서로 조금씩 나누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조금씩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대표는 지난 2월까지 1년간 50명의 초록산타(기부자)를 재단에 추천해 기부문화를 퍼뜨린 산타 히어로가 됐다.
 

“끈기는 나의 힘”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했던 것이 오히려 득이 됐습니다. 일찍부터 돈을 벌며 사업에서 재능을 찾았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놀 때 일하고 사업을 연구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공부에 뜻이 없었던 이 대표는 의미 없이 학비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장학금 받으며 의대를 졸업한 친형과 달리 가족 몰래 대학을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만 했다.
이정원 대표는 또한 흔히 말하는 ‘금수저’가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주변 직원들이 짜장면을 주문하면 추가로 오는 짬뽕 국물에 밥만 말아먹던 사람이었다. 따로 친구들과 술자리도 갖지 않고 돈을 모았다. 다른 직원이나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물으면 그는 “지금 고생하고 나중에 누리겠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만의 가게를 갖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던 중학교 동창 김정훈 공동대표(29)를 만나며 더 커졌다. 그리고 곧 이루어졌다. 아르바이트로 2000만원의 자금을 모은 두 사람은 스물세 살이 되던 해 휴대폰 대리점을 차렸다.
쉽지는 않았다. 사업은 아르바이트와 달리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자본금은 적었고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영업이 중요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렀다”고 털어놨다.
이정원 대표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성공한 사업가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700회 분량을 모두 돌려 보고, 인간관계나 처세술에 관한 책도 읽었다. 또한 버는 돈을 거의 모두 다음 점포에 투자했다. “당시, 수입이 1000만원 나오더라도 월급은 50만원씩만 가져갔다.” 동업자 김 대표가 말했다.

지난해까지 이 대표에게 휴일은 1년에 단 5일이었다. 그만큼 쉬지 않고 일했다.
투자를 거듭하며 점포가 2개 3개로 늘어나자 동업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자신들이 태어난 해인 1990년이라는 뜻을 지닌 회사 ‘(주)구공’을 설립하고, 고등학교 동창들과 천안시 구성동, 신부동, 성환, 직산 등에 휴대폰 대리점을 차렸다. 카페 이태리 1호점, 다짐PT, 음식점, 휴대폰마트 등 매장은 점점 늘어났다.
이정원 대표는 쉬지 않고 절약했으며, 성공의 길을 연구해 투자하고 돈을 모았다. 고등학생 때까지 눈에 띄지 않던 청년은 자신의 무기인 ‘끈기’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청년사업가의 꿈에 투자 … “천안에 오면 꼭 들르는 길 만드는 것이 새로운 목표”

사업체가 열 개쯤 됐을 때 그는 점포 위탁운영을 생각해냈다. 자본금의 70%를 투자하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수익금의 30%를 가져가는 형태다. 이정원 대표는 “친구들과 공동대표의 힘만으로는 더 이상 사업 확장이 어렵기도 했지만 사업에 재능이 있어도 자본금이 없어 도전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위탁운영 점포 60여 곳이 있다. 휴대폰아울렛 신방점 최우열 대표는 2010년 방황하던 고등학생 시절 이 대표를 만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은 어엿한 사장이 됐다. 휴대폰마트 병천점 최상진 대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본금을 모아 이 대표를 찾아왔고, 1년 만에 매장 두 곳을 경영하게 됐다.

창업과 꿈 있는 청년들과의 사업, 그리고 아너소사이어티 가입까지…. 이정원 대표는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냈다. 목표한 바도 이뤘다. 그러나 그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30대에 천안에 ‘경리단길’ 같은 관광 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천안에 사람들이 경험하고 볼거리가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과 함께 테마를 담은 가게로 가득한 길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천안에는 유명한 길이 없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허름한 동네를 찾아 그 거리를 개발하려고 해요. 천안에서 볼 수 없었던 먹거리 볼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 천안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정원 대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다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혼자 걷는 걸음은 아니다. 나누고 함께하는 속에서 29세 청년의 길에는 많은 이들의 발자국이 함께 찍힌다.

*학생 리포터의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채영 학생리포터 anscodud19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