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기회 제공 ‘고교공동교육과정’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기회 제공 ‘고교공동교육과정’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5.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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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 지역 연계로 공동 개설해 운영

고등학생 20명이 한 교실에 모였다. 교사의 간단한 설명에 이어 질문과 대답, 토론이 이어졌다. 여느 고교에서 진행하는 수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곧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의 교복이 제각각이다. 아산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교육과정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한 학교에 모인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배우고 기준으로 제시한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으로, 교육부는 2022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계획임을 지난해 밝혔다.
이에 충남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고교학점제 모델 개발 착수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를 위한 시범지구 운영을 올해 시작했다. 명칭은 ‘고교학점제로 가는 징검다리, 지역연계 진로맞춤형 고교공동교육과정(이하 고교공동교육과정)’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른 대응책으로 고교학점제 모델을 연구하고, 시범지구 운영을 통해 연구한 내용을 적용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고교학점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도교육청, 전국 최초로 고교학점제 모델 개발 시작

 

학생들은 흥미를 갖게 되는 분야가 있어도 교과목이 없으면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관심을 확장한다. 더 나아가 본인의 진로가 아무리 확고해도 학교에서 수업을 개설하지 않으면 관련 내용을 수강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어나 아랍어 몽골어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정하려고 해도 다니는 학교에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면 학생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어려운 사정은 학교도 마찬가지다. 과목을 희망하는 학생이 소수일 경우 학교 입장에서 과목을 개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대입의 주축인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경우 교내 활동 위주로 적어야 하기에 보완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를 위한 대안이 고교학점제, 그리고 그를 위해 나아가는 고교공동교육과정 운영이다.
학교에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고 해도 해당 과목이 개설된 인근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또는 각 학교마다 소수 학생만이 희망하는 과목이 있을 경우 한 학교가 과정을 개설·운영하고 교문을 타 학교 학생에게 열 수 있다. 학교는 또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수업이 있을 경우 인근 대학의 도움을 받거나 해당 전문지식인을 초빙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 학생은 과목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다.

도시형 모델 아산시, 4곳 학교에 다섯 강좌 개설
 

충남도교육청은 충남도의 특성을 고려해 시범지구를 도시형, 중소도시형, 읍·면지역형 세 모델로 구분했다. 중소도시형 모델은 서산시에서, 읍면지역형 모델은 서천군에서, 그리고 도시형 모델은 아산시에서 올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산시는 현재 학교 네 곳에서 고교공동교육과정 다섯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운영 학교와 개설 강좌는 ▷ 온양여고 - 물리실험 ▷ 설화고 - 화학실험, 고급생명과학 ▷ 배방고 - 체육전공실기 ▷ 아산고 - 심리학이다. 강좌마다 20명 학생이 수강할 수 있다.
강좌는 학교와 학생 모두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정규수업이 끝난 후 운영한다. 학생들은 수요일 또는 토요일 정규 교육과정이나 방과 후 시간에 강좌를 개설한 학교로 이동해 수업을 듣게 된다. 아산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유안순 장학사는 “고교공동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강좌 개설 전 학생들에게 원하는 과목에 대한 2회 설문을 거치고 지역 특생을 반영해 다섯 강좌를 결정했다”며 “온라인 신청으로 수강 학생들을 선정했는데, 5분만에 신청이 마감된 과목이 대부분일 만큼 학생들의 욕구와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또한 유 장학사는 “학생들 설문을 거친 동시에 진로와 부합한 강좌를 개설해서인지 강좌에 대한 만족도와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고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설화고등학교는 고교공동교육과정으로 고급생명과학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강좌를 진행하는 김철회 교사는 “교재 수준이나 수업 내용이 학부 2~3학년생 대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 난도가 상당한데도 학생들의 집중도가 정말 높다”며 “의학이나 생명공학 등 관련 분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였고 관심사가 비슷해 발표와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화고는 현재 고교공동교육과정 강좌 개설과 함께 고교학점에 시범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석차는 내지 않고 평가만 진행 …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재 가능

고교공동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다. 강좌의 2/3이상 출석하면 이수가 인정돼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정규교육과정은 학교생활기록부 과목별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방과후학교는 개인별 세특에 기록이 가능하다. 그저 출석만이 전부가 아니라 평가에 따른 기록도 가능하다. 단, 석차는 내지 않는다.
결국, 과정을 통해 확장된 지식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부담 없이, 자신이 관심 가는 내용에 대해 마음껏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고교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이 안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어려움은 있다. 고교공동교육과정 강좌가 개설된 학교까지 이동은 학생 개인의 몫이기에 거리가 떨어진 학교인 경우 오가는 것부터 쉽지 않다. 또한 학교마다 소풍이나 체육대회 시험기간 등 학사 일정이 동일하지 않은 터라 시간을 조율하는 것도 문제다. 선착순 신청이라 명확하게 진로를 확정한 학생이 아쉽게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안순 장학사는 “고교학점제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으로 고교공동교육과정을 올해 첫 시행하는 것인 만큼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해 하나하나 다듬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는 교육과정 선택 확대를 통한 학업 동기 부여와 자기주도적 진로 설계 역량 신장의 기회를, 학교에게는 과목선택권 확대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고교공동교육과정의 목표인 만큼 올해 사례를 토대로 계속 발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나영 기자 namoon@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