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도 살 만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꿈이 현실로
농촌도 살 만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꿈이 현실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3.1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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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 52 치유농장으로의 초대

병천 시장에서 출발해 도원리 매성리 쪽으로 8km를 더 가면 빼곡한 오이 하우스들 너머로 귀여운 봉황52농장 입간판과 뾰족하게 올라온 체험농장 지붕을 만날 수 있다. 30년 전 농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농촌 남자와 결혼해 병천에서 살게 된 조영숙 봉황52농장 대표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조영숙 대표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남편과 결혼해 병천 봉황리에 살게 되면서 막연했던 농촌살이는 현실이 되었다. 자신은 본인의 희망대로 살게 됐다고 만족했지만,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달랐다. ‘쟤가 뭔가 모자라서 저렇게 시골로 시집을 가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촌도 사람 사는 것이고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꿈 아닌 꿈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봉황52농장 조영숙 대표
봉황52농장 조영숙 대표

아이 키우며 자기 삶의 이야기들을 인터넷으로 공유한 것이 체험농장으로 이어져

그렇게 아이 둘을 낳고 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동네에 소통할 만한 젊은 친구들도 많지 않고 저녁엔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이런 농촌살이에서 조영숙 대표가 선택한 길은 인터넷을 통한 사람들과의 소통이었다. 2002년부터 인터넷 까페에 오이 농사와 자신의 일상을 담은 글과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 글을 보고 오이 농사를 체험해 보지 못한 도시 사람들이 농장으로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오이도 따고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그런 이야기들을 또 인터넷에서 공유했다. 그 사이에 농촌에서는 체험농장들이 사회적 트렌드로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조 대표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에서 홍보도 해 주고 안내도 해주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농사 체험을 경험하게 해 주는 교육농장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이 체험 프로그램 

2004년부터 17년째 농촌체험 교육농장으로 활동하면서 교육청에서 3년마다 인증하는 우수체험장 인증을 4번이나 받았다. 또한, 인증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천안에 3 농가밖에 없는 농촌진흥청 인증도 받았다. 사람들과 소박하게 소통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온 삶에 대한 소중한 성과였다.

이제는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봉황52농장

최근 조영숙 대표는 다시 한번 자기 삶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30년 오이 농사를 지었으니 하우스 대신 번듯한 건물 하나 지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나부터 치유가 되는 농사를 해 보고 싶었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치유농장에 대한 지원을 해 주고 있어서 컴퓨터, 에어컨, 심전도 측정기 등을 지원받아 본격적인 치유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오이 치유농장 체험
오이 치유농장 체험

치유농장체험은 현재 경증 치매 노인들과 주간 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 7~8명씩을 대상으로 90분간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오이 농사를 체험하게 해 주는 교육농장도 보람 있지만, 삶에 지친 도시인들과 치유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농사에 기반한 쉼을 제공할 수 있어서 조 대표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도시에서의 화려한 삶을 꿈 꿀 법한 20대에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한 조영숙 대표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촌살이는 녹록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조영숙 대표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은 농촌에 대한 꿈을 꾸게 하기를 바래본다. 조영숙 대표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봉황52농장 

문의 : 041-564-5245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매성리 14-2)

http://www.524co.co.kr

글 최영미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