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댕이, 미륵보살 바위의 유래
미륵댕이, 미륵보살 바위의 유래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3.03.04 12: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6억7000만 년 뒤에 이 사바세계에 출현하는 부처님으로, 미륵불의 세계인 용화세계는 인간의 수명이 팔만사천 년이나 되고 지혜와 위덕이 갖추어져 있으며, 안온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미륵불은 우리 중생이 현실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희망을 품게 하는 부처님이기도 하다.

미륵보살바위
미륵보살바위

아우내 장터에서 십여 리 좀 못 미치는 곳에 미륵댕이라는 마을이 있다. 도안골 이라고도 하고, 행정상 지명은 도원1리인데 어느 정도 이 지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미륵댕이가 친숙하게 들린다. 예전 중학교 다닐 때, 길옆에 서 있는 미륵불을 보면 왠지 모르게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살짝 외면하고 싶어지곤 했다. 아마 그 부처님 얼굴이 찡그린 듯하기도 하고 화난 표정 같기도 한, 묘한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미륵댕이의 미륵부처님은 영험하기로 소문이 나서 아들 낳기를 바라는 많은 부녀자가 불공을 드리고 빌어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미륵불을 모시는 한국불교 태고종 용화사 주지 해공 스님에게 이 미륵불의 유래를 들어보았다. 해공 스님은 1948년 쇠락한 용화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박 반야심 할머니 스님의 손자로, 아버지 수산 스님에 이어 3대째 용화사를 지키고 있는 분이다.

박 반야심 할머니 스님은 충북 제천에서 30대 후반에 남편과 사별하고 정읍, 서천을 거쳐 천안 문화동에 있었던 천왕사에 머무는 중 꿈에 미륵불이 "내가 도깨비 터에 누워 있으니 나를 일으켜 세워라."라고 현몽하여 돌무더기에 묻혀 있는 지금의 미륵을 찾아 모셨다고 한다.

미륵댕이는 강릉김씨 집성촌이기도 한데, 그 조상 중의 한 분이 이 미륵부처님께 빌어 아들을 낳아 지금도 노인들은 멀리 출타를 하거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면 먼저 미륵님께 예를 갖추며, 또한 매년 음력 정월 아흐렛날엔 문중에서 불공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용화사는 박 반야심 할머니 스님이 계시던 곳에서 1988년에 현재의 위치(도안골마을 안)로 이전하였다.

용화사 해공 주지 스님은 이 미륵불을 많은 사람이 찾아 기도하고 희망을 품게 하고자 개방하였는데, 일부 무속인들이 무속의 대상으로 악용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셨다. 미륵불의 보존과 홍보를 위해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도 있으나, 그렇게 하면 미륵불 주변 토지의 이용이 제한되어 재산권의 침해가 될 수 있어 신청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고장 어머니 아버지들의 희망이 되어 주고 소원을 들어준 미륵부처님이 오늘도 우리를 용화세계로 인도하시고자 묵묵히 기다리고 계신다. 언뜻 보면 무섭고 기묘하게 보이지만, 가만히 서서 자세히 보면, 인자하고 너그러워, 우리의 모든 흠과 죄를 덮어주고 받아 주실 것 같다. 각자 믿는 신앙을 떠나 한 번쯤 방문하여 마음을 열고, 평화를 얻으면 어떨까?

글 김태명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