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천안 세성산전투 희생자위령제
동학농민혁명 천안 세성산전투 희생자위령제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11.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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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민주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하고 동학농민혁명 천안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24회 세성산전투 희생자위령제가 오는 11월 12일(토) 오전 10시 천안 세성산 위령비(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화성리 산21) 앞에서 진행된다.

동학농민혁명은 조선 시대 말 양반 관리들의 탐학과 부패로 사회 혼란이 가중되자 1894년 동학 지도자들과 동학 교도, 농민들이 일으킨 민중항쟁이다.

1894년 천안 목천, 전의 고을의 동학혁명군 1500여 명은 8월부터 기포하여 관아를 쳐서 무기를 탈취하여 9월 2일 세성산에 진지를 구축하였다. 당시 세성산 전투는 남북접 연합군이 공주성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관군의 세력을 분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9월 30일 농민군 4천여 명이 세성산에 입산해서 포진하게 되었다. 10월 21일 새벽에 관군은 농민군을 포위하며 기습공격을 개시하여 농민군은 참패했다. 이 전투에서 370명이 사망하고 포로 17명, 기타 중경상자는 400명이 넘었다.

민관 최초의 대규모 전투인 세성산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이날 위령제는 충남교육연극협회 ‘세성산 들풀’ 낭독극을, 천안민예총에서 진혼무와 사물놀이를, 이정록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하며 추모식과 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천안역사문화연구회는 오는 9일 천안근현대사역사문화탐방길 행사로 동학3.1혁명의 길을 걷는다. 동경대전 용담유사 간행터, 천안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아우내 3.1만세혁명 유적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천안박물관에서 10시 집결하여 이동한다.

문의 : 579-0034

세성산 동학농민혁명군을 추모하며 이정록 시인의 추모시를 올려본다. 

<사람이 하늘이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아무렇게나 내던진 목숨이 아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살아서

섬김의 세상을 만들 수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 피를 심어 만대의 숲이 되리라.

여기는 세성산,

사자가 앞발을 내딛고

힘차게 울부짖는 숲이다.

나는 짐승 우리에 갇힌 배고픈 사자가 아니다.

철망 밖에서 던져주는 썩은 고깃덩어리에

다소곳이 침이나 흘리는 천치가 아니다.

제 새끼를 양은솥에 삶아서

바다 밖 원숭이에게 건네는 이 땅의 여우 떼야.

나는 쳐들어오는 어둠을 찢어발기는

태양의 붉은 아가리다.

아, 하늘은 멀고 총알은 교활하구나.

깡그리 뭉개진 평화 공존과

팔짱을 잃은 상생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지금 하나뿐인 목숨을 던져 영원을 살 것이다.

지푸라기 인형들이 아무리 우리의 이름을 짓이겨도

형제여, 아내여, 자식들아! 고개 숙이지 마라.

머리를 수그린 만큼 한울 평등은 낭떠러지로 처박힌다.

여기는 세성산, 얽히고설킨 잡목 숲에

하늘 높이 올곧은 죽창을 세운다.

이제 얼음보다 차가운 침묵의 세월이 오리라.

별빛이 침묵으로 어둠을 밝히듯 너는 빛나라.

살얼음이 제 잔뼈를 녹여서 봄을 데려오듯

너는 뜨거워라. 이 봄물 낮고 깊게 스며

당신이 심장에 모셔두었던

섬김의 숨결을 모셔오리라.

여기는 정의의 중심, 이제야

발톱을 가다듬는 어린 사자들이 모였다.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붉은 혀가

어둠을 몰아내리라.

사람이 하늘이다.

하늘이 사람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