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마을기업 탐방 – 서산 옛향기마을방앗간
충남 마을기업 탐방 – 서산 옛향기마을방앗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08.11 09:4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접 농사짓고 수확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생들기름, 참기름 제품 인기

마을기업 운영으로 깨가 쏟아지는 하루하루

서산하면 마늘이 유명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많이 나는 것이 깨다. 마늘 농사 후에 이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농가에서는 깨를 심는다. 여기에서 나는 깨를 가공하여 기름을 짜 판매하는 마을기업이 있다. 서산시 부석면 빛들마을에 위치한 ‘옛향기마을방앗간’(대표 김정희)이 그곳. 방앗간에 들어서기도 전에 깨 볶는 향기가 온 마을에 진동하고 있었다.

서산시 부석면에 위치한 마을기업 옛향기마을방앗간
서산시 부석면에 위치한 마을기업 옛향기마을방앗간

“마을에서 생산한 깨를 중간 상인들이 값을 매기고 헐값에 사가곤 했다. 왜 어렵게 농사지어서 정당한 가격을 못 받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다. 농산물을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상품으로 가공하여야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옛향기마을방앗간 김정희 대표
옛향기마을방앗간 김정희 대표

옛향기마을방앗간 김정희 대표는 지역에서 생산된 깨를 활용해 참기름과 생 들기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름 짜는 체험활동도 진행하면서 기름틀 하나로 시작했다. 특히 들기름은 암환자들에게 좋다는 것을 알고부터 상품이 될 것이라 믿었다. 일반적인 들기름은 들깨를 볶은 후 기름을 생산하는데 여기에선 생 들깨를 압축해 기름을 짠다. 이러면 일반기름보다 훨씬 적게 나와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건강에 좋고 풍미가 살아있는 들기름이 된다. 영양소 파괴와 발암물질 생성을 막기 위해 생(生)들깨로 기름을 추출하고 저온으로 참깨를 살짝 볶아 참기름을 추출하는 등 정성을 다해 기름을 만들었다.

옛향기마을방앗간에서 만든 제품들
옛향기마을방앗간에서 만든 제품들

이와 같은 노력 끝에 옛향기마을방앗간은 전통식품품질인증, 서산뜨레인증, 6차산업 인증 및 HACCP 인증까지 획득하였다. 농협 하나로마트 전국매장 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명동점에도 제품이 들어가고 지난달부터는 미국 LA에 약 4,500병의 기름이 수출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스마트스토어 ‘김여사방앗간’을 통해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다. 작년에 년 매출 7억 원을 올린 어엿한 기업이 되었다.

2018년 행안부 우수마을기업 선정
2018년 행안부 우수마을기업 선정

“사실 6차산업 인증을 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처음에 같이 시작하였던 분들이 배당을 요구해 힘들었다. 아직 자리도 잡지 못했는데, 일은 거의 혼자 다했는데 하는 속상한 마음에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방앗간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마을 농가에서 생산된 깨를 시가보다 비싸게 구매해주며 정말 몸에 좋은 기름을 만드는 등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었다.”

기름 짜는 방앗간이 마을에도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동네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면서 마을에서 모아놓은 자금 중에 일부를 옛향기마을방앗간에 투자하면서 명실상부한 마을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방앗간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마을에서 생산되는 깨를 전량 비싼값으로 수매하고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액을 마을 발전을 위해 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깨를 재배하는 농사는 거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은 127명에 이른다.

기름틀을 이용해 생들기름 짜는 모습
기름틀을 이용해 생들기름 짜는 모습

새벽 5시부터 오전에 기름 짜고 점심에는 기계를 잠깐 식혔다가 오후에 다시 일해 보통 저녁 7시까지 일하고 있는 김정희 대표. 이제는 다른 누구보다 기름 짜는 노하우가 생겨 그의 손을 꼭 거쳐야지만 좋은 기름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방앗간 주인이지만 김 대표는 사실 이곳이 고향이 아니다. 서울에서 장사를 하다 남편 퇴직과 함께 시골에 살아보겠다고 귀촌한 것이다.

이런 그가 주목한 것은 서산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었다. 정성을 다해 재배한 지역 농작물을 서울에 살던 이웃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마침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과 서산시 부석면이 자매결연을 맺어 고추 마늘 양파 깨 등을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전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그 뒤 군인공제회(남편 직장) 소속 회원들에게까지 판로를 넓혀 나갔다. 지금 옛향기마을방앗간 제품 판매의 노하우는 이미 그때 배운 것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새롭게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들과의 협력관계, 철저한 시장조사와 상품개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준비가 선행되어야 마을기업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신신당부한다.

추석명절선물세트 4종 (참기름, 들기름, 어간장, 볶은참깨)
추석명절선물세트 4종 (참기름, 들기름, 어간장, 볶음참깨)

추석 명절 선물 세트를 구매하였더니 내 집에 오는 손님은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다며 기어이 참기름 한 병에 직접 만든 장아찌까지 싸 주시는 어머니. 옛향기마을방앗간은 단순히 기름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골의 향수와 어머니의 정성까지 함께 전하는 곳이었다.

문의 : 010-2759-4397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심포길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