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가 일상인 삶,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격리가 일상인 삶,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2.04.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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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순례단, 한빛회에서 중증장애인들과의 간담회 진행

지난 4일, 5일 양일에 걸쳐 문정현 신부와 함께 전국의 투쟁과 아픔의 현장을 찾아다니는 40일 순례 '봄바람'원정대가 천안에 왔다.

천안살림교회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거야’라는 주제로 페미니즘 관련 대화를 나누었고, 한빛회에서 장애 당사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자가격리가 일상이었던 중증장애인의 삶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에는 터미널광장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멈추고 평등과 평화의 시대를 선언하는 충청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순례단

봄바람순례단은 지난 3월 15일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순례길에 올랐다. 순례단은 4월 30일까지 약 40일간 전국의 투쟁 현장을 방문하며 다양한 지역과 활동들을 만나고 다른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의제들을 공동의 문제로 드러내려 한다.

제주 칼호텔 매각, 부산 가덕도& 새만금 신공항, 밀양&홍천 송전탑, 삼척화력발전소, 월성/영광 핵발전소, 소성리&강정&평택 군사기지, DMZ 둘레길, 세월호 팽목항, 세월호&스텔라데이지호, 코로나 희생자 추모, 지리산 산악열차, 대구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비정규직,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서진이엔지, 장애인 이동권 투쟁, 청주 SK하이닉스LNG발전소, 세종호텔&아시아나케이오, 노량진수산시장, 외국인보호소, 성 소수자, 페미니즘 등.

이들은 빼앗긴 노동, 인권, 생태, 평화의 봄바람이 일어나길 원하며 ‘지금 당장 기후 정의!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전쟁 연습 말고 평화 연습!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자가격리’가 아닌 ‘타자격리’였다

한빛회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의 주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때문에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이야기였다.

코로나 확진자들은 자가격리를 하면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증장애인 삶은 이미 일상적인 자가격리의 삶을 살아왔으며 하루하루가 투쟁의 연속이다. 장애인 한 분은 “우리는 코로나 이전부터 격리였다. 자가격리 사회에서 우리는 항상 '타자격리'의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형자 씨는 “나 혼자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세상이 바뀌질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자리에 참석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다.”라며 “장애인 이동권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 장애인 교육권도 노동권도 실현되기 어렵다. 오늘 간담회 자리에 오는 것도 큰 결단을 하고 어렵게 올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천안과 아산지역 경계에 사는 임슬기 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탈 경우 100m만 더 가면 되는데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지 못한다. 천안과 아산은 운행시간도 다르다. 지금은 광역콜이 생겨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실제 이용하려면 불편하다. 전화 서비스만 도에서 운영하고 실제 운행은 지자체가 하고 있다. 한번은 천안콜을 이용하는데 아산인 집 아파트 단지 내까지 태워주신 적이 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있는데 행정구역을 벗어나지 말라는 전화가 운전사에게 와 오히려 미안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 콜택시가 유일한 이동수단인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이용이 몰리는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는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장애인은 “코로나 증상이 있다고 하니 장애인 콜택시 이용이 불가했다. 또한, 타고 다니는 휠체어 소독이 안되어 있으니 병원 내 다른 휠체어로 옮겨 타라고 했다. 전동휠체어를 한번 옮겨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코로나 검사 한번 받으러 병원까지 이동해야 할 때는 너무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움직일 수가 없으니 병실의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해서 감방에 갇혀있는 죄수가 된 느낌이었다.”라며 “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이 사회는 관심이 너무 없다. 우리도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인데, 우리에게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참가자들은 저상버스 이용에 대한 불편함, 운전기사와 시민들의 장애인식 문제, 기본적인 장애인 건강권에 관한 다양한 의견도 나누었다.

봄바람순례단에 참가하고 있는 이명재 씨는 “코로나 시대 장애인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역인 것 같다. 실제 사례 이야기들을 들으니 그동안 함께 고민하고 돌보지 못한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나 혼자의 힘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귓전에 남아 뒤돌아서기가 어렵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사)한빛회는 1981년 천안에서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된 장애인 단체로 장애 당사자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애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직업, 교육, 이동 등을 통해 삶의 기본권을 회복하고 문화, 스포츠, 정책제안 활동을 통해 모든 장애인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자아실현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