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1.12.2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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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직자로 평생을 헌신하고 정년 퇴임한 이심훈 작가의 정체성과 교육 가치관을 함축한 신작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이 발간됐다.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은 2013년 발표한 시집 <장항선>으로 장항선의 추억을 짜릿하게 되살려준 이심훈 시인의 평생 삶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충남의 거의 모든 시군을 운행했고 지금도 운행하는, 충남 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장항선에 담긴 삶의 이야기와 그에 따른 단상과 사유를 시와 수필로 차곡차곡 엮은 모음집이다.

철도 직선화로 일부 역은 이미 폐역이 되었으나 그 역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장항선을 통해 삶을 일궈왔던 애환과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잘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미래를 기대하며 장항선을 타고 학교에 다니고 물건을 사고팔고 일을 보고 그리운 이를 만났다.

오는 이를 마중하고 가는 이를 배웅하며, 삶의 희로애락이 복닥댔던,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밴 장항선이었다. 고도성장이 목표이고 희망이었을 시절, 충남 각 지역의 출입구 역할을 하며 충남을 키웠던 장항선. 시대의 초상과 역사의 기록이 함께 숨 쉬는 글이다.

2022년 6월 1일은 장항선 개통 100주년이다. 역사적인 100주년을 맞이해 장항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아련한 추억과 회귀의 행복을 전하고, 새로이 충남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지역의 감성 배어나는 삶의 단면들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정보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시집 <장항선>의 인기에 힙입어 2021년 한 해 동안 충남도정신문에 연재한 ‘장항선 연가’를 더욱 풍부한 내용으로 재편해 역마다 각 역을 이야기하는 시 두 편과 산문 두 편씩을 감상할 수 있다.

책은 알라딘인터넷서점(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4854457)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출판사로 주문할 경우 thejoenbook@naver.com으로 주문 메일을 보내면 된다.

보도자료 문의 : 더좋은출판 010-5601-7601

<차례>

1부 울타리 넘나들며

가지치기

<간이역> 섶울타리

<천안역> 길 안에서 길을 물어

<세교역> 가을비

<아산역> 내비게이션

<배방역> 시간의 초상

<온양온천역> 풍물오일장

<신창역> 찔레꽃

2부 잘 산다는 것

신발

<학성역> 여러해살이

<도고온천(선장)> 온천골 플랫폼

<신례원역> 가을 서한

<예산역> 그대, 홍옥

<오가역> 투가리

<삽교역> 삽다리 총각

<화양역> 가족

3부 마음의 빈자리

자리

<홍성역> 바람의 동공

<신성역> 내버려 두면

<광천역> 삭임에 대하여

<원죽역> 바람 불어

<청소역> 창포 돋을 무렵

<주포역> 내일의 태양

<대천역> 예각과 둔각

<옥마역> 마음의 휴양림

4부 나눔에 대하여

곁불

<남포역> 19공탄

<웅천역> 정직하니 돌이다

<간치역> 갈림길

<춘장대역> 풍금 소리

<주산역> 꽃잎 편지

<판교역> 대목장

<서천역> 기다려본 이는

5부 그대는 바람벽

페르소나

<장항역> 미나리
<군산역> 구불길

<임피역> 우렁각시

<대야역> 보리싹

<익산역> 미륵의 땅

<장항선> 되려

<책 속에서-맺음말>

빠름과 효율을 추구하는 문명은 자연의 질서에 혼란을 주었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절기와 관계없이 꽃 피고 열매 맺는 풍요를 누리면서 정신의 빈곤이 교차합니다. 절기의 변화와 함께 느림과 기다림의 시적 감성은 현대인의 균형감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나친 문명으로부터 받은 상흔의 순화와 치유도 절기와 소통하는 감성의 몫일 것입니다.

-중략-

저장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작가라고 보면 됩니다. 서둘러 가면 저장할 장면이 머물지 못하는데, 우리는 너무 서둘러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생각하는 습관은 점점 줄어들고 타인이 생각해 놓은 것들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정작 이야기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가 문제입니다. 검색된 타인의 이야기만을 늘어놓을 수 없고, 자신의 이야기는 엮어지지 않아서 당황하는 것입니다. 검색하고 분석하여 조합하는 것만으로는 내 이야기라 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그 상황에 적절한 자신의 목소리가 융합되어야 글이 됩니다.

<추천 글>

우리는 오늘 ‘빠름, 빠름’을 외쳐대며 스스로 사자와 가젤의 삶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맹목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쓴 어니 J. 젤린스키가 말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감탄하기에 가장 적당한 순간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시인 역시, 질주하던 삶을 잠시 멈추고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느림과 기다림’의 시간 속으로 젖어 든다. 그것은 느림과 기다림의 끝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맛의 충만함을 이루는 젓갈과도 같은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시인은 지금은 정차조차 하지 않는 장항선의 간이역까지 호명하며 변방으로 밀려난 느린 삶에 이름표를 달아준다. 느리고 느려터진 장항선. 지금은 그래도 빨라졌다고는 하나 장항선은 느린 것의 상징으로 충분하다. 광속의 세계에서 느긋하니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기어코 느리게 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야 말겠다는 태도로 간이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장항선 열차에 탑승한다. 이심훈의 시와 산문은 느린 장항선을 통하여, 속도의 과열에 휘발되어 사라져가는 것을 붙잡으려는 정서적 반응이다. 시에 붙인 시인의 인문학적인 사유는 이 책의 또 다른 매혹이다. (윤성희/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이심훈(지은이)

충남 부여군 구룡면 구봉리에서 태어났다. 충청남도아산교육장, 공주교육대학교 겸임교수 등 평생을 교육 공직에 몸담고 헌신하다 2021년 8월 정년 퇴임했다.

시집 『못 뺀 자리』(1988)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웅진문학상, 충남문학대상, 만해한용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수혜(1992), 시집 『장항선』 (2013), 제 5시집 『바람의 책력』 (2018), 교육서 『절기마다 웃는 얼굴 참살이 공부』 (2018) 등을 발간했다.

<지은이의 말>

이 책은 천안역에서 익산역까지 굽이굽이 이어지는 장항선 역과 그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길동무로 삼았습니다. 처음 시작을 ‘간이역’으로 하고 ‘장항선’으로 마무리하는 가운데에 33개 역을 취재하여 모두 35개의 이야깃거리로 구성하였습니다. 역과 지역 숨결이 깃든 시 35편과 그 연줄에 매달려 고개를 주억거리는 시 35편 총 70편의 자작시를 글머리로 관련된 이야기와도 함께 하였습니다.

2021년 충남 도정신문에 ‘장항선 연가’로 연재된 650자 내외 글을 1800자 내외로 재구성하여 줄여 쓰기와 늘여 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장항선은 일제강점기 서해안 곡창지대의 알곡을 침탈하기 위해 개설되었지만, 귀한 생물자원과 문화유산을 찾는 길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현재 기차가 정차하는 역, 정차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역, 아예 역에 대한 흔적이 사라지고 기억으로만 남은 역이 장항선 연가 기찻길을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