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성장하는 농촌 마을, 농촌과 청년이 함께 보여주다 
문화로 성장하는 농촌 마을, 농촌과 청년이 함께 보여주다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1.12.12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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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천안문화도시사업 문화적도시재생 시민프로젝트 ‘리빙랩’ 
“농촌에 청년문화의 씨앗을 심어요”


지난 12월 11일(토)과 12일(일) 천안시 동남구 성거읍 모전1리 ‘띠우지 마을’은 찾아드는 체험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체험객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었으며 흥미로운 체험을 경험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만족감을 나타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한겨울에 마을에서 어떤 체험을 준비했길래 사람들이 찾아온 걸까. 

평범한 농촌 마을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숨은 과정이 무엇이었는지 직접 찾아가 살펴봤다. 

따우지 마을 입구. 마을 입구에서부터 볏단을 이용한 창작물로 체험객들을 반기고 있다.
따우지 마을 입구. 마을 입구에서부터 볏단을 이용한 창작물로 체험객들을 반기고 있다.

농촌 마을 최초 주민 주도 협동조합 설립한 띠우지 마을 

띠우지 마을은 지난해 10월, 로컬푸드와 연계한 천안 농촌 마을 중에서 최초로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모전1리 마을기업 협동조합 띠우지’를 설립해 소득 증대와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한 마을이다. ‘띠’ 풀이 많아 띠우지라 불렀던 모전1리 띠우지 마을은 이전까지는 천안 사람들도 모를 만큼 알려지지 않은 시골 마을이었다. 

박두호 협동조합 띠우지 이사장은 “농촌을 그저 먹거리 생산지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농촌이 농민이 농사나 짓고 살아가는 공간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아이들과 와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고 생태, 환경, 사람과 자연의 공생관계임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시골 어르신들은 다만 얼마라도 소득이 있어야 같이 밥 먹을 여유와 농업을 유지할 동력이 생긴다. 사라져가는 농촌이라고만 하지 말고 농촌 공간의 공익적 가치를 도시민들이 공감하도록 만들어야 소득도 생기고 농촌이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모전리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농업과 환경경제학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고 돌아온 박두호 이사장은 농촌이 힐링과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게 만들고 싶어 고향에 정착했다. 박 이사장은 “그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이번 체험을 열심히 준비했고 많은 분이 마을에 오셨다”며 “농촌은 국가적으로 생태적으로 보존해야 할 공간이다. 더 이상 농촌을 난개발해선 안 된다. 띠우지 마을이 힐링과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간 자격을 부여받고 싶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딸기를 직접 따서 먹어보는 아이들. 자기 주먹만 한 딸기를 한입 베어물며 맛있는 딸기를 맛보는 순간이 즐겁다.
딸기를 직접 따서 먹어보는 아이들. 자기 주먹만 한 딸기를 한입 베어물며 맛있는 딸기를 맛보는 순간이 즐겁다.

빵의 성지, ‘뚜쥬루’에 납품하는 최상품 딸기로 다양한 체험 

띠우지 마을에서 진행한 체험은 딸기 따기와 젤라토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등이었다. 하우스 농법이 발달하기 전 딸기는 늦은 봄에나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한겨울이 돼야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를 더 싱싱하게 맛볼 수 있다. 특히 딸기는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사랑받는 과일(열매채소지만 편의상 과일로 분류)이며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띠우지 마을에는 천안 최고의 빵 성지 뚜쥬루에 납품하는 최상품의 딸기를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도그베리 농장이 있다. 박두호 이사장이 운영하는데 이번 딸기 체험을 위해 체험객들에게 공간을 개방했다. 아이들은 자기 주먹만 한 딸기를 직접 따서 먹는 재미에 즐거웠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체험객들은 딸기 체험 전엔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키우는 향어 수조를 들여다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딴 쌈채소도 먹어봤다. 

아쿠아포닉스로 키우는 향어 수조도 들여다보고 딸기 과육을 갈아만든 젤라토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침샘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활동.
아쿠아포닉스로 키우는 향어 수조도 들여다보고 딸기 과육을 갈아만든 젤라토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침샘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활동.

아쿠아포닉스는 수경재배의 하나로, 물고기 양식에 사용한 물을 채소 수경재배의 영양 유기성분으로 사용하고 채소를 키운 물을 다시 양식에 사용하는 자원순환농법이다. 농산물과 수산물을 동시에 친환경적으로 키울 수 있다. 

날씨 탓에 잘 익은 딸기가 적어 아이들이 양껏 따지 못하는 바람에 딸기 젤라토 만들기를 무료로 진행했고 다음 체험에 이용 가능한 1만원 할인권을 제공해 오히려 체험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체험에 참여한 한 아이는 젤라토를 만들어 먹어보고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먹을 만하다”며 젤라토 만들기에 흥미를 나타냈다. 

학생들이 만든 볏단 창작품
학생들이 만든 볏단 창작품1
학생들이 만든 볏단 창작품2.
학생들이 만든 볏단 창작품2

예술 전공 청년들 참여케 한 리빙랩 프로젝트, 시너지 가져와 

이번 체험은 (사)천안공동체네트워크 ‘함께이룸’이 충남정보문문화산업진흥원 천안문화도시센터 공모사업 리빙랩 프로젝트에 선정돼 ‘농촌 리빙랩 사업’이란 이름으로 띠우지 마을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농촌 리빙랩 사업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사업인데 띠우지 마을은 딸기 체험을 접목함으로써 코로나 시국에도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더욱이 이 프로젝트에는 지역의 단국대와 상명대 예술 관련학과 학생들과 ‘천안청년농산업창업아카데미’를 통해 마을에 귀농한 청년 5명이 마을 어르신들과 협업하는 작품 활동을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말 그대로 청년들이 농촌에 문화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학생들 작업 모습
학생들 작업 모습
주민 활동 모습
주민 활동 모습. 위 사진은 마을 어르신에게 학생들이 새끼 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래 사진은 어르신들이 체험객을 맞이하기 위해 마을을 청소하고 있다.

주요 작품 소재는 볏단. 농촌에서는 흔한 부산물로 인식되지만 학생들은 볏단을 재미있는 창작물로 만들어 체험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지역 대학교수, 기업체 대표 등의 멘토링으로 활발하게 발전했고 전문가팀도 참여해 움직이는 허수아비를 마을회관에 전시하는 등 다양한 계층의 협업이 돋보인 프로젝트였다. 특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 ‘미리 크리스마스’ 느낌을 주었다. 

학생들은 띠우지 마을의 첫 축제를 축하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고 체험객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채워 뜻깊은 추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작품 제작에 열의를 다했다. 

사슴썰매 포토존을 만든 김수연 단국대 공예과 학생은 “농촌에 간다거나 볏짚 활동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관심 밖이었던 충분한 농촌자원을 재활용해서 주민들과 단합해서 작품으로 만드니까 문화예술적인 가치가 느껴졌고 농촌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 사람들이 즐거워해서 보람 있고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체험객들과 마을 주민, 청년 등이 함께한 단체사진

자신감과 가능성 발견한 청년들과 농촌의 협업 

대학생들과 함께한 마을 청년들의 보람도 컸다. ‘천안청년농산업창업아카데미’를 통해 귀농한 김주엽 씨는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소외된 마을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널브러진 짚을 이용해서 예술적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기회가 적었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을 뽐낼 기회가 되었고 어른들에게 짚 꼬기도 배우고 마을 청소도 함께했다. 어르신들과 같이한다는 자체가 매우 감사했다. 비록 마스크는 썼지만 모두 하나가 되는 장점을 발견한 의미 있는 활동이었고 매우 뿌듯했다”고 말했다. 

멘토로 참여한 이정만 단국대 링크플러스사업단 교수는 “학생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작품활동에 참여했다. 학생들의 작품은 농촌마을에 최적화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생들은 새끼 꼬기 등 주민과 함께하는 활동에 감사해했고 주민들도 관심을 많이 나타냈다. 이번 활동으로 학생들이 지역에서 함께하는 경험이 생겨 지역에 애착을 보일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주민들은 체험객들에게 떡국을 대접하며 띠우지 마을의 넉넉한 인심을 전했다. 박두호 이사장은 “체험객들이 ‘체험만 생각하고 왔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물도 있어서 좋았다. 기억에 남겠다’며 ‘맛있는 떡국도 잘 먹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도 힘은 들었지만, 마을 분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마을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알게 된 게 좋았다. 다음엔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더 잘 해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령층이 많은 농촌마을에서 무얼 새롭게 한다는 건 도전이고 모험일 수 있다.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를 위한 무언가를 해낼 아이디어가 있을 때 공식적인 다양한 행정지원이 더해진다면 마을 활성화는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대학이 많은 천안에서 지역 대학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협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띠우지 마을 체험은 지자체 산하단체가 공모한 농촌활성화 리빙랩 사업에 주민들이 기획하고 지역대학 학생들이 참여해서 시민들과 참여자 모두가 즐긴 민·관·학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농촌문화체험이 천안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천안의 농촌이 치유와 힐링의 농촌마을로 지속 가능하게 활성화하길 기대한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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