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걸으며 애정 쌓을 수 있는 천안 걷기 길
내 고장 걸으며 애정 쌓을 수 있는 천안 걷기 길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3.0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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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길 있어도 알 방법 없어 … 조성은 물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필요

2월 23일 오후 천안NGO센터에서 ‘뽈레뽈레 천안 사랑 도솔 둘레길(이하 도솔 둘레길)’ 시민보고회가 열렸다.

도솔 둘레길은 천안의 아름다움을 찾고 함께 걷고자 하는 이들이 조성한 길이다.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이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걷기 길 7구간과 천안의 명산 5곳을 묶어 총 12구간을 정리했다. 3월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1년 단위로 12구간을 걷고 있으며, 2015년 3월 시작해 4년째 시민들이 함께 모여 진행하고 있다. 천안아산신문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열두 구간 중 열 구간을 함께 걸으며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시리즈를 연재(자세한 구간은 천안아산신문 홈페이지(canews.kr) 참조)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은 도솔 둘레길을 조성하고 함께 걷게 된 배경, 걷기 길 보고, 천안의 옛 지도와 둘레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앞으로 시민들이 누릴 수 있고 외지에서 천안을 찾게끔 이끌 걷기 길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며 ‘천안사랑도솔둘레길걷기시민모임’을 결성했다. 도솔 둘레길을 조성한 구자명 회장은 이날 보고회에서 “천안은 곳곳에 수려한 풍광, 그리고 수많은 역사 흔적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에 걷기 길로 조성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도솔 둘레길 걷기는 단지 걷기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천안의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는 시간으로, 내 고장을 걸으며 천안의 역사를 보고 느끼다 보면 천안에 대한 애정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조성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걷기 길 붐 =

이미 오래 됐다. 걷기 길은 전국적인 붐이다. 10여 년 전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폭발적인 호응을 받기 시작한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걷기 길을 조성해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다. 서울시는 ‘서울두드림길’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두드림길’은 서울의 아름다운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도보 중심 걷기 길로, 자연의 느림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구간을 조성했다. 서울둘레길 8구간과 그 밖의 길(한양 도성길 6구간, 근교산자락길 9구간, 생태문화길 10구간, 한강/지천길 10구간)로 구간을 구분해 두었다. 또한 별도로 홈페이지를 구성해 구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방문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마련해 두고 있다.

부천둘레길, 대전둘레길도 잘 조성된 걷기 길로, 지역민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꾸준히 찾아오게끔 하고 있다. 가까이 아산시도 ‘천년의 숲길 4구간’과 ‘곡교천변 은행나무길’ ‘에코힐링 황톳길’ ‘탕정 둘레길’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망향의동산 김학순 할머니 묘소. 

그 가운데 천안에서만큼은 유독 걷기 길을 찾아볼 수 없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걷기 길로 찾아볼 수 있는 구간은 ‘어사박문수 테마길’이 유일하다. 조성된 걷기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천안의 걷기 길은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걷기 길과 자전거 여행길을 정리한 홈페이지 ‘두루누비’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에 올라 있는 걷기 길은 총 532길 1560구간. 그중 충남도에는 44길 92곳 걷기 구간이 있는데, 천안의 걷기 길로 ‘태조산 솔바람길’과 ‘천안역사문화둘레길’ 두 구간이 등록돼 있다. ‘태조산 솔바람길’은 충남도 솔바람길 일환으로 조성된 구간이고, ‘천안역사문화둘레길’은 천안시가 계획해 2016년 말로 조성 완료한 구간이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관리팀 담당자는 “두루누비에 올라와 있는 걷기 길은 1차로 지자체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 후 2차로 자체 실태조사를 거쳐 취합한 내용을 정리해 올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는 걷기 길 =

종합해보면 천안시에 조성돼 있는 걷기 길은 ‘어사박문수 테마길’ ‘태조산 솔바람길’ ‘천안역사문화둘레길’ 3구간이다. 하지만, 3구간의 걷기 길만으로 천안을 아우르기에는 부족하다.

천안아산신문이 한 해 동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걸어본 결과 천안의 도심 곳곳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천안시에 조성돼 있는 걷기 길 이외에도 망향의 동산에 잠든 김학순 할머니(천안아산내일신문 1242호 22면 게재), 도심에 담긴 선사 유적(천안아산신문 7호 26면 게재), 온조사당(천안아산신문 12호 18면 게재), 태조 왕 건과 오룡쟁주(천안아산신문 15호 5면 게재) 등 천안이 담은 역사와 이야기는 깊다. 그를 따라 길을 조성한다면 천안은 곳곳에 깃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

더욱 문제는 조성된 걷기 길마저 낯설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조성한 천안역사문화둘레길만 해도 대부분 구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천안역사문화둘레길은 지역의 독립정신과 독립열사를 바탕으로 천안시가 2016년 조성한 걷기 길이다. 1구간 대한독립만세길(병천 사거리 - 유관순 사적지 - 병천 순대거리), 2구간 유관순길(유관순 사적지 - 조병옥 생가), 3구간 조병옥길(조병옥 생가 - 홍대용 생가지), 4구간 홍대용길(홍대용 생가지-홍대용 묘) 등 8구간 총 27.5㎞ 구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보는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정작 천안시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기껏 걷기 길을 조성해 놓고도 활용하도록 이끄는 노력은 소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천안시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2016년 천안역사문화둘레길 조성을 끝냈지만, 이에 대해 홍보 방안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았던 터라 활용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올해 안에 역사문화둘레길 8구간 중 1구간인 대한독립만세길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 의견 수렴한 걷기 길 조성으로 나아가야 =

사산성 근처의 온조사당

시민들은 걷기 길 조성과 더불어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난달 22일 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성한 걷기 길을 검토하고 받아들인 후 시 차원에서 보수 정비해 시민들은 물론, 외지에서 천안을 찾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천안은 이미 곳곳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길이 있고, 이미 시민들이 걸어 걷기 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를 잘 정리해 안내하고, 이용하기 편하도록 표지 및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의견이다.

이는 천안아산신문이 매월 진행한 ‘도솔 둘레길’ 기획 취재에서도 확인된 부분이다. 걷기 길로 활용하기 충분한 곳인데도 정비되지 않거나, 안내판이 없고 앉아 쉴 곳이 없는 곳도 많았다. 두정동 걷기 길을 진행하던 중에는 아예 본인이 직접 길을 정비하는 시민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그는 “집 가까이 좋은 걷기 길이 있는데 정비되지 않아 불편함이 커서 직접 나섰다. 천안시에 이 좋은 길을 왜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지 알리고 시민들 편의를 위해 정비해줄 것을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길을 직접 정비하고 있는 주민

길 조성과 함께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유자적 천안’은 10년 전부터 지역의 길을 함께 걷는 모임을 운영하는 온라인 동호회다. 현재 1500여명 회원이 함께한다. ‘유유자적 천안’ 관계자는 “십여 년 지역 곳곳을 걸으며 느낀 것이 걷기 길 조성이 필요한 동시에 활성화를 시키기 위한 방안도 갖추어야 한다는 부분”이라며 “길만 덜렁 만들어 놓을 뿐 알리거나 활용하게끔 지원하지 않으면 누가 이용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지역 걷기 동호회가 천안의 걷기 길을 소개해 달라고 해도 선뜻 소개할 곳이 없다”라며 “천안은 전국 어디에서든 오갈 수 있는 교통 여건이 좋기 때문에 걷기 길이 잘 조성된다면 각지의 걷기 동호회에서 찾을 만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namoon@canews.kr